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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라디오 - 당신의 일상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이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12월
평점 :
‘보통날에 읽는, 감성 과학 에세이’ 문구에 끌렸다. 사회현상, 투자, 토론 등 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책 말고, 이야기를 듣듯, 쉽고 재밌는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고 싶었다. 마침 『사이언스 라디오』가 눈에 띄었다. 과학에 흥미가 있으니 ‘과학 에세이’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차를 보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았다.
결론. 광고와 내용이 부합한다. 내 기대와도 부합한다. 책은 5가지 챕터, 28꼭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출근 길 버스 안에서 / 5분간의 여행 / 앞치마를 두르는 시간 / 혼자만의 티타임 / 잠들기 전에. 라는 챕터 제목처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성 과학 에세이’를 표방(?)한 것처럼, 수식이나 공식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매 꼭지마다 그림, 사진이 꼭 들어가 있어,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잘 와 닿는다.
<코페르니쿠스, 여기에 잠들다!>에서는 과학수사 같은 이야기를, <심리학, 시간을 거꾸로 돌리다>에서는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실험을, <포크가 불러온 변화>에서는 포크 때문에 사람의 이 구조가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달의 뒤편에 남겨진 이야기>에서는 두 번째 사람 ‘비즈 올드린’과 암스트롱과의 숨겨진(?) 일화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실려 있다.
<미래를 할인하는 우리의 마음>에서 알려주는 ‘시간할인(혹은 미래할인)’이라는 개념을 보니 장기 저축하는 사람들이 적은 이유를 알겠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미래보상보다 당장의 보상에 반응하게끔 되어 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 보다는 당장을 위해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다.
많은 이야기 중에 <코페르니쿠스, 여기에 잠들다>가 가장 인상적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코페르니쿠스의 혁명’ 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인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에 비해, 수백 년 동안 그의 무덤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그의 무덤은 어떻게 찾았을까? 코페르니쿠스가 묻혔을 것이라는 곳의 근방을 일 년 간의 수색 끝에 유해 발굴, 하지만 유골의 형태만으로 그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치아를 통해 DNA를 추출했지만, 자손이 없었던 코페르니쿠스였기에 대조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생각을 바꾼다.
(90쪽) ‘혈연관계의 누군가와 유전자를 확인할 수 없다면, 다른 어디엔가 코페르니쿠스가 남겼을 유전자를 찾아 직접 유골과 비교해 보자.’라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웁살라 대학교의 한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코페르니쿠스의 책들을 샅샅이 뒤진다. 코페르니쿠스가 수년간 별들을 관찰하며 참고한 책《칼렌다리룸 로마눔 마그눔》에서 머리카락을 아홉 가닥을 찾아낸다.
(92쪽) 지난 2009년, 머리카락 두 가닥의 DNA가 유골의 치아에서 검출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노력과 법의유전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도움으로 몇 백 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맨 코페르니쿠스의 시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 삽입된 사진, 그림에 대한 제목을 해당 페이지에 같이 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다. 책을 보다 ‘이 그림 제목은 뭐지? 무슨 사진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나는데, 굳이 ‘그림 출처’까지 가서 찾아봐야 한다. 이 점만 빼고는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