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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논쟁 -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김대식.김두식 지음 / 창비 / 2014년 4월
평점 :
이 책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거대한 사기극’,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 이원석씨의 강연 때 알게 되었다. 이원석씨가 따로 추천을 한 것이 아니라, 강연 시간을 기다리면서 읽고 있던 책이 ‘공부논쟁’ 이었다. '공부‘ 라는 것으로 책을 쓴 작가가 보고 있는 책이니 호기심이 동하였다. 나중에 찾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서평 도서로 올라왔고 냉큼 신청을 하였다.
‘괴짜 물리학자와 삐딱한 법학자 형제의 공부논쟁’ 이것이 진짜 제목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형제가 ‘공부’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형 김대식은 서울대 물리학 교수이고 동생 김두식은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이다. 제목에 ‘논쟁’ 이라는 말이 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논쟁’보다는 동생이 형을 인터뷰한 것 같다. 그만큼 김대식 교수의 주장이 많이 들어가 있다.
형제가 대한민국 교육, 특히나 ‘대학’교육에 이야기하는 이 책은 대해 나의 평가는 ‘매우 추천’이다. 우리가 대중매체를 통해 들은 내용들에 대해 반문을 하는 것들이 많아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유학’과 ‘노벨상 집착’ 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나라 정도의 ‘국력’이면 굳이 외국유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분야의 한 부분에서 ‘집짓기’를 해야 된다는 저자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렸다. 해외에서 계속 ‘배움’을 찾는 것은 우리가 학문의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도 말한다. 외국의 유명교수 밑에서P 가르침을 받는 것, 그것까지 좋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도 외국교수와의 연결 끈을 놓지 않고 그와 계속 연구를 해 나가는 것. 이것은 학문적 종속관계가 될 수 있다고. 종속이 되면 ‘우리’의 학문은 생기지 않는다고.
대한민국의 ‘노벨상 집착’에 한마디 하는 부분은 나에게도 매우 와 닿았다. 나 또한 우리나라 사람이 ‘노벨상’을 타면 매우 좋겠다, 라는 막연한 을 했으니까. 그런데 김대식 교수는 한국 ‘사람’이 아닌 한국 ‘박사’가 노벨상을 타야 수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유학 가서 거기 교수가 되고 잘 나가는 건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우리 학문의 성장과는 별 관련이 없어요.(중략) 그런데 만약 그 분이 노벨상을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미국에서 박사 받고 미국 인프라를 가지고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한국인의 DNA를 가지고 있으니까 민족주의적인 의미는 있겠지만 학문적으로는 우리나라와 아무 관련이 없는 거예요. (중략) 박사학위를 따는 순간에 새로운 과학자가 탄생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국 과학자지 한국 과학자가 아니에요. 그보다는 오히려 인도에서 유학 온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 인프라로 노벨상을 받으면, 그게 우리나라 과학자이고 한국의 노벨상인 거죠. 혈통적으로 한국인이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출 이유가 없어요. 적어도 학문적으로는 인도 사람이 여기서 박사를 받으면 한국 시민인 거고, 한국 사람이 미국에서 박사를 받으면 미국 시민인 거예요. 일본은 일찍부터 일본 박사들을 중심으로 일본 인프라를 가지고 자기 집을 짓기 시작했어요. 학문적 종속이 없었어요. 학문적 고립 속의 동종 교배가 갖는 힘을 보여준 거죠." - p.133~134
이 책은 공부 ‘방법’에 대한 논쟁을 다룬 책이 아니다. 한국의 교육현실과 대학 현실에 대해 ‘까는’ 책이다. 이런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매우 재밌게 읽을 것이다. 그게 아니어도 대담집이니 만큼 쉽게 읽힌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 특히나 ‘교수’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모범생이가 아닌 싸움꾼 기질이 다분한 교수들이 많아져야 한국의 대학과 교육이 발전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