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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 독단, 야망 - 위험한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티브 테일러 지음, 신예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

잘못 뽑은 지도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이랬다 저랬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전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역시 잘못 뽑은 지도자가 21세기에 무려 계엄을 선포한 지금, 우리는 "대체 왜 사회 지도층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을까?" "왜 사람들은 이상한 지도자를 선택하고 추종할까"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러한 의문에 시원하게 답해주는 책이 나왔다.
영국 리즈베켓대학교 심리학 부교수이자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성가 100인’에 선정된 심리학자 스티브 테일러는 인간의 본성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사이코패스적인 악에서부터 간디와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의 이타적인 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범주에 걸쳐 있다고 하면서 이런 차이를 '단절'과 '연결'이라는 열쇳말로 풀어낸다.
즉, 스탈린과 히틀러는 극심한 단절 상태에 있는 "초단절형 인간(hyper disconnected
person)"인데 반해 간디 등은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초연결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초단절형 인간은 타인과 공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전체에서 떨어져
나온 단절된 조각처럼 느끼고 있어 항상 극심한 불안과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메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부와 권력을 추구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타인을 이용하고 괴롭히고 제거하는 잔혹성을 보인다.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프랑코, 마오쩌둥, 그리고 트럼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초단절형 인간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세상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얻는 것으로 그 결과 세상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힌다. 반면 간디나 만델라와 같은 초연결형 인간이 추구하는 주된 목표는 세상에 최대한
많이 베풀고 세상이 치유되도록 돕는 것이다"(286쪽)
"이들은 권력이나 부를 통해 자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이들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축적이 아니라 ‘기여’다"(291쪽)

이 책은 극심한 단절의 상태에서 연결성이 높아지는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암울한 내용에서부터 출발한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이 20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로 짧은 분량이고 여러 가지 화두를 제시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가독성이 좋다. 목차만 보아도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명확하고 간결한 소제목을 보다 보면 상세한
내용이 궁금해진다. 예를 들어 △왜 초단절형 인간이 되는가 △히틀러와 스탈린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초단절형 인간이 권력을 장악하는
방식 △충격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정계 진출 △나쁜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왜 뽑을까 등 흥미로운(그러나 씁쓸한) 내용과
함께 △공감과 이타성을 깨우는 법 △가장 큰 힘은 오직 '연결된 다수'다 등 희망적인 내용도 있다.
저자는 먼저 심리학자들이 사이코패시와 나르시시트적 인격 장애 등으로 설명하는 초단절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단절 장애가 범죄로, 테러리즘으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그 후 기업에서, 정계에서 맹활약(?!)중인
초단절형 인간들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서술한다(암울하고 섬뜩한 예시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 더 와닿는 것 같다) 또한, 이러한 초단절형 인간이 정상적인 사람들로 이뤄진 사회를 통제하는 정부를 의미하는 ‘병리주의’가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문제라 보고 병리주의의
역사적 배경 및 파괴적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러한 초단절형 리더를 선택하고 심지어 추종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종종 이러한 리더에게 카리스마를 느낀다. 리더의 충동성을 결단력으로, 나르시시즘을 자신감으로, 무모함을 대담함으로 착각(98쪽)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개인적인 요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초단절형 인간에게 매력을 느끼는 데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이를 "포기증후군"이라
부른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데 지친 많은 사람을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강력한 부모와 같은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숭배하고 싶어하는데, 바로 이러한 점이 컬트 리더나 구루, 초단절형 리더에게 끌리는 근본적
이유라고 한다. 이러한 상태는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력에 완전히 기대어 살아가는 유아기의
상태와 매우 유사하다(217쪽)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도 초단절형 리더는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가 그들의 폭주를 제어하는 좋은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비록
극심한 분리 상태에 있어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무례하다고
인식되는 일이라면 무엇에든 거짓으로 대응하며(148쪽)”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같은 단순한 사상을 홍보하면서 특정 민족 또는 종교 집단을 악마로 몰아세워 적에게
대항하는 집단 정체성을 만들어내지만(149쪽)” 미국보다
더 단절된 사회인 러시아의 푸틴이나 북한의 김정은과 같이 행동할 수는 없다. 언론과 다수의 합리적인
국민이 있고, 사회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병리주의 사회의 리더인 푸틴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트럼프가 더욱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병리주의 사회의 리더인 푸틴이나 김정은을 부러워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전세계적으로 초단절형 리더들이 맹활약(?!)하고 있지만, 인류는 원래 연결지향적인 존재라고 하면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온 시간의 95퍼센트 동안 연결형 사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연결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최근의 초단절형 사회는 일탈적 현상임을 보여
준다(242쪽)”고 언급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타적 행동을 하기도 하고, 평등이나
환경주의 등 타인과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의식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타인에게 더 많이 공감하는 방향, 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공감 능력과 양심을 가졌다.”고 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1021)
<책 속의 문장>
--- 왜 연결형 리더보다 초단절형 리더가 더 눈에 띄는가?
연결형 인간은 대체로 권력에 끌리지 않는다. 이들은 분리된 상태를 겪지 않기 때문에 권력이나
부를 축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의 하나로 리더의 역할에 내력을 느껴
이타적 리더가 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많은 연결형 인간은 리더 역할에 거리낌을 느낀다(156쪽)
연결형 인간은 자기 자리에 머물면서 같은 수준의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를 좋아한다. 통제나 권위가
아니라 연결을 원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지나친 스트레스와 책임감 또는 지나친 관심 없이 조용히 살고
싶어 한다. 초단절형 인간과 달리 대체로 자부심이 강하고 내적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활동하거나
주의를 전환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현대 정치에 수반되는 미디어의 끊임없는 관심은 이들에게 별로 큰
매력이 되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연결형 인간이 정치에 뛰어들기를 꺼리는 덕분에 리더 자리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초단절형 인간의 몫이 된다(157쪽)
--- 이타적 리더에 대한 흥미로운 예시
초연결형 리더의 예로 모잠비크의 전 대통령 조아킹 시사누가 있다. 1992년, 모잠비크의 내전은 15년간 무너져 버린 폐허와 약 100만 명의 사상자를 남긴 후 끝이 났다...그러나 시사누는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옛 정적들에게 복수하기보다 타협하고 기소나 처벌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반군에게 모잠비크군 자리의 절반을 제공하고 합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정당을 창당하도록 독려했다.
2년 후,
모잠비크 최초의 다당제 총선이 열렸다. 시사누는 전 반군 리더와 투표에서 맞붙어 승리를
거뒀다. 이후 빈곤을 줄여 지속적 평화를 구축하는 임무에 착수했다.
1992년에 시사누가 명상을 배웠다는 점에
주목할 만한다.... 1994년에는 모든 신입 군인과 경찰에게 반드시 하루에 두 번씩 명상을 하도록
지시했다 (296쪽)
--- 단절된 리더를 이기는 것은 깨어 있는 우리다
이제 우리는 인간 행동에서 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바로 인간이 서로, 그리고 세상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정도, 즉
연결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진보는 분리감과 이기심이 줄어들고 공감과 이타심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분리의 환상을 초월하고 우리가 타고난 하나됨을 발견하는 것을 뜻한다(334쪽)
모든 초단절형 인간이 치료되길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특히 초단절형 인간이 권력에 접근할 기회를 제한해 그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340쪽)
그러기 위해서는 심리학자 및 기타 정신 건강 전문가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정부나
조직에서 심리학자를 고용해 후보자의 성격과 행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비춰 후보자가 리더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342쪽)

