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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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컬렉션 시리즈의 새로운 책이 나왔어요. 팝업북이라고 하니 사실 눈으로 볼거리만 가득한건 아닐까 걱정도 살짝 했었지요. 기존에 팝업북들이 시각적인 것에만 치우쳐 책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덜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새로로 길다란 책입니다. 이 좁은 책 속 공간 안에 어떻게 팝업을 담아냈을까?

책장을 펼쳐 보았습니다. 첫마디는 '우와~'였어요. 숲을 담아낸 만큼 바닥에 책을 놓고 보면 정말 숲이 펼쳐진 것처럼 보입니다. 기존의 팝업책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은 새들이 지저귀고, 동물들이 쉬고 있어 아주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숲에서 기계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숲이 서서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무시무시한 기계들이 나무를 베어가고, 통째로 뽑아버렸기 때문이지요. 숲은 생명을 잃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나무늘보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노래하던 새와 서로 사랑하던 동물과 나뭇잎 사이로 살랑대던 바람을 그리워하던 한 사람이 씨앗을 가져와 심었어요.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기 시작했고 나무늘보도 돌아왔어요. 이제 숲은 더 푸르게 우거져 생명이 넘쳐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숲이 점점 사라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무서운 기계가 하나둘 나타나고, 동물들과 새들은 숲을 떠나가고, 마지막 한 그루에 나무늘보만 남아있어요. 우리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 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싹이 돋아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 벅찬 순간이네요. 그리고 더 울창해진 숲을 본 순간, 우리는 다시 숲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책을 보는 내내 설레이기도 하고, 가슴 뭉클해지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팝업북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어주는 책이었어요.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팝업이라는 예술과 문학의 의미가 함께 담겨있는 책이라고 하는게 더 좋은 표현인 것 같아요.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들과 여기저기 숨어 있는 동물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에도 끝까지 나무에 매달려 잠을 자고 있는 나무늘보를 찾아보는 것 또한 이 책을 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에요. 우리의 시각을 즐겁게 해줄뿐만 아니라 마음에 깊은 울림까지 전해주는 작가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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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2
오호선 글, 원혜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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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도깨비 이야기 들려줄까? 무서운 이야기 들려줄까?"

"둘 다요~~"

그럴 줄 알았지. ㅎㅎ

집에 모인 친구들이 여럿 있을때 함께 들려주면 좋겠다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은 무서운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를 다 좋아하니까요. <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은 엄마인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읽었던 책이에요. 그래서 분명 아이들도 좋아할거라 생각되었어요.

우선 표지에 나타난 빨간도깨비부터가 아주 강렬하고 인상적입니다.

 

옛날에 세 딸과 함께 살던 나무꾼이 있었어요. 세 딸이 자라면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예쁜 옷감도, 맛있는 잔치 음식도 마련할 수 가 없어 걱정이 늘어가던 나무꾼은 나무를 하다가 "아!" 하고 한숨을 쉬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자기 이름이 '아'라고 하면서 이름을 불렀으니 값을 치러야 한다고 해요. 딸을 데려오지 않으면 나무꾼의 목숨을 가져가겠다고요.

나무꾼이 딸들에게 이 말을 전하자 첫째 딸이 자기가 가겠다고 해요. 도깨비는 첫째를 업고 깊고 깊은 땅속나라의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집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올것이니 그동안 먹고 있으라며 사람의 다리 뼈다귀를 주어요. 도깨비의 말을 어기면 무서운 일이 생길것이라고 하면서요.

첫째는 뼈다귀를 지붕 위에 던져버렀어요. 사흘 뒤 도깨비가 돌아와 "쿵쿵 뼈다귀야, 걸어라!" 하니까 지붕 위에 있던 뼈다귀가 쿵쿵 걸어오네요. 도깨비는 첫째의 목을 부러뜨리고 구석방에 던져버렸어요.

나무꾼이 또 "아!' 하고 한숨을 쉬니 도깨비가 나타나 또 딸을 데려오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둘째가 도깨비를 따라 나섰지요. 둘째는 도깨비가 준 뼈다귀를 부엌 아궁이 속에 숨겨요. 도깨비가 돌아와 "쿵쿵 뼈다귀야, 걸어라!" 하니 아궁이에서 뼈다귀가 쿵쿵 걸어 나와요. 도깨비는 둘째도 목을 부러뜨리고 구석방에 던져 버렸어요.

두 딸을 보낸 나무꾼이 또 "아!"하고 한숨을 쉬자 도깨비다 또 나타났겠지요? 이번에는 셋째가 도깨비를 따라 나섰어요. 셋째는 뼈다귀를 아궁이 속에 넣어 불에 태우고 남은 뼈가루는 콩콩 찧어 가루를 만들었어요. 그 가루를 보자기에 담아 돌돌 말아 배에 찼지요. 도깨비가 돌아와 "쿵쿵 뼈다귀야, 걸어라!" 하니 셋째 배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 라는 소리가 납니다. 도깨비는 셋째에게 열쇠 꾸러미를 선물로 주었어요.

