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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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와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있었던 일이다.

우회전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데 횡단보도 앞에 서서 길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룸미러로 뒤를 확인해 보니 내 뒤에도 차가 주욱 따라오고 있었다.

이럴 때는 내가 서는 게 맞다.

차를 세우니 아이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길을 건넜다.

그래서 나도 손을 마구 흔들어 주었다.

이 모습을 본 우리 집 고딩은 "오, 엄마 의외의 모습이야."

"배려는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아는 거야. 엄마도 어릴 때 모르는 어른들한테 받은 게 많거든. "

나는 어릴 때 집에서 귀하게 자라진 않았지만,

모르는 어른들에게 존중받고 도움과 보살핌을 받은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내려오기 어려운 비탈길에서 쩔쩔매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나 내 손을 잡아준 아주머니도 계셨고,

배가 아파 버스 정류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나를 일으켜 약국에 가서 약을 사주신 분도 계셨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들이 나를 키워주셨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외면하지 말아야지.'

도움을 받을 때, 혹은 존중을 받을 때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어린이들이 어떤 대상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경험한 어린이들에 대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생각이 올바르게 담겨진 책이었다.

책 속에 저자가 주장하는 어린이날에 관한 이야기가 참 좋았다.

부디 어린이날이 저자가 말하는 그런 날이 되기를 나도 희망한다.

(책을 읽어보시면 압니다.ㅎㅎ)

2020년에 출간된 이 책은 꽤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이야기는 뭔가 귀감이 되지 않을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내용을 훑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책을 읽기가 저어 되었던 이유는

솔직히 나는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속이 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쓰고보니 옹졸해 보이긴 한다.)

자폐성 장애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 다른 아이들이 조잘조잘 말하는 것은 참으로 부럽다.

굳이 부럽고 속상하고 괜스레 서글퍼지는 내용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은 나도 어린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은 속상할 내용이 아니었다. 타인을 존중하듯 어린이들도 존중하고 지켜줘야 함이 마땅하다.

나도 최선을 다해서 다른 아이들을, 그리고 내 아이를 존중하고 아껴주고 싶은 생각이 더 커진다.

사랑이 커지는 책이라고나 할까.

책의 저자 김소영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참으로 배울게 많은 분이신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작가님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역시 책에서 들려오는 모습, 목소리 그대로였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 다시 한번 새삼스레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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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스쿨
캘버트 크레리 지음, 강예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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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정의해 보자면~

"꽃에 관심 있는 사람 모두 모여라~~!"

하고 싶은 책이었다.

절화로 꾸미는 꽃꽂이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된 지 몇 해 되지 않은 초보자로써

이런저런 꽃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보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뉴욕의 플라워 스쿨의 노하우를 담았다.

물론 그 많은 스쿨의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마스터 플로리스트의 수업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꽃의 색상 고르기와 꽃 구매하기, 꽃병 고르기와 손질하기. 기본 기술 등등 많은 내용들을 총망라해 책 한 권에 담았다. 수많은 내용을 한 권에 담기까지 저자의 고민이 상당했을듯하다.

특히나 색상 고르기는 초보 플로리스트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또한 시장에서 꽃을 고르는 방법과 정원에서 얻은 꽃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작품으로 만들지에 대해 나온 부분이 크게 인상 깊다.

꽃은 꼭 시장에서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주변의 들꽃을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거의 꽃집이나 온라인을 통해 꽃을 구매하는데, 외국의 경우에는 다양한 경로 - 식료품점이나 농수산시장-로 꽃을 구할 수 있는 점도 인상 깊었다. 우리도 다양한 경로로 꽃을 구입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듯 하다.

책 속에 '같은 꽃을 만나는 일은 없다.'라는 말이 크게 와닿는다.

