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의 학습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엄마다. 실제로 3세 때부터 공부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매일 5분씩 앉아 4조각 퍼즐 맞추기, 선 긋기, 가위로 선 따라 오리기 등을 하였고, 그때부터 지금 8세까지 꾸준히 아침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왔다. 자연스럽게 또래보다 조금 앞서 나가게 되었고, 다양한 교육 경험과 학습 기회를 제공해 왔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빠르게 익히고 좋은 성과를 보이면 마치 나의 성과인 것처럼 뿌듯함을 느끼곤 했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욕심도 커졌다.
그래서 늘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지곤 했고, 그런 이야기를 애써 피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확증편향의 무서움을 알기에 교수님의 의견을 경청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신청하게 된 교수님의 신간, '너무 빨리 배우는 아이들'.
저자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선행학습이 오히려 학습 동기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창의성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또한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놀이 경험이 필수적인 시기이며, 아이가 성취를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될 때 나타나는 심각한 부작용을 저자가 직접 마주한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저자가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종종 아이가 얼마나 빨리 읽고,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또래보다 잘 푸는지에 집중한다. 나 역시 아이의 영어 독서 수준이나 학습 진도를 자주 확인하며 또래와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이가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실패를 견디며, 자신의 흥미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조기 학습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은 아니다. 적절한 자극과 풍부한 학습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되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모가 아이의 가능성을 키우려는 마음과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발달 속도 사이에서 균형을 잘 찾아가고, 늘 아이의 정서와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이 책은 조기교육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든 부모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단순한 육아서를 넘어 부모의 교육관을 점검하게 하는 안내서이며, 아이의 뇌 발달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내고 있어 내 아이의 뇌가 지금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