<감상평>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자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서, 이
책이 영성에 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인지 전혀 몰랐다. 요즘 영성(마음챙김) 관련 책을 편식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요즘의 정치와 사회를 분석한 책을 읽어보자는 마음에 (심지어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이 책을 선택했는데, 놀랍게도 "우리 모두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연결된
존재이다"라는 영성 책에서 늘 언급되는 메시지에 가닿았다. 저자가 최근 10년간 계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성가 100인에 선정되었다는 것, <자아폭발><마음의 숲을 걷다(우울과 불안을 다스리는 여덟 가지 감정
레시피)><보통의 깨달음> 등 저자가 집필한
마음챙김에 관한 책이 우리 나라에도 여러 권 번역되어 나와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저자는 모든 고통과 불행을 단절에서 온다고 하면서 우리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특성인 '연결'을 되찾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공감의
스위치를 켜는 강력한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하기도 한다.
병든 사회, 포기증후군에 잠식된 단절된 사회에서는 초단절형 불통
리더와 그 그룹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22년에
출판되었는데, 만약 이 책이 지금 나왔다면 저자는 한국의 사례를 추가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작년 12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고, 다행히 포기증후군에 잠식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초단절형 불통 리더의
폭주를 저지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마지막 계엄이 있었던 1970년대, 1980년대 사회와 다르다. 그렇지만, 지금 정치인들 중 강력한 연결'을 바탕으로 한 이타적 리더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우리가 그러한 정치인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걸까. 많은 사람들의 연계와 행동으로 얻어낸 값진 기회가 또다른 초단절주의 세력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두드러지고 있는 반목과 갈등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가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연결'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도자들이 전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지,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궁금하신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