셋째는 방들을 열어보고 구석방에 있는 언니들을 발견했지요. 셋째는 도깨비의 이를 잡아주며 목이 부러진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 물으니 도깨비는 물약을 바르면 된다며 병을 건네줍니다. 또 셋째의 재치로 도깨비가 버들잎이 몸에 닿기만 해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되뇨.

그렇게 셋째는 물약으로 언니들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버들잎을 지붕 꼭대기에서 울타리까지 덮어씌우고 도깨비가 나타났을때 버들잎 자루를 던져 도깨비를 사라지게 합니다. 

아름다운 세 딸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구렁덩덩 새선비'이야기에서는 첫째, 둘째 딸들이 시집을 안가겠다고하여 셋째가 가게 되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착한 딸들이라 그런지 첫째부터 시집을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나무꾼이 딸들을 잘 키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이야기의 끝까지 집중해서 듣습니다. 도깨비가 첫째와 둘째의 목을 부러뜨렸다는 대목에서는 "와, 잔인하다!"라고도 하고, 셋째에게 똑똑하다고도 하고, 도깨비가 무섭긴해도 좀 멍청한 것 같다고도 합니다.

저는 뼈다귀가 쿵쿵 걸어나오는 장면에서 전설의 고향 '내 다리 내놔!' 하고 한쪽 발로 쿵쿵 쫓아오는 이야기가 떠올라 오싹하기도 했지요. 아이들은 잘 모르겠지만요. ㅎㅎ

만약 도깨비가 빨간색이 아닌 다른 색깔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아이들은 파란도깨비, 초록도깨비, 까만도깨비 다 괜찮을 것 같다고 하면서 그래도 빨간 도깨비가 가장 잘 어울리다고 합니다.

만약 나무꾼이 딸들을 보내는 대신 자신이 도깨비들을 따라갔다면 어땠을까요? 부모의 마음인지라 딸들을 보내는것보다 자신이 따라가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질문을 했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가 도깨비를 따라갔다면 그 딸들이 또 "아!" 하고 한숨을 쉬었을거고, 그러면 도깨비가 나타나 딸들을 다 데려갔을 것이라구요. 맞아요. 그럴수도 있겠어요.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들어본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처음 들어본 이야기에 도깨비가 등장하고 무서운 이야기이기에 아이들이 더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 캠핑가면 한밤중에 텐트안에서 불꺼놓고 입말로 한번 들려주어봐야겠어요. 또 다른 맛이 느껴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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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씨 뭐 하세요?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5
레너드 케슬러 글.그림, 서애경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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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을 보니 한 아저씨가 하얀색 집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사람들은 손짓을 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있는듯 하구요. 이 아저씨 이름이 소나무씨 일까요?

책장을 넘기니 색은 흰색과 보라색 뿐입니다. 아무래도 보라색이 아저씨에게 특별한 색인가 봅니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색일지도 모르지요. 포도나무 길에 사는 소나무씨의 이야기이니 포도가 연상되는 보라색이 대표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나무씨가 사는 포도나무 길에는 온통 똑같이 생긴 하얀 집 오십 채가 죽 늘어서 있습니다. 아저씨 말처럼 어느 집이 자기 집인지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소나무씨는 자기 이름과 딱 어울리게 집 마당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어요. 그런데 옆집 사는 누렁 씨와 초록 부인, 갈색 부인이 나무가 참 멋지다고 하더니 오십 채가 똑같이 마당에 소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네요.

소나무씨가 이번엔 커다란 떨기나무 한 그루를 심자 이웃들은 또 똑같이 소나무 옆에 떨기나무 한그루씩을 심었어요. 우리집만의 특별함을 갖고자 한건데 이웃들이 똑같이 따라해서 그 특별함이 없어져버린 거에요.

소나무씨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집을 보라색으로 칠하기로 했어요. 보라색 페인트를 사와 처억, 처억, 페인트칠을 하는데 역시나 쉽지만은 않아요. 야구를 하던 사내아이들의 공이 날아와 소나무씨 머리에 딱! 하고 맞아서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사다리로 뛰어오른 고양이를 못 보고 아래로 내려오다가 고양이 발을 밟아 우당탕탕 다함께 엎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소나무씨는 포기하지 않고 보라색으로 집을 모두 칠한답니다.

