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부르는 이야기 <신선바위 똥바위>

신선바위 똥바위 ㅣ 옛날옛적에 12
김하늬 글, 권문희 그림 / 국민서관 / 2012년 5월

요즘 가뭄이 너무나 심합니다.

3주전에는 친정엄마 도우려 마늘을 캐러 갔는데 세상에나...얼마나 가뭄이 심한지 호미가 땅에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보통 마늘은 손으로 쑥쑥 뽑아캐야 하는데 이건 호미도 들어가질 않으니 마늘 하나 캐는데 호미질을 몇번이나 해야되는지 몰라요. 계속 가물다보니 마늘밑도 실하지가 못합니다. 마늘뿐만 아니라 모든 농작물이 그러한듯 해요.

이틀전에 남부지방은 그나마 비가 내려 조금은 해갈이 된듯 싶어요.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니 경기도 화성에서는 논에 댈 물이 없어 모내기를 하지도 못하는 곳도 있고 논이 쩍쩍 갈라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정말 이럴때는 우리의 옛 조상들이 그랬듯이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비가 안와서 정말 걱정을 하고 있을때 만난 옛이야기 책이 바로 <신선바위 똥바위> 입니다.

일단은 옛이야기라 흥미로웠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똥'이야기라 더욱더 관심이 갔지요.

어?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도 비가 안와 사람들이 걱정하고 기우제를 지낸다는 이야기네요. 어떻게 기우제를 지내는지 더 관심이 쏠렸다지요. ㅎㅎ

비도 내리고, 바람도 일으키고, 눈도 뿌리고, 무서운 태풍과 폭풍도 부르며 세상일을 돌보는 신선님들이 쉬는 신선바위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올라가 똥을 누는 것!!

그러면 화가 난 신선님들이 신선바위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비를 뿌린다는 거지요.

ㅋㅋㅋㅋ 정말 이런 기우제를 지냈을까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재미나고 재치가 끝내줍니다.

이 신선바위 이야기는 전남 곡성군 동악산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라고 하네요.

비가 오게 해달라고 음식을 차려 제를 지내며 간절히 비는 기우제와는 달리 신선님들을 화나게 하여 비를 내리게 한다는 전혀 다른 발상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제사를 올릴 음식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을겁니다.

"똥 싸지 마시요잉!"

"시방 급하당께!"

"오매, 죽겄네."

"싸게싸게 내려갑시다잉!"

정겨운 우리 남도의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있어 읽는동안 정말 웃음이 쿡쿡 터져나옵니다.

비가 안와서 모두가 마음은 걱정스러울테지만 그들만의 기우제를 준비하는 얼굴과 표정, 말들은 모두가 즐겁습니다.

비를 부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그들의 소박한 마음과 뛰어난 재치가 어우러져 그림책을 읽는 우리도 함께 즐거워집니다.

우리도 이렇게 따라해보면 정말 비가 올런지 실험도 해보고 싶어지구요. ㅎㅎ

읽고 또 읽어도 재미난 옛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정말 즐겁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날마다 보면 꼭 기우제를 지낸 느낌이 들어 비가 올것만 같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하루에 한번씩 꼭 읽어보고 있답니다. ^^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들고 그리는 책!!

사막에서 한판 붙자! 로봇 대 고릴라 ㅣ 도전! 나도 작가 1
니칼라스 캐틀로우.팀 웨슨 지음, 신정미 옮김 / 책읽는곰 / 2012년 5월

우리가 어릴적엔 그림책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 

그러기에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한다는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그림책에 조금이라도 낙서를 할라치면 그림책이 아파해~ 하며 손사래를 치고 아이의 손에서 빼앗게 된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음껏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쓸 수 있는 그림책이 나왔다.

도전! 나도 작가 1

사막에서 한판 붙자! 로봇 대 고릴라

(니칼라스와 팀과...........가 쓰고 그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책읽는곰

우리집 노남매...엄마가 무슨 책인지 들여다보기도 전에 둘이서 연필 하나씩 잡고 책을 펼쳐들고 있다.

둘이서 뭐가 그리 재미난지 낄낄거리면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틈날때마다 둘이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어쩜 이리도 이쁠까~~ㅎㅎ

몇일이 지난 후에 탁자 위에 올려진 책을 펼쳐보았다.

표지를 넘기니 표지날개 안쪽에 아이들이 써놓은 글이 보인다.

이 책을 함께 그린 노유민과 노재민은 남매입니다. 유민이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재민이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합니다.

