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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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로 날아갔다. 표지의 너무나 아름답고 한적한 모습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는데 책을 읽으면서 참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느릿느릿 복작복작”은 부제가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이다. 여행이 불가능한 시기에 포르투갈의 시골을 여행했다. 참고로 이 책은 여행 서적은 아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삶이 담긴 에세이로 보면 되겠다.

저자 라정진 님은 포르투갈 남자 알베르토와 가정을 꾸려 시골 작은 마을 알비토에서 살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150년 된 집에서 알베르토 가족의 이력이 살아있는 집을 상상해보았다.

내가 사는 집은 8년이 안 된 집이다. 고향 시골의 집은 새로 고쳐서 길게 잡으면 23년쯤 된 것 같다. 물론 그 터에 그대로 있었지만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로 지어서 과거의 이력은 없다. 살고 있는 집에 얼마나 거주했는가? 아마 몇 십 년이 될 수도 있지만 집의 이력이 포르투갈의 이러한 집은 아닐 것이다.

150년 역사라니 참 부럽다. 전통에서 근대가 입혀지고 현대로 진행하면서 옛것은 더 이상 귀한 것이 아니었다. 아름다웠던 과거의 흔적들을 남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렸을 때 집에 수를 놓았던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 박물관에 가니 집에서 보았던 수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저자의 경우 이불과 베갯잇은 남편의 할머님이 수놓으신 리넨 제품이라고 한다. 그 물건들이 아직 남아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아이들은 40년 된 장난감을 갖고 논다고 하니 서양 사람들의 이런 모습은 도대체 무얼까? 새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자원의 활용 면에서 보면 너무나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된 물건이 집에 있는가? 내 집에는 없다. 가족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물건과 각각의 스토리가 대를 이어 전해온단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들이 다르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문화적 차이를 느끼며 읽었다. 그리고 여유가 넘치는 시골 생활의 모습이 힐링이 되었다. 도시 삶의 치열함 속에서 사람들은 저절로 날카로워지는데 그런 것이 없었다. 아마 우리네 시골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포르투갈의 특별함도 곳곳에 보여서 좋았다. 그리고 택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택배가 없었던 시절 우리의 삶도 좋았다. 불편함이 주는 생활과 환경과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서 느릿느릿한 삶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힐링이 필요할 때 읽기 너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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