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씨 뭐 하세요? 길벗어린이 저학년 책방 15
레너드 케슬러 글.그림, 서애경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표지그림을 보니 한 아저씨가 하얀색 집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사람들은 손짓을 하며 무슨 말인가 하고 있는듯 하구요. 이 아저씨 이름이 소나무씨 일까요?

책장을 넘기니 색은 흰색과 보라색 뿐입니다. 아무래도 보라색이 아저씨에게 특별한 색인가 봅니다. 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색일지도 모르지요. 포도나무 길에 사는 소나무씨의 이야기이니 포도가 연상되는 보라색이 대표색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나무씨가 사는 포도나무 길에는 온통 똑같이 생긴 하얀 집 오십 채가 죽 늘어서 있습니다. 아저씨 말처럼 어느 집이 자기 집인지 찾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소나무씨는 자기 이름과 딱 어울리게 집 마당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어요. 그런데 옆집 사는 누렁 씨와 초록 부인, 갈색 부인이 나무가 참 멋지다고 하더니 오십 채가 똑같이 마당에 소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네요.

소나무씨가 이번엔 커다란 떨기나무 한 그루를 심자 이웃들은 또 똑같이 소나무 옆에 떨기나무 한그루씩을 심었어요. 우리집만의 특별함을 갖고자 한건데 이웃들이 똑같이 따라해서 그 특별함이 없어져버린 거에요.

소나무씨는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집을 보라색으로 칠하기로 했어요. 보라색 페인트를 사와 처억, 처억, 페인트칠을 하는데 역시나 쉽지만은 않아요. 야구를 하던 사내아이들의 공이 날아와 소나무씨 머리에 딱! 하고 맞아서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사다리로 뛰어오른 고양이를 못 보고 아래로 내려오다가 고양이 발을 밟아 우당탕탕 다함께 엎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소나무씨는 포기하지 않고 보라색으로 집을 모두 칠한답니다.

온통 보라색이 된 소나무씨의 집을 보고 회색부인, 초록부인, 갈색부인, 하양부인, 누렁씨는 한결같이 보라색이 너무 멋지고 예쁘다며 자신들의 집도 칠해야겠다고 합니다. 또 똑같이 보라색집이 오십 채가 될까봐 깜짝놀란 소나무씨는 '안돼요, 안 돼!'라고 소리쳐요. 이웃들은 소나무를 심고 떨기나무를 심은 것처럼 또 소나무씨를 따라하려는 걸까요? 정말 그렇게 되면 포도나무 길에 똑같은 보라색집이 오십 채나 되어 또 누구의 집인지 알아보기 힘들게 되는거잖아요. 소나무씨처럼 이야기를 보는 우리도 제발~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웃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홍색,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으로 칠할거라고 하네요. 휴~얼마나 다행이에요. 이제 포도나무 길에는 빨간색집, 초록색집, 갈색 집, 노란색 집들이 있지만 보라색 집은 딱 하나, 소나무씨 집 뿐이랍니다. 멀리서도 '저기가 우리집이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겠지요.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을 볼 수 있어요. 네모반듯한 높은 건물이 쭉쭉 늘어서 있으니 거기가 거기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과 아파트 모양을 보면서 어떤 모양의 아파트가 있으면 좋겠는지 이야기해본적이 있는데요. 아이들도 어떤 아파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동그라미 모양, 하트모양, 나비모양 아파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실용성면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이런 아파트들을 짓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다른 개성있는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다른 노력들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갖기 위한 소나무씨의 노력은 쉽지않은 부분입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서 '아니오'라고 외치는 당당함이 필요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먼저 나서지지 않는 까닭이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숨기려하기보다 소나무씨처럼 당당하게 먼저 나서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 곁의 많은 소나무씨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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