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니 in 부다페스트 - 일기 쓰러 갔어요
나경진 지음 / 렛츠북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표지에 작게 쓰여있는 말처럼 [일기 쓰러 갔어요]라는 말이 어울리는,
얼핏 보면 일기 형식의 여행기 같다.
하지만 사실은 부다페스트의 이곳저곳 보다 저자 개인의 마음속을 구경할 수 있는 감성 일기책이다.
이 책에서는 마치 두 가지 미션이 있는 것 같았다.
여행 떠나기와 저자의 목표인 책 출간하기.
자비출판을 하며 그녀가 겪는 일들을 관찰했다.
친절하게도 속마음까지 다 적어주는데다 화법도 재미있어서
책을 읽다 보니 마치 아는 사람 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들었다.
(자비출판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이 읽어보셔도 좋을듯 하다.)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답게 짐 싸는 이야기나 탑승수속을 밟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재미있다.
사진은 없지만 사진이 있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솔직한 입담 덕분이리라.
"제발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 -->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에 승무원들이 엄청 떠들었나 보다.
저자는 마음속으로 제발 닥치라고 외치며 고통스럽게 비행을 마친다.
내가 최근 읽었던 책 중에 이렇게 날것 같은 표현이 있었던가. ㅎㅎ
이 한 문장으로 저자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부다페스트에 머물며 지내는 이야기.
만남과 이별에 대한 그녀의 속마음 이야기에는 나도 먹먹해짐을 느꼈다.
과거에 겪었던 혹은 누군가는 지금 겪고 일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폰트가 막 바뀐다는 것이다.
발랄하고 유쾌해 보여 읽는 나는 기분이 좋았다.
이름에 '진'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지니라고 많이들 불린다.
나는 지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램프의 요정 지니가 떠오른다.
실제로 수많은 지니들은 나름대로의 대단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재주꾼인 경우가 많았다.
저자 나경진 씨도 지니다.
평범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나눌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지니.
저자는 "지니 in 000"라는 이야기들을 쭈욱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다음 여행지가 어디일지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