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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1770년 ㅣ 작은 역사 1
정승모 글, 강영지 그림 / 보림 / 2012년 5월
평점 :
저는 서울에서 살아보지 않아서인지 가끔 한번씩 갈때마다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어서 그닥 살고싶은 마음은 안들던데 모두들 서울로 서울로 가고싶어 하는걸 보면 서로의 꿈과 이상이 다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무릇 넓은 곳에 가서 뜻을 크게 펼치라는 의미였을 겁니다.
서울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말이 생긴줄 알았는데 조선시대부터 일어난 현상이라고 하네요.
1770년 영조 즉위 46년, 조선의 서울인 한양은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찾거나 장삿길을 따라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하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들의 꿈과 열망을 찾아 온것이겠지요.
조선의 황금기라고 하는 이 시기의 한양의 생활모습과 문화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이 <한양>, 심플합니다!! ㅎㅎ
한양
(정승모 글. 강영지 그림 / 보림)
작은 글씨도 많고 페이지수도 많아서 아~ 좀 지루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울에 살지 않아 구석구석 그곳의 모습도 잘 모르니 과연 이 책이 공감이 갈까 의구심도 들었구요.
그런데 한페이지 한페이지 넘기면서 조선시대 한양 안으로 푹 빠져들어가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무엇이 나를 재미없고 지루해 보이는 이 책으로 끌어당겼을까요? ^^
작은 보름, 액막이 제웅을 두드리는 아이들
사대문이 열리면 도시가 깨어난다
한양의 아침을 여는 이들
북촌의 아침풍경
남촌 박생원의 대보름날 아침상
일흔일곱 살 영조 임금의 바쁜 하루
겨울 햇살 따사로운 오후의 한양
구름처럼 모인 사람, 구름처럼 쌓인 물화
백탑 아래로 모여드는 이들
.......
한양이라는 책 한권에 이렇게 작은 이야기들이 23개나 들어있습니다.
그 순간순간의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것처럼 조근조근 들려주고 있어 꼭 옛날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며, 정말 그때 당시의 모습이 그랬을듯 문헌과 사료 모든 것을 참고해 그려진 그림도 매력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대보름날 아침 오곡밥을 지어먹고 묵은 나물을 먹는 풍습은 너무나 익숙하고,
박지원, 홍대용, 이덕무와 같은 실학파들이 모여든 백탑(원각사지십층석탑)이 있는 곳에 꼭 가보고 싶어지고,
여인네들 사이에 구운몽, 숙향전, 사씨남정기와 같은 소설 열풍이 불어 책읽느라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대목에서는 큭큭큭 웃음도 나고, 공감도 해가며
보름날 저녁에는 통행금지를 없애고 모두들 광통교와 수포교로 몰려들어 다리밟기를 하도록 밤새내 축제가 벌어지니 보름달 아래 모두가 하나되는 느낌도 전달됩니다.
조선왕조의 문물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는 영조 46년, 1770년 정월 대보름전날과 대보름날의 풍경 속에 한양의 구석구석의 모습과 생활상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그림책..
임금부터 서민들, 수포교 아래 거지까지 한양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낸 그림책이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봐. 조선시대의 모습이 다 들어있어~"라고 책만 권해주기보다 한 장 한장 "이때는 이랬구나~ 이곳은 지금이랑 똑같네! 아니면 어떻게 변했구나~ " 함께 이야기 나누며 지금의 서울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합한 책이네요.
<책놀이>
우리 아이들과도 아직 이 책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겨우 이야기 하나정도 했을까요? ㅎㅎ
한양에 대해 잠깐 이야기 나누며 책장을 넘기다 송파장에서 열리는 산대놀이 장면에 멈추었어요.
송파장이 번성하면서 상인들이 놀이꾼을 불러다 놀이판을 벌이고 손님들을 끌었다고 하네요.

송파산대놀이에 쓰이는 탈들이 우리가 봤던 탈모양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아서 따라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기간이 지나 못먹는 쌀페이퍼를 얻어온게 있어서 거기에 싸인펜으로 탈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재민이는 연잎과 포도부장,
유민이는 소무와 도끼누이를 그렸어요.

얼굴에 쓰고 송파산대놀이는 못하지만, 얼굴에 대고 잠깐 덩실덩실 탈춤을 추어보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