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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69쪽) 어떤 철학적 내용에 몰두해서 그것이 철학이냐 철학이 아니냐 하는 논쟁에 빠지기 쉬운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철학적 차원의 시선입니다. 그리고 철학적 차원의 시선에서 철학적으로 자각해서 자신의 운명을 끌고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철학이자 철학적 삶인 것입니다.
(90쪽) 하나의 지식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그 지식을 소유해서 재사용하거나 거기에 몰두하고 빠집니다. 그런데 이와 다르게 어떤 사람은 그 지식의 내용을 소유하고 정해진 효용성 안에 매몰되기보다는 그 지시의 자체의 맥락과 의미를 따지고, 그 것이 세계 안에서 벌이는 작동과 기능을 보려고 합니다. 철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둘 중 후자가 더 철학적 시선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 고수의 강의를 듣고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왜 거기에 투자하고 그렇게 하는지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여야 한다. 투자 또한 철학적 시선을 가지고 해야 한다)
(226쪽) 만약 어느 정도의 수양을 거치고 적당한 지적 훈련을 거친 인물이 하나의 지향점을 발견하고 자신의 인생을 거기에 투입해도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봅시다. 그가 정말로 고려해야 할 무언가가 있을까요? 저는 고려해야 할 것이 별로 없다고 봅니다. 거기에 몰입하는 일 외에 따로 고려할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등장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책임지거나 감당하면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그것이 우연한 객기에서 나온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단련을 거쳐서 나온 판단이라면, 그 다음은 좌고우면할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나의 생각: 이건 정말 나에게 하는 말. 나는 이미 충분하다. 나는 행하면 된다. 그 ‘행함’을 주저하고 이리저리 재고 있다. 그냥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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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한 프로그램을 우연히 봤다. 강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매우 흥미롭게 그 프로그램을 봤던 것은 또렷하다. 김대식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연장은 한옥이었고, 학생들은 열심히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생각의 집>이었다. <생각의집>을 보면서 나도 가서 듣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집>은 방송국이 중심이 아니었다. 찾아보니 두양문화재단에서 만든 <건명원>이란 곳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1년 동안 교육을 하는 것을 방송으로 기획하여 내보낸 것이다. 내가 방송을 봤을 때는 이미 선발이 되었기에, 거기에 멈추었다. 잊고 지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책 소개를 통해-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이번 책-다시금 <건명원>을 접했다. 그 덕분에, 이번 책은 큰 고민 없이 신청했다.
책은 총 5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현재 3강까지 읽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만으로도, 나에게는 추천 도서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모서리를 접는데, 이번에는 수시로 접었다.
이 책의 주제는 철학이면서 철학이 아니다. 나는 철학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것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책의 주제다. 철학은 앞선 자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을 바라봤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관념으로 세상을 설명했듯이, 우리들 또한 우리 생각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북포럼>이 생각났다. 한 달에 한 번 지식인마을 시리즈 중 한권을 선정하여 발제자가 발표하거나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우리는 그거에 대해 자유롭게 수다를 떤다. 지식인마을은 자연과학보다는 사회과학이 비중이 많다. 그러기에 나에게는 좀 버겁다. 그러나 내가 이 모임을 좋아하는 이유는,한 달에 한 번이 짧은 시간이지만 내 생각을 가져보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나 혼자 눈높이를 높이는 시간이라 자족한다. (다만 이 시간의 반복주기가 짧고, 내가 준비하는 것이 적어 허술에 누적되는 속도가 적다.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철학 강연이지만 강의 시작은 동아시아 근현대사와 함께 풀어나간다. 동아시에서 서양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중국과 일본은 왜 선도자가 될 수 있는지, 철학이란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등이 매우 흥미롭게 서술되고 설득된다. 많은 분들이 읽고 자신만의 눈높이를 어떻게 가질 것인지 고민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