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녀
황의건 지음 / 예미 / 2020년 5월
평점 :
장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얼까?
집안에서 첫 번째로 태어난 딸이다. 큰 딸은 살림 밑천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장녀는 부모님 대신에 집안을 이끌어가며 자신의 도리를 강요당해왔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면서 옛날에는 그리 살았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장녀의 생각은 다른 자식들의 생각과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부모에 대한 책무와 형제에 대한 자신의 의무감(?) 등 그러한 것들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막내라 사실 장녀의 고민을 잘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큰언니의 생각은 정말 다름을 많이 느낀다.
생각할 수 없는 범위까지 깊게 생각하는 모습에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다.
제목이 주는 울림에 또 발효 이야기가 있어서 서평을 신청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자는 長女가 아니라 醬女이다. 바로 간장, 된장, 고추장을 의미하는 장이다.
오랜만의 소설이라 몰입도가 좋았다.
그냥 앉아서 집중해서 즐겁게 읽었다.
집안의 장녀로 동생 둘을 둔 ‘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재혼해 다른 삶을 살면서 집안일을 해 주는 할머니 손에 자라나 유년시절을 엄마를 그리워하며 힘들게 보낸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암을 선고받은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온 것처럼 그렇게 갔다. 엄마를 보낸 날 우연히 만난 재래 메주는 파주 할머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 있던 그리운 시절이었다. 또 엄마를 만나고 싶었던 샘이의 이야기가 메주에는 들어가 있었다.
시골집에서 장 담그던 날이 기억난다. 콩을 삶아서 발로 밟아 납작하게 만들어서 매달았던 기억... 딱 그만큼이다. 그 콩 향기가 좋았고 간장이 달여지던 냄새는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후각이다. 그러나 어찌 담는지는 모르겠다. 주부가 되어서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인데 아직도 나의 관심 밖이다.
물론 걱정은 된다. 엄마의 맛과 시골의 맛을 이제 더 이상 이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더 늦기 전에 엄마에게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ㅠㅠ
장 꽃도 당연히 알지 못한다. 내 친구는 나중에 나이가 들면 맛있는 장을 만들어서 판매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장맛과 장에 관한 관심을 지금 펼쳐가고 있다고 이야기했었다. 친구의 꿈을 응원한다.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장처럼 사랑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물론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만 시간은 사랑을 성숙하게 한다. 주변을 둘러보며 오늘도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