온통 보라색이 된 소나무씨의 집을 보고 회색부인, 초록부인, 갈색부인, 하양부인, 누렁씨는 한결같이 보라색이 너무 멋지고 예쁘다며 자신들의 집도 칠해야겠다고 합니다. 또 똑같이 보라색집이 오십 채가 될까봐 깜짝놀란 소나무씨는 '안돼요, 안 돼!'라고 소리쳐요. 이웃들은 소나무를 심고 떨기나무를 심은 것처럼 또 소나무씨를 따라하려는 걸까요? 정말 그렇게 되면 포도나무 길에 똑같은 보라색집이 오십 채나 되어 또 누구의 집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되는거잖아요. 소나무씨처럼 이야기를 보는 우리도 제발~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웃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칠할거라고 하네요. 휴~얼마나 다행이에요. 이제 포도나무 길에는 빨간색집, 초록색집, 갈색 집, 노란색 집들이 있지만 보라색 집은 딱 하나, 소나무씨 집 뿐이랍니다. 멀리서도 '저기가 우리집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을 볼 수 있어요. 네모반듯한 높은 건물이 쭉쭉 늘어서 있으니 거기가 거기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과 아파트 모양을 보면서 어떤 모양의 아파트가 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해본적이 있는데요. 아이들도 어떤 아파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동그라미 모양, 하트모양, 나비모양 아파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실용성면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이런 아파트들을 짓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다른 개성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다른 노력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갖기 위한 소나무씨의 노력은 쉽지않은 부분입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서 '아니오'라고 외치는 당당함이 필요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먼저 나서지지 않는 까닭이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숨기려하기보다 소나무씨처럼 당당하게 먼저 나서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 곁의 많은 소나무씨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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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1
박재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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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이래서 그렇대요>라는 이야기책이 있습니다. 가자미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망둥이 눈이 툭툭 튀어나오고 꼴뚜기눈이 꽁무니에 붙게 된 사연이 있는 유래 이야기이지요. 원래 생긴 모습에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렇게 생김새가 변화된 이야기는 전개되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 진짜로 이렇게 변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서도 유래 이야기는 왜 이것은 이렇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은 제목을 보는 순간 토끼와 두꺼비가 시루떡을 굴려 누가 먼저 먹나 내기를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비슷한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게'와 '원숭이'가 등장해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입니다.

옛날 옛날 층층 돌 쌓기를 하며 놀던 게와 원숭이는 시루떡이 먹고 싶어졌어요. 그냥 시루떡이 아니라 냠냠 시루떡이에요. 돌과 나뭇잎, 도토리를 층층이 쌓아올린 모습을 보니 정말 시루떡 느낌이 납니다.

게와 원숭이는 고개 너머 떡집으로 달려 갑니다. 냠냠 시루떡을 먹을 생각에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에요. 발걸음도 아주 경쾌합니다. 어떻게 시루떡을 구하려고 하나 궁금했는데 직접 만들어먹는 것이 아니라 떡집에 간 것이로군요.

맛있는 시루떡 냄새에 침을 질질 흘리는 게와 원숭이는 과연 냠냠 시루떡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원숭이가 좋은 꾀를 냅니다. 게가 방에 들어가 아기를 깨물기로 한 것이지요. 게가 잠든 아기 엉덩이를 깨물자 아기가 울고, 떡을 만들던 할머니와 엄마가 놀라서 방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온갖 종류의 떡들을 바라보고 있던 원숭이는 떡시루를 들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냠냠 시루떡이 든 떡시루와 함께 어느틈에 집어넣었는지 떡시루에 안에 떡꼬치 두 개도 들어 있습니다. 원숭이는 같이 가자고 소리치는 게를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서 고개를 넘어갑니다. 그리고는 나무 위에 올라가 냠냠 시루떡을 혼자서 먹고 있어요.

화가 난 게가 "못된 원숭이놈, 바람에 날아가 버려라!" 외치니 정말 센 바람이 불어 떡시루가 게 앞에 쿵 떨어졌습니다. 게는 냠냠 시루떡을 들고 조그만 구멍 속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요. 이번에는 원숭이가 안달이 났겠지요. 떡을 못먹어 심술이 난 원숭이는 솔솔 냄새가 새어 나오는 게의 집 앞에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똥을 눕니다.

화가 난 게는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꽉 물어버립니다. 마치 게가 원숭이 똥침을 하는 것 같은 자세입니다. 원숭이 엉덩이에 털이 홀라당 빠지고 빨갛게 된 것은 다 이래서 그런 것이래요. 또 게의 집게발에 털이 생긴것도 이래서 그런 것이라지요.

원숭이는 왜 엉덩이가 빨간 것일까?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래~ 하면 아하 재밌는 이야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게발에만 털이 있는 게도 마찬가지이구요.

