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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평점 :
제목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혹은 ‘엑스 마키나’가 떠오른다. ‘엑스 마키나’는 예전에 본 영화다. 지금도 기억하기를 친구들 2명을 데리고 극장에서 봤다. 한 번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곳곳의 영화 장면이 떠오르는 걸 보니 확실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스포) 결말이 매우 공감이 되었다.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로봇이 사람 사이에 살아간다면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을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볼 때 무슨 뜻인가 하고 찾아봤다.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결말로 이끌어 가는 기법을 뜻하며 현대에는 이야기의 허점이나 어려움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형식을 뜻하기도 한다. (라틴어) Deus ex machina.을 본다면 기계장치로 내려온 신, 영어번역은 god from the machine'이라 한다.
그렇다면 책 제목은 호모 엑스 마키나는 ‘기계장치로 된 인간’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펼치자마다 앞으로 무슨 내용을 볼 수 있을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호모 엑스 마키나는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책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트랜스휴머니즘(영어: transhumanism)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문화적 운동이다. -위키백과]
책에서는 두 명의 저자가 트랜스휴머니즘이 주는 기회와 위험을 논의한다. 저자는 누구인가?
(7쪽)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교수는 헐학지식을 갖춘 정신 과학자로서 자신이 트랜스휴머니스트라고 확신하다.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교수는 과학 교율을 받은 의사로서 회의적인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자처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3장까지는 주로 클라이네궁크 교수가, 4~5장은 조르그너 교수가 작성하였다. 각 장에는 주제에 맞춰 저자들의 대담도 실려 있다.
1장은 트랜스휴머니즘에 대해서 알아보는 부분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 언제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그 시초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져 오는지 알려준다. 또한 현시대에 유명한 트랜스휴머니스트를 통해 그들의 주장과 지금의 트랜스휴머니즘을 살펴본다. 2장과 3장은 우리가 영화, 소설 등 SF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기술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이다. 4장은 철학적인 내용, 5장은 트랜스휴머니즘이 나타난 예술품이나 대중문화 작품에 알려준다.
2장과 3장을 제일 재밌게 읽었다. 노화 방지, 냉동 보존 기술, 신체 강화, 딥러닝, 인공지능 등 영화에서 자주 보던 소재들이 주제고 해당 기술로 인한 현상과 의미 등을 살필 수 있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우스웠던 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화는 자연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 여겼다. 지금은 ‘항노화’라는 연구 분야가 있다. 노화를 질병으로 여기기도 한다. 정말 늙지 않고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도 생각하게 된다.
기술의 발전으로 성교와 생식의 분리도 흥미롭다. 지금도 피임을 통해 성교=생식이 아니며 난임 해결을 위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등 성교 없이 아이를 가질 수 있다. 그렇지만 태아는 여전히 여자가 품고 출산을 한다. 그런데 미래에는 이마저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인공자궁이 현실화 되면 태아를 사람이 아닌 인위적인 공간에서 자라게 힐 수 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생식의 완벽한 분리가 가능해진다. 이게 된다면 과연 좋은 것을까, 안 좋은 것일까?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인간 강화를 떠올리면 기계부품을 팔이나 다리가 부착되는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들이 말하는 ‘강화’의 범위가 매우 넓다. 인간이 나아지게 되는 모든 것을 ‘강화’라고 칭하며 교육과 문화도 강화로 본다. 그러네. 이런 것은 인간의 지식, 의식의 강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를 몸에 부착한다고 하면 거부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간의 것’이 아닌 것을 자연스레 접하고 있다. 안경, 보청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은 보조물, 탈부착이 가능하여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임플란트는 어떨까? 임플란트는 내 몸에 심는 것이다. 임플란트도 거부감이 매우 적다. 임플란트처럼 어느 순간 다른 기기의 부착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장애를 보완하기 것이 오히려 강화로 볼 수도 있기도 하다. 책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일회가 담겨있다. 무릎 아래 다리를 절단한 그는 탄소 섬유 강화 합성수지 의족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장애인이 올림픽에 참가한 것은 선례가 없고 반대가 심했다. 그런데 반대의 근거 중 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첨단 기술로 만든 합성수지 의족을 착용한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이 아닌 일종의 기술 도핑이라고 주장했다. 다행히(?) 이와 같은 우려는 피스토리우스가 포함된 팀이 8위에 머물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우승을 하거나 등수 안에 들었다면? 만약 정상 선수보다 좋은 기록을 내는, 좋은 보조물을 착용한 장애인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책을 읽기 전에는 트랜스휴머니즘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트랜스휴머니즘은 이미 우리 삶 속에 있고 떨어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SF, 히어로물을 좋아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트랜스휴머니즘을 제외하고 논하기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또한 단순히 기술, 기능적인 개선만이 아닌 정신, 문화적인 개선도 ‘강화’로 보는 관점도 신선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현황과 그것에 따른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