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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오 사스케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5월
평점 :
나는 농부의 딸이다.
시골에서는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농사를 잘 지을 수가 없다.
참고로 나는 농사가 싫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하면 농사를 짓는 활동들을 같이 거들면서 일을 하는 것이 싫었다.ㅠㅠ
결혼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농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에 식량 의존도를 높이면 안 된다는 것을 읽었다.
우리의 주식이 타국에 의해서 통제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농사 인구가 줄면 점점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농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농경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이와나미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일본의 지성과 양심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굉장히 이론적이고 현학적인 색채가 강하다.(몇 권을 접한 결과 주관적인 나의 판단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문화는 영어로 재배를 의미하는 ‘컬처’로 표기한다. 재배하는 것이 바로 문화의 본뜻으로 농경은 당시의 고대인에게는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근경 농경문화, 조엽수림 문화, 사바나 농경문화, 지중해 농경문화, 신대륙 농경문화로 나누어서 책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종자전쟁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종자를 보존하고 야생종을 찾아다니며 개량해 새로운 신품종을 많이 내고 있다.
놀랍게도 니콜라이 바빌로프는 구소련의 농업지도자로 재배 식물의 모든 품종 및 유전자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며 야생 원종을 다량 채집 재배 식물의 기원 연구에 막대한 진보를 가져왔다고 한다.
바나나에 대한 언급도 재미있었다. 오늘날 재배 바나나의 주류는 말레이반도 부근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팥알만 한 크기의 딱딱한 야생종의 종자를 재배종으로 우량화해 무종자 과실을 만들었다. 모든 과일 중에서 제일 많은 생산량을 보이는 바나나는 감자류처럼 익히거나 구워 먹는 종류가 꽤 많다고 한다. 긴 시간 인류와 함께 해 온 바나나는 1만 년 이상, 수천 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처음 재배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저자는 5천 년 이상이라는 견해이다.
아시아 원산의 벼는 인도 동부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밭에서 재배해 논농사로 가게 되었는데 모내기 법은 벼의 수확률을 높이는 재배법이었다. 재배 벼의 기원은 아직 확실히 단정할 수 없기에 동남아시아 야생 벼에 관한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단다. 아프리카계 벼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도 벼를 재배했다는 건데 신기했다.
아시아는 자포니카와 인디카로 2대 구분이 된다. 벼를 재배하던 화전 농경민들 중에는 초밥을 만들어 먹는 풍습을 가진 민족도 있다고 한다.
벼에서 알곡으로 정제한 쌀은 건강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건강한 삶에 관심을 가지는 밀을 먹던 사람들이 쌀을 먹는 문화로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농경 문화권의 특성을 정리하고 전파경로를 추적하며 농사의 역사를 밝히고 있다. 25년 동안 관심을 가지며 연구한 주제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농경을 언급한 예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 주변국은 있으나 우리는 없는 하지만 농경의 역사를 잘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그 점은 인정한다.
한때 나의 딸은 “대농이 될래요”하면서 사람을 웃겼다. “풀 뜯어 먹는 소리“에 출연한 청년 농부 태웅이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오늘 갑자기 기억을 소환하려니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검색했다.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농업의 미래가 쑥쑥 발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