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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올해 초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재미나게 읽었다(http://fogperson.blog.me/220258276694)
그렇기에 김정운 박사의 신작이 나왔을 때 망설임 없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살고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내가 ‘알차게’ 라고 붙인
이유는 저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알차게 살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러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맘껏 지내는 사람이 알차 보이는 이유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하니 다른 일을 할 때보다 자기
내면이 다를 때 보다 더 충만해 질 것이다.
자신의 신나는 삶을 영위하려면 ‘벌이’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 때문에 원하는 대로의
삶을 포기한다. 김정운 박사의 경우, 자신이 콘텐츠가 되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자신의 명성으로 어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지속적인
공부로 인해(영어, 독어, 일본어) 책 번역도 할 수 있다. 스스로 생산자가 되었다. 나는 ‘부의 추월차선’이 떠올랐다. 김정운 박사는 ‘부’의
추월차선을 타지 않았지만 ‘삶’의 추월타선을 올라탄 것은 확실하다.
(13쪽) 오십 넘어 시작한 일어 공부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먹고사는 일에 자신도
생겼습니다. 남들이 돈 내고 사 갈 수 있는 콘텐츠 생산의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영어 독어는 예전부터 할 수 있었지만, 50세 넘어 생긴
일어 독해 능력이 주는 기쁨은 참 엄청납니다. 똑같은 단어라도 각 나라의 말로 검색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그 내용을 비교하다 보면
창조적인 생각이 정말 많이 떠오릅니다.
책을 읽으면 세 가지를 접할 수 있다. 김박사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그의 그림을 접할 수 있고
교양도 맛 볼 수 있다. 매 꼭지는 저자의 개인적인 일을 사회, 문화 현상으로 확대하여 심리학과 버무려진다. 본문에서 언급한 중요개념은 말미에
따로 설명을 달았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문화심리학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는 능력 때문에, 그리고 체면을 차리지 않는 내용 때문에 그의 글을 읽는
게 신난다.
책 내용 중 ‘행복의 기원’이 언급되어서 매우 반가웠다. 행복은 아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서은국 교수 주장이 감동적이었다고 저자는말한다.
(114쪽) 나도 수년간 마찬가지 주장을 해왔다. 행복하려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야 한다. 대부분 침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다. ‘고급 호텔이 기분 좋은 이유는 하얀 시트 커버와 백열등의 부분 조명
때문이다’‘집의 침실을 호텔처럼 하얀 침대 시트 커버와 부분 조명으로 바꾸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등등. 허약한 외모의 서교는 ‘먹는 것’을
강조했고, 한때 왕성했던 나는 ‘자는 것’을 강조한 차이일 뿐이다. 서 교수와 나의 주장을 합치면 행복의 조건은 더욱 분명해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마있는 것 자주 먹고, 하얀 시트 커버의 침대에서 잘하는 것 혹은 잘 자는 거다. 행복은 아죽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이다.
(이 글을 쓰고 보내 직장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이 아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기분이 좋은가? 많은 직장인들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샐러리맨은 행복보다는 다른 감정이 크다. 그리고
팍팍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 어디에 꽂혀있는지 확인했다. 한 번에 못 찾고 두
세 번 기웃 거리다 찾았다. 이 책도 그 옆에 같이 꽂힐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다시 일고 싶어질 때, 그게 또 다시 읽는 ‘신남’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