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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사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집에 거의 쓰지 않는 오디오 세트가 있다. Tv와 한세트로 되어 있어 꽤 많은 자리를 차지 한다. 예전 아파트에 살 때는 공간의 부족도 없고 괜찮았지만, 주택으로 이사오면서 자리가 좁아 그 앞에 집도 놓고 보니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이전 집에서는 그나마 Tv라도 봤지만, 현재는 그마저 끊은 상태이다. 안방에서 주로 텔레비젼을 보기 때문이다. 음악을 컴퓨터로 주로 들으니 테이프를 들을 일도 잘 없고, LP 플레이어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자리만 차지하고 그 뒤에 잡동사니들만 진열한 꼴이다.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서 손을 보았다. 세탁기가 고장나서, 세탁기 교체 겸사겸사 하여 작은 뒷베란다를 정리하면서 오디오 있던 자리도 변화를 줬다. 옮기고 자리 잡는 거, 마믐 먹고 하니 얼마 안 걸리는 것인데, 몇 년동안 그려려니 하면서 살았다. 버리기가 아까워서였던 것이 제일 클 것이다.
코이케 류노스케의 '버리고 사는 연습' 무엇보다 제목이 와 닿았기에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일본에서 전작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한 이유였다. 비록 전작들은 읽지는 않았지만, 막상 나도 버리는 연습들이 필요한 사람이라 읽어보고자 싶었다.
내가 어미니께 집에서 자주 하는 잔소리 중 하나가 '버리세요!'라는 말이다. 가만보면 잘 안 버리시고 모아두신다. 시간이 지날수록 짐이 점점 더 많아질 뿐이다. 그게 싫어서 차라리 필요할 때 구입하는 게 낫다라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어머니께 한소리 하는 나도 잘 안 버리는 것이 있다. 근래에 들어 내 방에 늘어가는 물품이 있는데, 바로 책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또 잘 안 읽는 편이라,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 아니면 잘 사지 않는다. 다만, 운이 좋게 서평단을 통해 여기저기 받다보니 어느덧 책을 쌓아두는 지경이 되었다. 처분을 해야하는데, 귀찮거니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이케 스님은 말한다. 필요없는 소유하지 않되, 꼭 필요한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생활을 하라고. 필요한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 생활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소유가 필요한 것이다.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필요하지 않는 것은, 없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것들은 소유하지 않는다. 대신에, 필수품 같은 것에는 아낌 없이 돈을 쓴다. 예로 코이케 스님은 음식물을 살 때 유기농으로 구매를 한다. 제일 저렴한 유기농이라도 보통 제품과는 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본인을 위하여, 그리고 열심히 키운 생산자를 위해 기꺼이 지불하고 구입한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됐다. 매달 가계부를 정리하지만, 나는 또래에 비해 지출이 정말 적다. 담배도 안 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않고, 술도 잘 안 마시는 편이고, 좋아하는 책도 빌려보고. 데이트 비용을 빼면 정말 적은 돈을 쓴다. 그럼에도 돈을 쓸 때, 특히나 먹는 것을 질보다는 양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리고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도 참는다. 이런 내 모습은 나를 위한 돈 쓰기가 아니라 돈에 속박당한 생활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은 지출에 대해 관해지려고 한다. 바로 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쾌락에 대한 정의이다. 우리는 쾌락과 고통을 상반된 것, 별개의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스님은 쾌락은 고통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단지 높았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인데, 우리 머리는 그것을 쾌락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게 뭐 문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문제는 쾌락을 쫓게 도면, 즉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쾌락을 위해서는 더 큰 고통을 맛보야 하고. 점점 고통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쾌락을 느끼지 않아야 되는 것인가? 그것이 '평심' 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는 것은 행복한 무소유, 즉 부족함 없는 돈 쓰기이다. 돈의 얽매이지 않고 내가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행동이 소비를 조장하고 소비를 통해서 활력이 유지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에는 맞지 않는 것이지만, 이럴 때는 난 이기적이 된다. 내가 안 써도 다른 사람들이 써주겠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