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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역설 - 슈퍼 달러를 유지하는 세계 최대 적자국의 비밀
정필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인가 올해 초인가 월트디즈니 주식을 아주 소량 매수 하였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서 매입을 하는 과정이었기에 약간 번거로웠다. 외화계좌를 개설하고, 우리나라 돈을 입금한 다음에는 달러로 환전하고 그리고 나서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거래는 우리나라 하듯이 하면 되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매우 높은 수수료에 매우 깜작 놀랐다. 무엇보다 증권사 계좌에서 환전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첫 환전을 비싸게 했다. 빨리 매수를 해야 해! 라는 마음에 미리 환전을 안 하고 야간에 미국 장시간에 달러로 바꿨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전시간으로는 시간외 거래가 되었기에 환율이 높았다.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여 거래를 하고 나니 한동안 환율에 관심이 갔다. 오늘의 환율은 얼마인지, 어제에 비해 올랐는지 내렸는지...(그러다 예전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서 기계 매입 금액을 분할로 상환하고 있었는데, 납부일이 되면 외환은행 들어가서 오늘은 유로화 환율이 얼마인지... 언제 보내면 되는지 가늠을 하고 했다.) 이와 같은 경험이 있는지라 ‘달러의 역설’ 이라는 제목을 듣고, 책 소개를 읽었을 때 참지 못하고 신청을 하였다.
지은이는 ‘KBS 베테랑 경제기자’ 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필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한 두해 전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달러’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필자가 『달러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2004년 미국 듀크대에서 미디어 펠로우로 있을 때다. 당시 ‘금융위기와 국제금융질서의 개혁’이라는 워크숍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서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됐던 것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문제였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언젠가는 양대 적자 문제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8쪽.
저자는 지금 세계 경제가 한 몸이 된 근본 원인을 자본 자유화, 금융 자유화에서 찾고 있다. 왜 저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원인이 되는지 생각하는 걸까?
금융자본 또는 주주의 이해가 장기적인 경제 성장보다는 단기적인 수익성 증대와 그에 따른 주가 상승, 그리고 자본 이득에 집중돼 잇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구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기업이 생산적 장기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1차적 목표로 삼는 것을 어렵게 한다. 둘째, 실물경제의 수익성과 안정성보다는 자본 이득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관투자가 등 주주의 특성 때문에 금융활동이 투기적으로 변하기 쉽다. 셋째, 경기를 부양해 성장과 고용을 증진시키려는 정책보다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금융자산의 가치를 유지하려는 정책에 더 우선순위를 두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101~102쪽
소위 선진 금융자본이라고 하는 것들이 자신들의 투자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각 나라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자신들의 투자 기회를 넓히기 위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요구한다. 그래야 투자 결정을 위한 정보 획득이 쉽기 때문이다. 둘째,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요구한다. 민영화된 기업은 이들이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는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이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도록 요구한다. 주가 관리를 통해 자본 이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넷째, 고용을 증대시키기 위한 경기 부양 정책보다는 자본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구한다. 그것이 단기적인 자본 이득을 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104쪽
매우 친근한 내용들 아닌가! 10여년 전 우리가 요구받았던 사항들이고, 요즘의 정책들과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저자의 지적 중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말이 참으로 와 닿았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속성인가? 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우리나라는 IMF 주문을 받아들이면서 이른바 대기업간의 ‘빅딜’도 진행하였는데 2008년 경제위기 당시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3사에 150억 달러의 공적 자금을 지원했다. 파산해야 할 회사들을 국민의 돈으로 살려주는 것이 정당한가? 업계의 부실의 경제 전체로 불이 번지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주장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자는 이미 그들이 그동안 ‘과실’을 누리고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민의 지갑을 털어서라도 경제가 망가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은 그럴 듯하다. 어떤 정부도 자국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방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실의 원인과 책음을 따져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실이 누적되는 과정에서 이미 과실을 따먹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적자금 투입은 명분을 잃어버린다.
자분주의 사회에서 투자자는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자기 책임 하에서 투자해야 한다. 이익이 날 때는 투자자가 챙기고, 손실이 나면 국가나 사회의 불특정 다수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하는 것은 시장규율에도 어긋난다. 금융회사가 저지른 경영 잘못으로 생긴 부실은 그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공적자금으로 부실을 메우는 것은 불합리하다. - 43쪽
본 책은 브레튼 우즈 체제부터 유로존 위기까지 국제 금융 질서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과정에서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시간이 될 듯하다. 다만 저자가 밝혔듯이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전문가가 아닌 독자에게 오늘날 금융 불안과 위기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였음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