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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 1.4킬로그램 뇌에 새겨진 당신의 이야기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예전에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이 진행하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즐겨 들었다. 아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즈음이라 생각했다. 그 때 김대식 교수가 정치카페에 출현했다. 특색 있는 목소리였다. 교수의 친절한 설명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조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인공지능에는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이 있고, 김대식 교수는 약한 인공지능은 실현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리모컨을 돌리다 Tv에서도 강연을 하는 것을 봤다.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저자가 누구인지 인지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김대식 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책에는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눈도 즐거웠다. 강연 형식, 시각(교수의 모습과 그림)+청각(내 머리 속의 교수 목소리) 효과로 인해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듣는 착각이 들었다.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일전에 읽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http://fogperson.blog.me/220924985418)과 같다. 이 책 또한 건명원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나 더 추가하면 저자 전공 때문이다. 뇌과학.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제목을 참 잘 만들었다. 인간을 읽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뇌’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을 내 식대로 풀이하자면 두 줄기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어진다. 과학적으로‘뇌’를 해부하는 이야기와 철학적으로‘인간-그중에서도 나(자아)’를 탐구하는 이야기. 마치 DNA 이중나선처럼. 두 가지 이야기가 촘촘히 연결되어 책이 진행된다. 많은 내용을 다루기에 읽으면서 많은 부분이 접혔다. 그 하나는‘종교의식’에 관한 것이다.‘확률적으로 무의미하지만 내게는 의미 있는 일이 된다.’라는 것, 종교뿐만 아니라‘징크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31쪽) 내가 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믿음, 뭔가를 똑같이 반복해서 순서대로 하면 원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믿음이 바로 종교적 의례의 밑바탕이라는 주장입니다. (중략) 우리 인간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을 받지 못하면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행동을 했을 때만 좋은 일이 일어났다면 그런 사실만큼은 잘 기억하게 됩니다. 확률적으로 무의미하지만 내게는 의미 있는 일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233쪽) 인간에게는 두 번의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10∼12세에는 언어 능력이 결정되고, 17∼18세에는 성격과 사회성을 좌우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끝납니다. 그러므로 뇌의 하드웨어가 완정되는 젊은 시절에 한국을 넘어 세상을 폭넓게 공부한다면, 편협함에 빠지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 읽은 <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http://fogperson.blog.me/220842695630)내용에도 비슷하게 나온다. 사람이 서른이 넘으면 더 변하기 힘들다고, 오히려 10대와 같이 자아 형성기 때 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소프트웨어(심리학)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뇌과학)를 봐도 10대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나의 소비성향이 떠올랐다. 물건을 잘 사지 않으려는 이 습성은 10대 후반에 결정적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가? 아마도 그 결정적 영향은 <무소유>일 것이다. 그래, 인과관계가 잘 성립되네.
뇌에 관심 있는 문과, 인문에 관심 있는 이과, 그리고 인간을 알고 싶은 모든 이라면, 김대식 교수가 알려주는 뇌와의 세계로 함께 할 것을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