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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평등 -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
토마 피케티.마이클 샌델 지음, 장경덕 옮김 / 와이즈베리 / 2025년 5월
평점 :
토마 피케티와 마이클 샌델.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하게 만든 조합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으로,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 둘이 만나 '불평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둘의 명성에 이끌려 책을 신청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 후회했다. 우선, 이 책은 담화집이다. 가볍게 읽힐 수 있지만, 그 대화의 결을 온전히 따라가려면 전작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피케티가 어떤 자본주의 비판을 해왔는지, 샌델이 능력주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대화가 훨씬 풍부하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피케티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도전했다가 중도 하차한 기억만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무겁지는 않았지만 대화의 맥락을 따라가는 데 살짝 헛헛했다.
『기울어진 평등』은 2024년 5월 20일, 파리경제대학에서 열린 공개 대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불평등, 사회적 불평등의 세 가지 측면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세계화, 능력주의, 불평등한 기본재 접근권, 기울어진 정치 참여 등의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내게 인상 깊었던 주제는 '공공재의 탈상품화'였다. 교육과 의료는 더 이상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주장.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회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세금, 특히 누진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문제는 교육과 의료에 대한 공적 지출은 제자리인데,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 이 격차가 오히려 불평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또한, 두 저자는 능력주의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샌델은 능력주의가 학력주의로 변질되어, 학위가 없는 사람들을 게으르고 능력 없다고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를 우려한다. 피케티는 이에 동의하며, 노동의 존엄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저자들의 사상을 깊이 알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었다. 그래서 이 대담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언젠가 두 사람의 대표 저작을 읽고 나면, 다시 이 책을 꺼내 들고 싶다. 그때는 더 많은 것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세계적인 석학들이 ‘불평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