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트라 - 마이 웨이, 내 방식대로 현대 예술의 거장
앤서니 서머스.로빈 스완 지음, 서정협.정은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예술의 거장이고 그 이름 자체가  전설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평전이라니! 
엄청난 팬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전설 그 자체'인 이 가수의 인생이 당연히 궁금했습니다.
가십은 엄청 많이 들었는데, 실제 인생은 알 수 없었습니다. 몰라도 사는 데는 지장없지만 말이죠.  
1900년 초 이탈리아 이민가족의 미국 정착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미국 현대사를 한번 쭉 훑어본 것 같습니다. 
이른바 최초의 아이돌이었고, 왕성한 정치활동을 했으며,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대통령 케네디와 그 형제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이루다 못해 여러 사건사고와 연루되었던 인물. 책에서는 그가 마피아와 연루되었다는 소문을 증명하는 여러 증거가 제시 됩니다.  그 인생역정이 평탄할 수는 없었겠죠. 
책 두께 보고 깜짝 놀랐지만 현대 대중문화 역사 그 자체인 이 가수의 삶이 이 정도로 정리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일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당시의 사회상을 그만큼 세세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리고 '평전'인데 재미있습니다. 시나트라의 인생이 워낙 스펙타클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라 대략 '스타'라고 알고 있던 인물의 실체가 손에 잡히는 듯도 하고, 
반대로 정말 이런 인물이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현대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팝송을 듣기 시작했을 때도 옛날 가수였지만, 그의 노래는 그 자체로서 좋습니다.
다큐멘터리로 영상화 된다면 귀가 정말 호강하겠구나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수 고양이의 비밀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억세게 운이 좋아서 #하루키에세이클럽에 당첨됐다. 책은 진작에 받았는데, 이래저래 중간에 일들이 많아서

이제야 서평(이라고 쓰고 독후감이라고 읽는)을 올리게 됐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신간이 나오면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그게 좋아하는 작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알고보니 팬이었던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ㅎㅎ

그래도 굳이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소설작품 보다는 이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해변의카프카 이후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옴진리교사건 이후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해서 출간한 #언더그라운드 시리즈를 읽고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특히, 무심한 듯 그러나 퉁명스럽지 않은 문체가 좋아서 계속 읽고 있다. 이 부분에선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할 것 같다.

이 책 #장수고양이의비밀은 1995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60여개의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삽화는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 귀여움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

첫번째 에피소드인 '벌써 십년도 지난 일인데'를 시작으로 중간 중간 못다한 이야기를 더 풀어놓은 '덤'과 '부록'까지 어느 하나 버릴 글이 없다. ㅎㅎ

어떻게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을 듯 시시해보이는 일상이 대부분이지만, 사실 그 글을 쓴 작가 이외에는 그런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독자의 바램아닐까 한다.

어느 하나 빼 놓을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특히 인상에 남은 이야기들은 있었다.

모래톱에서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시시껄렁한듯한 이야기를 하다가 툭 던진 한 마디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p.31)' 처럼.

꽤 오래 읽어왔어도 사실 '하루키 특유의~'를 이야기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

그러나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의 건조함에 숨어있는 수다스러움이 재미있다.

올 봄이었나, 무슨 기획특집이었나 하루키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동안 SNS에 그 음성파일링크가 계속 공유됐는데, 뭔가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져서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에세이를 읽을 때 좋은 점 중 하나가 지금 내가 특별히 힘든 상황에 처해있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시시껄렁'하고 '소소'하고 '바보같아서(라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아주 큰 위로가 됐다. ^^

기억에 남는 문장들은

"세상에는 예측 못할 갖가지 수수께끼와 위협이 가득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하고 무탈하게 살아가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p.105)"

"짐작건대 뮤즈는 몇백 마리에 한 마리 있을 귀중한 고양이였고, 그런 고양이를 만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p.146)"

" 세상엔 실로 갖가지 함정이,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은밀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살아가기란 그리 간단치 않다.(p.171)"

"언제까지고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그렇듯 귀중한 인생의 반려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긴 세월이 흐른 뒤 사람의 마음가짐에 큰 차이가 생길 것이다.(p.241)"

"더 큰 충격은 이 세상에서 어떤사람이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무의식적인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잔혹하고 냉엄한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도 한 사람의 작가로서 그 사실에 깊은 두려움을 느낀다.(p.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세이를 읽을 때는 저자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저 프랑스의 유명작가로 알고 있던 작가입니다. 이번 신간 '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출간 준비 과정을 SNS에서 알게 됐을 때만해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짧은 문장들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첫번째 에피소드의 제목 " 내가 가진 개 한마리와 가졌던 닭 여러마리' 처럼 말이죠. 대체 그들 한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작가는 원래 한 줄의 문장으로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지만 제목부터 사람을 궁금하게 하다니!!

