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설정이 독특하여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밀실에서 태어 오로지 밀실에서 자란 분재 소년 잭, 엄마를 위해 대탈출을 감행하다!”
이 문구에 끌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책을 읽고 실화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찾았다. 인터넷에 ‘요제프 프리츨’ 이라고 치면 알 수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일로 2009년 3월에 알려졌다. 실제 사건을 보니 소설 내용은 비교적 나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실 이야기를 보면서 처음에는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사건이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그 생각을 고쳤다. 인적이 드문 교외 지역이라면 전혀 불가할 것 같지 않다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건은 파렴치하고 섬뜩하지만 소설 ‘룸’은 그렇지 않다. 뭔가 따스한 감정이 든다. 이건 작가의 힘이자 대단함 아날까? 옮긴이의 생각처럼 본 실화를 원천으로 한다면 대부분 다른 작품이 나올 것이다.
(517쪽) 납치, 감금, 성폭행, 출산, 탈출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보라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그런 것을 자세히 묘사하는 범죄소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고 기발한 탈출 과정을 소재로 한 스릴러 혹은 한 여인의 고통과 길고 긴 트라우마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한데 그 방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과정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밀폐된 방을 세계의 전부로 알고 자라난 어린아이의 시각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옮긴이의 물음처럼 저자도 같은 생각이 들었고 ‘룸’이 그 결과이다. 본 소설은 범죄소설도, 스릴러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5살(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6~7살) 아이기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이다. 그래서일까? 책이 두껍다.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방에서의 잭 이야기, 바깥세상에서의 잭 이야기.
다섯 살 생일인 지난 잭에게 엄마는 이제 바깥에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잭은 이해를 못하고 미루자고 한다. (여섯 살 생일이 지나면 하자고 한다.) 그러나 엄마가 세상의 전부이기에 잭은 하기 싫어도 한다. ‘룸’에서는 잭이 방 안에서 어떻게 생활을 했고,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중요하기에 잭의 탈출 이야기는 비교적 간단히 넘어간다.
잭이 긴장될 때, 겁이 날 때 자신의 이를 세어보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다 나도 따라서 세어봤는데 잘 안 됐다. 내 이는 몇 개지? 방 안의 이야기 보다는 바깥에서 마주하는 잭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나름대로 세상을 배워가고 이해하는 잭의 모습이 잘 그려진 것 같다.(오히려 엄마가 적응을 못해 도피를 결심하기로 한다)
끝맺음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안녕, 방아!’ 말하면서 끝나는 게 참 좋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방’은 잭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인데, 그곳과 안녕 한다. 우리는 자신의 중요함, 또는 아픔과 ‘안녕’ 할 수 있을까? 안녕은 hi 가 될 수도 bye 가 될 수 도 있다. 자신의 아픔과 마주할 수 있거나(hi), 자신의 소중함을 떠날 수 있거나(bye). ‘안녕’이 가능할 때 우리는 한 층 더 자랄 것이고 다름을 받아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방에 ‘안녕, 방아!’ 라고 외친 잭처럼 말이다.
여담. 소설 ‘룸’은 신작이 아니다. 2010년에 첫 출간되었으며 이번이 개정판이다. 해외에서 영화로 개봉됐었고 우리나라는 2016년 개봉 예정이다. 그에 맞춰서 다시 나온 것 같다. 영화는 어떨까? 소설처럼 1인칭이 아닐텐데... 그래도 잭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그리다니 어린 소년의 성장 드라마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