이것은 왜 이렇게 생겼어요? 왜 이렇게 됐어요? 아이들의 끊임없는 궁금증은 오랜 옛날부터 계속되어 왔나 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이 만들어져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겠지요.

이 그림책은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림에서 보여지는 재미도 아주 큽니다. 게와 원숭이의 표정은 보는 사람도 유쾌해질만큼 환한 미소를 보여주기도 하고, 원숭이가 게에게 엉덩이를 물려 눈물을 쏟으며 우는 장면은 정말 아프겠다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납니다. 떡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 또한 그 절실함이 느껴져 귀엽기까지 해요. 갑자기 게와 원숭이와 함께 시루떡을 한 입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와 원숭이 이외에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것이 바로 꽃입니다. 동백꽃, 민들레, 찔레꽃 등 여러가지 꽃들이 등장합니다. 이 꽃들은 가만히 주위 배경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게와 원숭이와 함께 행동하는 듯 보입니다.

돌 쌓기 놀이를 할때는 누가누가 높이 쌓나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고, 게에게 아기를 깨물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장면에서는 동백꽃도 숨죽여 그 꾀를 듣고 있는 것 같고,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냠냠 시루떡을 맛나게 먹을때는 원숭이가 이 시간을 즐기도록 감싸주는 것 같고, 원숭이가 떡시루를 가지고 도망칠때와 게의 집앞에서 같이 먹자고 말할때는 꽃들도 함께 원숭이의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숭이가 똥을 쌀 때 왼쪽 꽃들은 냄새가 난다는듯 반대쪽으로 다시 몸을 기울이고 있고, 오른쪽 꽃들은 무슨 일인지 들여다보고 있어요. 게가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을때는 뾰족뾰족 가시가 돋힌 찔레꽃들이 함께 게를 응원하는듯 합니다.

글로만 읽었을때와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볼때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섬세한 배려에 그림으로 전해주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져서 보는 재미가 훨씬 더 커져 자꾸자꾸 보고싶어지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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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위위야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2
거빙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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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위는 몸은 쥐이고 얼굴은 사람인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인간쥐이다. 인간쥐는 애완용 동물로 사랑을 받지만 일반쥐와 마찬가지로 번식력이 엄청나 점차 버려지게 된다. 인간쥐들은 결국 일반쥐들처럼 땅 속으로 숨어들어가 살게 된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만들어놓고 필요가 없어지니 내치는 현실은 비단 인간쥐뿐만이 아닐 것이다. 현재에도 많은 애완동물들이 주인에게서 버려지고 있다. 인간쥐의 삶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인간쥐 위위가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이겨내나가는 성장이야기이면서 자기중심적인 우리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기도 한다. 

위위는 미친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슈퍼 지능을 지닌 쌍둥이 펑펑의 비교대상으로 함께 지내다가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도망치던 중 펑펑과 헤어지게 된다. 위위가 펑펑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만난 여러 친구들을 통해 위위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위위는 은젓가락을 통해 독극물을 검시하는 일을 배우고 죽을 고비들을 넘기며 힘겨워하지만 이때 배운 능력으로 다른 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위위는 죽은 아내 달빛을 그리워하며 아내의 모습을 조각하는데 자신의 삶을 바친 은젓가락을 보면서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스승의 기품은 바로 조각을 통해 나타나는 예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끈끈이에 달라붙어 평생 그 끈끈이 판자를 등에 메고 살아야하는 널빤지를 만난 위위는 그 누구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생활속에서도 늘 다른 이들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널빤지를 통해 혼자 살아가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알게 된다. 그래서 배에서 만난 천적인 담비와 마찬가지로 서로 사랑으로 품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도화원을 만들겠다던 펑펑을 찾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함께 탄 배에서 담비들을 만나고, 암초에 부딪쳐 배가 침몰한다. 케이지에 갇힌 담비들을 구하기 위해 보트에서 뛰어내린 위위는 담비들을 구한다.

자기 혼자 살겠다는 마음보다 케이지에 갇혀 꼼짝 못할 담비들을 생각하며 주저없이 뛰어내리는 위위를 보며 최근 일어난 세월호 사건과 겹쳐진다. 어쩜 이렇게 딱 들어맞는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이렇게 일침을 가하는구나!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비통한 마음에 한동안 먹먹해지기도 하고, 어쩌면 사람의 이기심이 동물들의 그 마음에 미치지 못함이 안타깝기도 했다.

위위와 새끼 담비들을 마지막까지 지켜낸 어미 담비는 '사랑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장 강한 무기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위위가 이제 외롭지 않다고 느끼게 된건 특별한 지능을 가진 천재만 행복하고 도화원에 가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보통 인간쥐인 위위가 마음속의 도화원을 찾아가는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쥐라는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소재였지만 위위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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