이 책 ‘몽테크리스토 성의 뒤마'는 그 위풍당당한 외모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한 톤 다운된 듯한 민트색 바탕에  금박장식!( 유럽스럽워요!)
여느 책들 처럼 근엄한 표정을하고 이 쪽을 건너다보는 작가의 초상화가 아니라 양손에 앵무새와 원숭이 우리를 들고, 곧 어디로든 길을 떠날 것처럼 한 껏 신나보이는 뒤마(아마도)! 
마치 ‘어서와, 나의 동물 이야기를 들어볼래?’ 하는 듯한 유쾌합니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책을 받고 가장 놀란 것은 그 무게였습다. 두껍기는 종이사전 반토막인데, 가볍기가 깃털(?) 같네요.
그 ‘뜻 밖의 가벼움’이 읽어야 할 분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뭐 그닥 부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뒤마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큰 성공에 힘입어 ‘몽테크리스토성’이란 저택을 짓고 기거했던 시기를 전후해서 그가 길렀거나, 그에게 큰 인상을 주었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 시기에 그가 살아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글은 신선함과 낯설음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개의 경우 ‘진입장벽’이란 것을 믿지는 않습니다. 쓰는 것도 싫어하구요.
그러나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글을 접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장벽’보다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처음 ‘개와 닭’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직 문장을 익히지 못해서, 함께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에는 서술도 흔한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첫 장을 잘(?)넘기고 나자 스코틀랜드 출신 포인터종 망나니 개 ‘프리차드’가 등장합니다.  그와 함께 뒤마의 주변인물들도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그가 몽테크리스토성에 기거하기 전부터 등장하는 동물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이미 첫 장의 제목처럼 닭이 있었고, 개 , 고양이, 원숭이, 말,  독수리 등.  대체로 영악하게 망나니 짓을 한 프리차드와의 에피소드가 중심을 이루지만 다른 동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습니다.  덧붙여 가끔 얄밉도록 적정한 ‘삽화’가 따라나옵니다. 정성들인 듯 대충 그린 듯 애매하지만 동물들 때문에 당항한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재미있습니다. 거의 책 말미까지 함께한 프리차드에 대한 애정이 도드라집니다. 표현 방식의 차이겠지만, 문장은 그닥 그 개를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200년쯤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의 애정표현 방법의 차이일 수도 있겠죠.  미사여구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애정이 묵직하고 깊습니다. 

‘뒤마’의 글은 유쾌하고 능청스럽게 느껴집니다. 시치미 뚝 떼고  자신은 엄청 근엄하고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뭔가 장난스러운 웃음이 배어나오옵니다다.  예를 들면 데보랑이란 말의 복수(뒤마의 주장)로 아들 알렉상드르와 함께 사선을 넘을 뻔 했을 때도  ‘알렉상드르의 몸은 내 몸위로 가지런히 포개진 덕에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안전했다.(p.214)’ 같은 식으로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에는 혹평을 하는 비평가들과 마주하고, 정치에 나섰다가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인생의 파고가 엄청났던 작가인데도 감정의 기복보다는 삶에 대해 여유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물론, 사람의 모습은 다층적이기 때문에 속내가 어땠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요.  희곡이나 소설이 아닌 글들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다시 펼쳐보면 좀더 많은 함의가 보일 것 같습니다.  뒤마의 팬이든 뒤마를 잘 몰랐든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문장을 읽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엉뚱한 동물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더 엉뚱한 뒤마의 시선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의 전말을 조사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화자가 재 구성한 조사 장면입니다. 서서히 피해자의 모습,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각각의 회상 또는 이야기를 통해 그 죽음을 기점으로 싫었든 좋았든 함께한 추억과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애매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유력한 용의자도 제 각각입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 죽음은 각자의 삶에 커다란 구멍과 같은 상처를 남긴 건 확실해 보입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주정뱅이’를 읽을 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지극히 건조한 듯 하지만 감정이 스미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아련하지만 선뜻하기도 한 이 이야기의 다음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란한 세상 을유세계문학전집 96
레이날도 아레나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펼친 순간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가게 '현란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문장과 어휘, 이야기의 전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이라고 시작한 이 작품은 관점의 변화가 숨가쁘게 이루어집니다.  읽으면서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지 않은 걸음이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셀 수 없는 상징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들.
자유를 갈구 하지만, 어느 곳에선가 수사가 갖혀있던  수 천  개의 새장으로 이루어진 저택처럼 이야기들이겹겹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사가 여정을 이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일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수사가 혹은 내가, 또는 네가 걷는 그 모든 순간이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비유로 사용되는 낯익은 이름들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설정, 낯선 전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 이 작품 자체가 '현란한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 모르고 지났을 수도 있는 작가일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그 만큼의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