이 글부터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넣었을지 더 궁금해진다. ㅎㅎ

이쯤에서 우리 아이들도 연필을 들고 준비했나보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진 곳으로 아이들의 관심이 쏟아진걸까?

석유가 펑펑 나느 어마어마한 유전이 있는 정고일이라는 도시의 고릴라족과 최첨단 바나나 농장 나나빌을 가꾸며 살아가는 로봇족은 서로 바나나와 석유를 맞바꾸며 평화롭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두 도시의 왕 털보릴라 왕과 뚝딱 대왕이 만난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난 실수로 두 도시 간에 천년에 걸친 대결이 시작된다.

무려 1000년에 걸친 두 도시의 대결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고릴라족과 로봇족 모두 자신들이 출발했던 그 자리로 되돌아오자 양쪽 다 너무 지쳐 무승부를 끝을 맺고, 바나나와 석유 축제를 벌인다.

왕들은 또 실수를 하며 서로 으르렁거리지만 이제 둘만 대결할 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

두 종족간의 대결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책의 그림도구는 사인펜과 연필, 노란색 크레파스가 전부이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니 아이들이 그려넣은 그림과 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ㅋㅋ 이렇게 한장 한장 자신의 그림과 글을 넣으며 아이들은 '내가 함께 만든 책'이라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을게 분명하다.

뒤로 넘어갈수록 원래 있던 그림인지, 우리 아이들이 그린 그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나온다.

ㅎㅎ 아이들이 그림책 속으로 쏙~ 빠져들어갔던게 분명하다.

이 책은 이야기 속에 아이들을 끌어들여 함께 대결하고, 함께 웃고, 함께 만들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아이들에게 주지도 않았다. 그저 함께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이토록 푹 빠져들게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해주면 소리내는 말들이 들어가 더 신이 난다.

그래서 아주 유쾌하고 즐겁다. ^^

책 한 권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정말 많은 것 같다.

토끼의 재판

토끼의 재판 ㅣ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21
홍성찬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글만 읽어주었는데 이제는 엄마인 내가 더 그림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작가가 공들여 만든 그림책 속에는 다양한 그림세계들이 가득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그림을 조금 더 공부했으면 이런 그림책을 만들어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끔은 따라그려보기도 한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림책 또한 하나하나의 장면장면 그림들을 오래도록 보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 익숙한 그림? 바로 '땅 속 나라 도둑괴물'에 그림을 그린 홍성찬 작가님의 그림이었다. 연세가 많으신걸로 아는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그림을 그리시는걸까? 그 열정이 정말 대단하시다.

여든이 넘는 연세에 시력이 완전치 않으신데도 2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작업하신 그림책이라니...그 정성과 노력만으로도 이미 이 그림책에 담긴 의미를 충분히 느끼고도 남음직하다.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의 국어 읽기 교과서에 '토끼의 재판' 이야기가 실렸다. 우리가 어렸을때 봤던 책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의 교과서에도 토끼의 재판은 세가지만 나와 있다. 그래서 그런줄로만 알고 있다가 처음 책이 왔던 날, 둘째아이가 읽어주라 하여 처음으로 같이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세가지가 아니라 아홉가지나 된다. 줄이지도 않고 하나하나 모두 재판을 하게 되니 그림책으로는 이야기가 엄청 길다는 느낌까지 왔다.

목이 아픈것도 잠시..마지막 토끼의 멋진 재판으로 호랑이는 다시 허방다리로 빠지고 나그네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으니 그 통쾌함이 짜릿하기까지 하다. ㅎㅎ

작가는 짧게 몇가지 재판만 써도 될 것을 이렇게 길게 9가지나 되는 재판을 다 이야기로 다루었을까? 끝까지 읽어보고 그림으로 다시 보고 나니 이제 알 것 같다. 불과 서너번의 판단으로 공정한 재판을 했을수는 없다는 것! 모두들 자기의 입장에서 판정을 내리다보니 나그네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힐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좋은 말과 행동으로 치장했다가 다시 그 힘을 과시하려는 호랑이, 또는 그와 같은 사람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토끼처럼 현명한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다섯 작가 이야기 -꿈]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꿈 - 다섯 작가 이야기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광익 외 글.그림 / 보림 / 2012년 5월

다섯 작가 이야기 꿈

(이광익, 안은영, 이민희, 이혜란, 김병하 / 보림)

빨간 풍선안에 새겨진 '꿈'
풍선에 매단 줄을 잡거나 매달려 있는 각기 다른 개성의 다섯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작가들입니다.
풍선에 매달린 빨간 줄을 따라 뒷표지까지 가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작가의 삶의 모습이 담긴 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

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꿈'이라는 같은 주제 아래 다섯 작가들이 글과 그림을 통해 꿈을 이야기 합니다.
다섯 작가는 <우리는 이 시대에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에서 출발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이 담긴 다섯 편의 짧은 그림책을 한 권의 옴니버스 그림책으로 내어 놓았습니다.

