전례에 초대합니다
안드레아 자크만 지음, 강대인 옮김, 윤종식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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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에 관한 기본적인 것들(미사의 순서, 주요 기도문, 신부님의 제의 색상 등)은 교리 시간에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리를 빠짐없이 들어도 플루비알레가 뭔지 성체조배실이 뭔지 제의실에는 뭐가 있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교리 수업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특히 예비 신자의 경우는 교리 교재에 나와 있는 것만 배워도 벅차고 부담되기 때문입니다.

전례는 알면 알수록 새롭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예비 신자였을 때 알지 못했던 것들이 신자가 되면서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사시간에 온전히 제 자신을 맡길수록 하느님을 더 많이 알고 싶어집니다. 하느님은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저의 머리털 하나하나 헤아려 두시지만, 저는 하느님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모든 전례가 더 아름답고 신비로워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세례받기 전까지 성당을 정말 빠짐없이 나갔습니다. 특히 평일 저녁미사에 거의 참례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 나서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면서부터 신앙이 의무처럼 느껴져 괴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신앙생활에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성당에 매일 나가는 게 그저 습관으로만 굳어져 전례의 참된 신비를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당에 관심이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알고 있는 것보다 몰랐던 것이 더 많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성당에 발걸음하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전례는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또 예수님의 만찬에 함께하는 신비롭고 감미로운 시간입니다. 미사 시간에 등장하는 도구들, 성당의 구조, 성당에 있는 모든 것들을 제대로 알고 전례에 함께한다면 아무것도 모를 때보다 더 많은 은총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성당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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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크라우드 매거진 TOYCROWD Magazine Vol.1 - 창간호
토이크라우드 편집부 지음 / 토이필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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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관심사는 자신만의 길또는 세상에 없던 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장난감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장난감은 어린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수십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장난감도 많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어른들만이 구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런 장난감을 직접 창작하기도 하고 값비싼 장난감들을 수집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 혹은 장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조그마한 두려움에도 몸을 사리는 성격이라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을 냈다가 국민연금 등 각종 신고 안내문이 날아오면서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폐업해버린 것이다. 혹여나 가족들의 눈 밖에 날까봐 사업자의 자도 언급할 수 없었다. 여러 재료를 약 20만 원어치 사들여 묵주를 만들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의 경영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토이크라우드는 이런 나에게 위로와 희망, 더 나아가 자극이 되어 주는 좋은 매거진이다. 편집장이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칼럼을 읽으면서 어려웠던 시절에 공감하기도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에 마음으로 응원하기도 했다. 토이크라우드를 내 임의대로 작가님의 야심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 얼마나 올인하고 있는지도 잠깐 되돌아보게 됐다.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나에게는 남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한심해하는 눈초리 등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어중간한 잔재주로 프로의 세계에 도전했다가 큰 코 다친 나에게는 더 많은 노력과 실패가 필요했다. 토이크라우드에도 늘 성공하며 살았던 이야기만을 담지 않았다. 이 안에는 다양한 실패와 아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토이크라우드를 자신만의 길을 걷다가 실패하고 또 일어나는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고 본다. 굳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다룬 잡지로서만 대할 것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세상과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 자신의 관심사가 장난감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요즘 나는 오랜 소원인 논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는 석사 수료한 지 5년여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성과가 없는 무능한 학인이다.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있었던 좋지 못한 여러 일들은 뒤로한 채 나 자신만을 놓고 봤을 때 그렇다. 주제는 여러 차례 바뀌었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토이크라우드를 읽고 내가 좋아하면서 전심으로 쏟고 싶은 분야가 어떤 건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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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안에 굳건히 머무르십시오
요셉 라칭거 지음, 방종우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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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즉위하실 당시의 저는 가톨릭 신앙을 접하기 몇 년 전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하느님 곁으로 가시기 전까지 뛰어난 업적을 많이 남기셨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책입니다. 특히 이 책의 경우 교황님 사후에 발간된 유언인지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띠지를 보면 이 책은 학문적 성과의 완성이라고 감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훨씬 이후에 가톨릭 신앙을 접한 저지만 가히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여러 가지 글을 편집이나 수정 없이 모아놓은 데다 미공개 원고도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똑 떨어지게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만일 수정이나 편집이 있었다면 이해는 쉬웠겠지만 교황님의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교황님은 생전에 독일인들에게 많은 오해를 받았다고 하셨는데 이 책은 그 오해를 풀어 줄 마지막 책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끝으로 저술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으셨듯이 교황님 역시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러한 점은 유다교의 최고 랍비인 아리 폴거와 주고받은 서간을 보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대체로 그리스도인들은 타 종교를 비하하거나 배척하는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해 볼 때 대단히 파격적인 행동입니다. 그렇다고 교황님이 하느님 외의 다른 신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은 오로지 단수의 개념이고 한 분뿐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과 사랑은 결코 철회되지 않습니다. 하느님 사전에 철회라는 행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의 때에 따라 적절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하느님과 인류의 역사 사이에서 계약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맺은 계약의 역사는 인간이 저지른 실패를 포함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 집중하며 읽었습니다.

