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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헌법’이라 하면 무엇보다 ‘수강 과목’이란 점이 먼저 떠오른다. 몇 학년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헌법 1’이란 과목을 들었다. 그것도 법대에 가서, 법대생들과 함께 들었다. 수강 점수는 아마 안 좋았을 것이다. 내가 그때 왜 ‘헌법1’를 선택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기억이 나는 건 법학 대학의 헌법1를 전공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런데 ‘헌법 1’만 인정을 해 줬기에 ‘헌법 2’는 수강하지 않았다. 법대에서 1년 과정이었는데 나는 절반만 들었던 것이다. 수업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교수님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학 교수님 답지 않은 수더분한 외모와 말투, 교재와는 다르게 진행되었던 수업. 그때 교수님은 요즘도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래도 한번 수업을 들어봤다고, 텔레비전에서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 괜히 반갑다.
배움으로써의 헌법. 그 경험 말고는 헌법이 나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촛불집회, 헌법재판소에 대한 관심 등을 보면서 헌법이 멀지 않게 느껴졌다. 마침 <헌법은 살아있다>를 읽을 기회가 생겨 책을 펼쳤다.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과 2장에서는 헌법의 의미와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3장에서는 10가지 위헌 결정에 대해서 저자가 설명해준다. 4장에서는 대담을 통해 저자의 헌법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수록되어 있다.(이 책을 가지고 있다면 헌법 전문도 소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내용 중에서도 건국절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우선적으로 눈에 띠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으로 보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이 그 점을 시종일관 명확히 했다는 것이다.
(41쪽) 이승만은 비록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과 부정선거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초대 대통령으로서 시종일관 대한민국이 1919년 3.1혁명에 의해서 건국되었고,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는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았음을 명확히 한 공로가 있습니다.
수도이전법 위헌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왜 수도이전법을 헌법소원 했는지, 위헌 결정 이후에 노무현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국을 이끌었으면 좋았을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마침 엊그제 썰전을 봤는데 안희정 도지사가 출연했다. 그는 수도이전을 고려하고 있으며 수도 이전에 대한 책임은 이명박근혜 정부도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행정복합도시, 세종시를 그대로 추진한 것도 그 정부였지 때문이다.
세종시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수도를 이전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통일한국을 생각한다면 계속 수도가 서울이어야 될 것만 같다.
어려울 것 같은 헌법이 주제지만,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의 내공 덕분인지 잘 읽힌다. 헌법에 대한 교양을 쌓기에는 괜찮은 것이다.(그런데 헌법은 교양이 아닌 국민의 필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