그들이 펼치는 꿈의 세계는 어떠할지, 우리들에게 어떤 꿈을 심어줄지 함께 가볼까요~~

1. 이광익의 '빨간 풍선'
문을 열고 들어간 길에서 우리는 행운을 만나기도 하고 한순간에 바닥에 떨어져 상처를 입고 눈물을 쏟기도 합니다. 좁은 길, 깊은 물속, 눈부시게 밝은 길... 조금만 더 조금만 더...찾았다!!
빨간 풍선이 찾아가는 길은 우리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2. 안은영의 '꿈을 품고 날다'
앞면은 검은색, 뒷면은 검은 줄무늬 종이 한장!
평범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누구에게나 자기의 꿈은 소중하고 특별해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마음, 그 마음이 아름다운 꿈이 되어 나비처럼 날개를 펴고 훨훨 날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3. 이민희의 '동그라미의 꿈'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동그라미가 있어요.
보라 동그라미는 다른 친구들의 꿈이 너무 평범하다며 위대하고 멋지고 꼭 필요한 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커다란 별이 되는 것.. 보라동그라미는 여섯 동그라미 친구에게 조각 하나씩을 받아 멋진 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곧 조각들이 어긋나기 시작하지요.
다른 친구들은 서로 힘을 합해 멋진 별을 만들어냅니다.
부끄러워진 보라 동그라미는 조각을 친구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모두들 다양한 꿈을 꾸며 즐겁게 지낸다는 이야기...
동화적인 요소가 가장 많이 드러나 아이들이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로 꼽았습니다.

4. 이혜란의 '무지개'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평범한 손을 통해 전해집니다.
이 평범한 손들이 만드는 무지개..함께 꾸는 같은 꿈..세상을 만드는 평등한 손..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향한 손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꿈꾸고 함께 가야할 길을 만드는 평등한 손을 통해 꿈이 이루어짐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5. 김병하의 '나무아래서'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셀 수 없이 많은 날을 지내는 동안 우리의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그 뒤에서 무너지고 파괴된 자연들을 되돌아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무와 자연...모든 것들은 말없이 기다립니다.
강렬한 메시지나 이야기가 없지만 단순하고 조용한 그림 속에 많은 것을 담아내는 이야기입니다.
'기다립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있게 만드는...

누구에게나 '꿈'이 있습니다.
'꿈'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희망이 없는 사람이겠지요.
내가 커서 무엇이 되겠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 이외에도 여러가지 '꿈'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나 자신만을 위한 '꿈'이 아닌 가족, 친구, 주위사람들을 위한 '꿈'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위한 '꿈'
그런 꿈을 꾸어야 우리가 조금 더 평화롭고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지금 과연 무슨 '꿈'을 꾸고 살고 있을까요?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다섯작가의 '꿈'이야기를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함께 걸어야할 길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책놀이>
우리가족은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요?
서로의 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잡지에서 각자 자기의 이름글자도 찾고 내 꿈에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을 찾아 붙이며 각자의 꿈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서로 글자를 찾아주기도 하고, 필요한 그림도 권해주기도 합니다.
꿈은 혼자서 찾아가는 길이 아니라 서로 함께 어울려 가는것이라는걸 책놀이를 통해서도 깨닫게 됩니다. ^^

제일 먼저 마무리한 아빠의 꿈..
가족의 건강이 제일 우선이랍니다.
아프지 말고, 몸에 좋은 음식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

두번째는 재민이의 꿈..
사진 찾기가 넘 어렵대요. ㅎㅎ
재민이의 꿈은 야구선수가 되는 것!
요즘 배우고 있는 두발자전거를 타고 누나랑 자전거 시합을 하는 것!
재민이다운 꿈이야기입니다. ^^

엄마의 꿈은 가득찼습니다. ㅎㅎ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여유?? ㅎㅎ
유민이와 재민이가 마음 따뜻하고 밝은 소년소녀로 자라 꿈을 향해 멋지게 날아오르는 청년이 되길...
책과 함께 하는 삶..나이가 들어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은 꿈..
자연과 함께!!

