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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ㅣ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소장한 지는 좀 되었다. 한 챕터까지는 읽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블로그의 추천 글을 보고 읽어야지 마음먹었다가, 이제야 읽었다. 아마 이 앞에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를 읽었기에 바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된다. 주인공 요시키가 밝혀나가는 소비세 살인사건의 진상과과 살인범이 쓴 환상적인 소설. 이 정도는 책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사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단순 추리소설을 넘어서 더 큰 사회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래부터는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으니, 소설을 읽기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제 멈추시거나 작품을 다 읽은 후 보시기 바랍니다.
소설의 키 작은 늙은이와 건어물 가게 여주인공은 대체 무슨 관계일까? 라는 생각만 가지고 요시키의 수사를 따라가다 여씨 형제라는 대목에서 ‘어어’ 거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인이란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다. 사할린에서 왔다지만, ‘여’씨는 흔치 않으니, 중국인이 아닐까? 했다. 그러나 여씨 형제는 경북 대구가 고향인 조선인이었다! 피해자 사쿠라이 요시코와 살인범 여태영(나메카와 이쿠오)는 개인 간의 관계는 일본과 조선의 관계로 확대된다. 작가는 살인이라는 소재와 수사라는 기법을 통해 이야기의 주제를 자연스레 확장시킨다. 그 확장 안에는 징병당한 조선인 여태영의 처절한 일생이 그려진다.
여태영의 일생을 읽으면서 작가가 만난 어르신이 누구일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분명 작가는 이와 같은 고초를 겪은 실제 인물과 인터뷰를 했을 것이다. 키 작은 노인, 여태영에게 느끼는 요시키의 무력함과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것은 작가인 시마다 소지가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그 심정을 요시키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두(특히 우익세력)들도 느꼈으면 좋으려만.
이번 소설은 나름 트릭에 대해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형은 키가 작고, 동생이 체격이 좋았다는 설정을 통해 사체가 걸었다는 진실을 짐작했고, 투신사건에 사체를 이용했을 것을 눈치 챘다.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에서 이미 사체+기차 트릭을 접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의도치 않게 연달아 읽은 작품에 ‘기차살인’이라는 소재가 있다니 그 우연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여태영이 쓴 환상 이야기, 그리고 32년간의 미제 사건의 수수께끼를 요시키는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추리에 억지스러움이 없다. 추리뿐만 아니라 일제의 반성과 사과를 주장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더욱이 그 이야기를 다름 아닌 일본인 작가가 스스로 이야기한다는 게 한국인이 나에게는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이 책에 대한 선택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덧붙이기 : 작가 소개를 보면 시마다 소지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 원래 미국에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미국이기에 좀 더 안전하게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 자국 내라면, 이런 내용에 눈 뒤집힐 ‘우익’들이 분명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