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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며 동생은 "왜 그렇게 슬픈 책을 읽고 있어?"라고 물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저 슬프기만 한 것일까.
제목만 보면 슬픔에 사무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슬프기만 한 책은 아니었다.
저자 레이첼 클라크는 호스피스 의사이다.
레이첼이 처음부터 의사였던 것은 아니다.
저널리스트로 왕성히 활동하다가 어느 계기가 있어 뒤늦게 의학 공부를 시작해 의사가 되었다.
(저자는 의사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의사의 길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버지의 영향 때문에 자신의 길을 잘못 선택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의사가 된 계기는 이러하다.
한가한 날에 벌어진 끔찍한 테러로 부상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는 무력감이 생겼고, 사람들을 돕고자 의사가 되었다. ( 저자의 이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저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치료해야 할 대상이나 부품으로 생각하는 몇몇 의사들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을 택했고,
사람들이 존엄을 가지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는 죽음이 새삼스러운 끝이 아니라 우리는 늘 죽음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책 속에는 호스피스 병동의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목에서 암시하듯 저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과정은 의사의 입장에서가 아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자식의 입장에서 적은 글들이라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운이 많이 남는 내용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