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는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동생 '소이'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실종의 상황이 길어지던 어느 시점에 제과 회사에서 딸기 맛 웨하스에 '소이'이모의 사진을 광고로 내면서 '메리 소이'가 됩니다. 

선의를 그다지 가장하지 않은 홍보를 통해 '우리' 집은 딸기맛 웨하스 컨셉으로 단장을 하게 됐고, 

'메리 소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대체로 '메리 소이'가 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모습들로 엄마를 찾아왔던 이들은 어느 정도 과장된 친밀감을 보이다가 떠나갑니다. 

다 큰 나이에도 인형 '미사엘'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나'는 삼촌과 하나뿐인 친구 '마로니'(본 캐릭터는 드라마 작가 마영희)와 그저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나무스씨의 패턴 수업에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움직이는 영역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마치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듯 '메리 소이'를 기다리던 '나'의 가족들의 삶은 조금씩 변해가며 계속 이어지고, 나도 '당신들 같은' 평범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사건들은 이상하지만, 촘촘합니다. 진짜 엄마의 동생인 '소이' 대신 문을 두들기는 '메리 소이'들의 행렬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온 '제리미니베리'를 맞이하며 가족들은 '기다림'을 끝냈다고 할지, 더이상 '메리 소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낍니다.  

'내'가 세상으로 나가기 시작했을 때 만나게 된 '마로니'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더할 수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드라마 작가로 등장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 할 수 없이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차림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킵니다. 

삼촌과 마로니와 나의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않았고, 나는 이제 물건들을 팔며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어떤 '기다림'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메리 소이'가 이 가족들에게는 '고도'가 아닐까 했는데, 직접적으로 '고도를 기다리며'가 언급되어 반가웠습니다. 


이상하고, 조금은 쓸쓸했던 이 작품은 사실 디테일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메리소이를 기다리며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읻다출판사#넘나리2기#메리소이이야기#송미경장편소설

그건 뭐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미 우린 누구도 그 긴 이름의 순서를 바꾸거나 혼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에겐 메리 소이라는 지긋지긋한 기 다림이 끝난 것, 그래서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P47

파괴적인 일을 하거 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 확실했고 시간을 좀 더 빨리 허비하기에도 좋았고 아나무스 씨의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수업을 듣는 것도 꽤 괜찮았다. - P75

이렇게 글로 적고 보면(문장이란 대부분 제정신의 산물일 테니)
황당하지만 삶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흥미로운 것이었다. 온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수두룩 한데 달걀껍데기의 균열로 점괘를 읽어내는 것이 왜 말이 안 되겠는가! - P108

YES와 NO 둘 중 하나로 인생을 정해주는 방식에 사람들은 만족해했다. 그들의 인생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 P110

당연해서 그러는 거였다. 내가 엄마에게 당연하듯 아빠가 엄마에게 당연하듯. 엄마에겐 제리미니베리가 당연했다. - P145

"누가 뭘 하든 내버려두는 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집, 때리거나 욕설하지 않는 부모, 그렇다고 괴상하리만큼 화목하거나 가족주의에 빠져 있지도 않은 가족구성원. 이것은 그야말로 정원과 같은 거지." - P151

마음의 무게는 기억을 조작한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에 곱하기를 하는 것이다. 나와 내 동생의 시간이 모두 통편집된 것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 중에 의미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P155

그리고 어떤 날엔 그런 생각을 한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올 것 같다고. 다시는 원더 타운에서, 합정에서, 구반포에서, 그리고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발소리를 내며 걸어올 것 같다고. - P166

나는 마로니의 죽음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다만 내 삶 어딘가에 영원히 열 수 없는 문이 하 나 생긴 기분이다. - P195

내가 메리 소이를 기다렸건 기다리지 않았건 메리 소이를 끝없이 기다리고 살았던 것은 내 삶에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고. 늘 변하지 않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이었다고. - P200

그리고 언젠가 내게 한 번은 이상한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전혀 우스꽝스럽 지 않은 장엄한 풍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런 소설, 우리 동네 사람 모두가 동시에 날아올라도 아무 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소설을 쓸 것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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