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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 프로젝트 - 4할 타자 미스터리에 집단 지성이 도전하다
정재승 외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 흥미를 가진다면 두 분류일 것이다. 야구팬이거나 진화론에 관심이 있거나. 여기에 한 분류를 추가한다면 정재승 교수의 팬이거나. 나 같은 경우는 진화론에 관심이 있거나 분류이다.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것이, 진화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가설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도 적용되는가를 검증하고자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다.
백인천 프로젝트가 시도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년 전에 주장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교수의 가설, “야구의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타자의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야구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랐다” 라는 주장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것을 알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점이 백인천 프로젝트가 가진 의의이다. 외국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지 실제로 검증한다! 그 검증을 소수의 과학자가 아닌,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것이 백인천 프로젝트의 의의이다. 더욱이, 한국 야구 학회까지 출범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다 백인천 프로젝트가 무사히 성공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굴드의 가설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도 적용되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통계 자료를 구하고 그것을 프로그램으로 통해 추출하고 확인하면 된다고 한다. 다만 그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검증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이다. 그 쉽지 않은 길을, 전문 과학자들이 아닌 58명의 일반인들을 통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굴드의 가설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도 적용이 된다.
아?! 결론을 알았으니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네? 라고 생각한다면 즐거운 독서를 하나 잃는 것이다. 나 또한 책의 앞부분에서 굴드의 가설의 검증 결과를 알려주기에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궁금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들이 더 재밌다. 개인적으로 3장,4장을 즐겁게 읽었고, 야구팬이라면 5장도 매우 재미있을 것이다. ‘03 백인천 프로젝트의 현장을 가다!’ 편은 백인천 프로젝트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내의 갈등도 엿볼 수 있고, 프로젝트가 어떤 굴곡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04 야구는 과학이다?!’ 편은 과학 측면에서의 진화론과 야구를 좀 더 자세히 적어놓았다. 야구 통계에 모르는 사람은 이번 기회에 ‘글로’ 배울 수 있다. ‘05 야구 현장의 목소리’는 인터뷰 모음집이다. 타자, 코치, 기고가, 해설위원 등 야구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4할의 의미,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난 이 부분을 통해 현재 잘 나가는 타자들을 알 수 있었다. 야구를 안 보는데도 박병호와 김현수에 대해 쪼금 아는 척 할 수 있으리라.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야구 규칙도 어디서 찾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만화의 힘이다. 학창시절 ‘4번 타자 왕종훈’을 봤고, 그 작가의 다른 야구만화들을 통해 야구의 룰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야구에 모르더라도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 없다. 그러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 책을 알게 된다면, 안 읽고는 못 베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