맨마지막에 끝낸 유민이의 꿈..
내 꿈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꽃과 나비,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 기도하는 아이의 그림..

간단하게 한가지를 나타냈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유민이의 꿈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항상 옆에서 지켜봐 줄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 가족이 있어 참 행복하고 고맙습니다. ^^

[한양] 조선시대 한양의 생활상이 그대로 담긴 책!!

한양 1770년 ㅣ 작은 역사 1
정승모 글, 강영지 그림 / 보림 / 2012년 5월

저는 서울에서 살아보지 않아서인지 가끔 한번씩 갈때마다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닥 살고싶은 마음은 안들던데 모두들 서울로 서울로 가고싶어 하는걸 보면 서로의 꿈과 이상이 다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무릇 넓은 곳에 가서 뜻을 크게 펼치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서울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말이 생긴줄 알았는데 조선시대부터 일어난 현상이라고 하네요.

1770년 영조 즉위 46년, 조선의 서울인 한양은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찾거나 장삿길을 따라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하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들의 꿈과 열망을 찾아 온것이겠지요.
조선의 황금기라고 하는 이 시기의 한양의 생활모습과 문화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이 <한양>, 심플합니다!! ㅎㅎ

한양

(정승모 글. 강영지 그림 / 보림)

작은 글씨도 많고 페이지수도 많아서 아~ 좀 지루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에 살지 않아 구석구석 그곳의 모습도 잘 모르니 과연 이 책이 공감이 갈까 의구심도 들었구요.
그런데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면서 조선시대 한양 안으로 푹 빠져들어가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무엇이 나를 재미없고 지루해 보이는 이 책으로 끌어당겼을까요? ^^

작은 보름, 액막이 제웅을 두드리는 아이들
사대문이 열리면 도시가 깨어난다
한양의 아침을 여는 이들
북촌의 아침풍경
남촌 박생원의 대보름날 아침상
일흔일곱 살 영조 임금의 바쁜 하루
겨울 햇살 따사로운 오후의 한양
구름처럼 모인 사람, 구름처럼 쌓인 물화
백탑 아래로 모여드는 이들
.......

한양이라는 책 한권에 이렇게 작은 이야기들이 23개나 들어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것처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어 꼭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며, 정말 그때 당시의 모습이 그랬을듯 문헌과 사료 모든 것을 참고해 그려진 그림도 매력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대보름날 아침 오곡밥을  지어먹고 묵은 나물을 먹는 풍습은 너무나 익숙하고,
박지원, 홍대용, 이덕무와 같은 실학파들이 모여든  백탑(원각사지십층석탑)이 있는 곳에 꼭 가보고 싶어지고,
여인네들 사이에 구운몽, 숙향전, 사씨남정기와 같은 소설 열풍이 불어 책읽느라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대목에서는 큭큭큭 웃음도 나고, 공감도 해가며
보름날 저녁에는 통행금지를 없애고 모두들 광통교와 수포교로 몰려들어 다리밟기를 하도록 밤새내 축제가 벌어지니 보름달 아래 모두가 하나되는 느낌도 전달됩니다.

조선왕조의 문물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는 영조 46년, 1770년 정월 대보름전날과 대보름날의 풍경 속에 한양의 구석구석의 모습과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그림책..
임금부터 서민들, 수포교 아래 거지까지 한양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낸 그림책이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봐. 조선시대의 모습이 다 들어있어~"라고 책만 권해주기보다 한 장 한장 "이때는 이랬구나~ 이곳은 지금이랑 똑같네! 아니면 어떻게 변했구나~ " 함께 이야기 나누며 지금의 서울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합한 책이네요.

<책놀이>
우리 아이들과도 아직 이 책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겨우 이야기 하나정도 했을까요? ㅎㅎ
한양에 대해 잠깐 이야기 나누며 책장을 넘기다 송파장에서 열리는 산대놀이 장면에 멈추었어요.
송파장이 번성하면서 상인들이 놀이꾼을 불러다 놀이판을 벌이고 손님들을 끌었다고 하네요.

송파산대놀이에 쓰이는 탈들이 우리가 봤던 탈모양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아서 따라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기간이 지나 못먹는 쌀페이퍼를 얻어온게 있어서 거기에 싸인펜으로 탈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재민이는 연잎과 포도부장,
유민이는 소무와 도끼누이를 그렸어요.

 

얼굴에 쓰고 송파산대놀이는 못하지만, 얼굴에 대고 잠깐 덩실덩실 탈춤을 추어보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