앞으로는 꽃 한 송이 한 송이 더욱 의미 있게 만날 수 있을 것

꽃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꽃꽂이에 취미가 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의 플라워 스쿨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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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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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며 동생은 "왜 그렇게 슬픈 책을 읽고 있어?"라고 물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저 슬프기만 한 것일까.

제목만 보면 슬픔에 사무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슬프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저자 레이첼 클라크는 호스피스 의사이다.

레이첼이 처음부터 의사였던 것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로 왕성히 활동하다가 어느 계기가 있어 뒤늦게 의학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되었다.

(저자는 의사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사의 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자신의 길을 잘못 선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의사가 된 계기는 이러하다.

한가한 날에 벌어진 끔찍한 테러로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는 무력감이 생겼고, 사람들을 돕고자 의사가 되었다. ( 저자의 이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저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치료해야 할 대상이나 부품으로 생각하는 몇몇 의사들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을 택했고,

사람들이 존엄을 가지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는 죽음이 새삼스러운 끝이 아니라 우리는 늘 죽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책 속에는 호스피스 병동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목에서 암시하듯 저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과정은 의사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자식의 입장에서 적은 글들이라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운이 많이 남는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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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속의 우주 -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
한동훈 지음 / 호밀밭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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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꽤나 두툼함에 놀랐다.

저자는 글자와 관련해 얼마나 하고 싶은 이야기 많았기에 이렇게 두툼한 책을 만들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과 글자의 이야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정말 온 우주가 글자 안에 다 들어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글자체에는 그닥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구나.'를 깨달았다.

획 하나하나 각도 하나하나마다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나는 그저 글자의 의미만을 좇고 있었나 보다.

글자 용어 구분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정말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동차 로고의 역사부터 우리나라 가요 앨범은 물론이요, 온갖 간판들과 올림픽 엠블럼들..

방송 자막들과 도로, 온갖 아파트들의 글자들..

그리고 얼마 전 대유행을 했던 벌레체 일명 새오체까지..

글자체의 시대적 변화는 물론이요, 시대의 유행과 글자를 쓴 사람의 의도까지 파악해 내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에도 관심이 많다는 저자는 이런저런 우리나라 근대사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아니, 이 분은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무렵 책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어릴 적 고속도로를 타면 도로공사의 심볼이 궁금해졌고,

교과서를 받으면 교과서의 글씨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정말 태생이 서체 디자이너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린 시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자신의 관심분야로 직업을 선택하신듯 하다.

우주에는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오히려 밝혀진 것들이 더 적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에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담았을까?

내 생각엔 아닐 것 같다.

저자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거나, 아차 하고 잊었던 부분은 속편으로 제작되지 않을까 싶다.

글자라는 주제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준 저자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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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2021-11-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자입니다^^ 잘 읽어 주셔서 저도 감사 말씀 드려요.
적어주신 대로 미처 못한 얘기는 속편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답니다.
혹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쓸 수는 있지만, 글자라는 큰 틀은 계속 지향하려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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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이란 더하는 것이 아닌 빼는 것이라는 책의 주인공..

정유정 작가의 지난 작품들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소재 또한 늘 신선하고 독특했기에

정유정이라는 이름을 보고 바로 이 책을 구매했다.

책의 초반 부분을 읽으며 설마 이것은 그 사건?? 하고 떠오르는 사건이 있었다.

전 국민이 경악할 만큼.. 많은 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

이름을 입에 담기도 싫은 고유정 사건과 이 책의 이야기는 많이 닮아 있다.

물론 저자는 책의 말미에 '그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책을 읽으며 진짜 그 사건의 많은 부분과 비슷했고, 피해자들이 떠올라서 읽기 힘들었다.

(게다가 작가 특유의 상황과 심리묘사가 더해져 ㅜㅜ)

책 서평을 보면 다들 칭찬 일색이었는데..

나처럼 읽기 힘들다거나, 실제 사건과 너무 비슷해서 실망한 분은 안 계신지..

나만 이런 건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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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ypinky 2021-10-19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번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