왜 제가 이 대목에 집중하며 읽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저는 하느님이 못 미더울 때가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른이 넘어서도 번듯한 직장이 없고 늘 집안일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이어서 대체 나는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습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이렇다 할 경험은 없어서 과연 이런 내가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불안합니다. 이렇다보니 막연히 기도만 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에게도 일과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제가 집안을 살려야 한다는 것도요. 그러나 저에게는 일반적인 사람들(능수능란한 업무능력, 원만한 인간관계 같은 것들 말입니다)과 다른 점이 너무 많다는 걸 그분께서도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하느님께서는 그분이 정한 때에 우리에게 응답을 들어 주신다고 하셨으니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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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전을 멈춰 세운 이유 - 원전을 멈추게 한 재판장 이야기, 2024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히구치 히데아키 지음, 강혜정 옮김 / 생활성서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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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원전의 위험성은 고사하고 원전의 존재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 원전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었다는 이야깁니다. 뉴스에서 간간이 원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봤습니다만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견해도 없었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원전을 포함한 각종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는 가톨릭 신앙을 접하면서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원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사람, 원전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보수와 진보 등 모든 이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습니다. , 원전에 대해 잘 몰랐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하게 확신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원전에 대해 전혀 몰랐던, 문과 출신의 재판장이었습니다. 원전을 멈춰 세운 장본인으로서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왜 원전을 허용할 수 없는지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저자는 원전에 반대하기 위해 전문적인 영역까지 파고들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냥 간단한 논리로 원전에 반대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재판장으로서 공부를 정말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림과 도표, 설명, 각주 등을 추가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본에 정말 많은 원전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인근에도 원전이 많은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원전에 반대하기 위해 스스로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과제가 생깁니다. 그 첫걸음은 원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겠지요. 원전의 위험성을 잘 알게 된 이상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자께서 우리에게 원전이 위험하니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판결했듯이 말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원전 운전 금지 소송에 대한 판결문이 실려 있으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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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유니버스 - 고전 마니아가 사랑한 세기의 여주인공들
송은주 지음 / ㅁ(미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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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받아 읽자마자 여성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던 박산호 선생님의 소설의 쓸모와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설의 쓸모에 등장하는 책들은 모두 여성 작가들이 쓴 책만으로 소개되어 있다면 이 책은 고전 속 여주인공들을 다룬 이야기다(작가가 남성인 경우도 있다). 둘 다 재미있으니 시간 내서 꼭 읽어보길 바란다.

드레스는 유니버스속에 나오는 각기 다른 여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발칙함과 당돌함, 영리함과 사악함을 지니고 있었다. 순종적이거나 고상했던 당시의 여성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저자는 그녀들을 변호하되 무작정 옹호하거나 찬양하지는 않는다. 어떤 소설은 출간되었을 때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었다. 당시로 보나 지금으로 보나 그녀들의 행동은 파격적이고 다채로운 반란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분명히 최애 여주인공이 하나쯤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내가 매력을 느낀 두 명의 여주인공이 있는데 제인 에어의 제인 에어와 이성과 감성의 엘리너 대시우드다. 에마 보바리와 엘렌 올렌스카 등 다른 여성들도 각자만의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누굴 꼽아야 하나 속으로 갈등하다가 두 명을 꼽은 것이다. 제인 에어이성과 감성은 언젠가 꼭 읽어봐야겠다.

요즘 소설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돈 버는 법, 재테크 하는 법, 자기계발 하는 법을 다룬 책들을 읽어야 마땅하지만 나에게는 소설이 더할 나위 없는 인간관계 지침서가 되어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가 그랬다. 인간관계에 영원한 이별이나 영원한 인연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며, 여러 인물들과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중학교부터 도서관을 내 집 드나들 듯 했고 고등학교 때도 책 읽는 게 더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내내 손가락질을 받아 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계문학 속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은 온갖 폭력으로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녹였다. 긴 기간 동안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책을 읽고 있으면 일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책은 나에게 사람보다 더없이 친한 친구였던 것이다.

고전의 두께는 어마어마해서 가히 접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저자 선생님은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다고 한다. 나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몹시 산만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선생님의 개성 넘치는 서평으로 여주인공들의 매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했던 제인 에어이성과 감성은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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