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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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배달이나 포장하면 꼭 만나는 물건이 있다. 삼발이 모양으로 되어 있는 그거. 나는 이게 피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집에서는 다른 용도로도 쓰인다. 이 삼발이를 뒤집어서 그 위에 양파를 올려서 보관한다. 아내가 어디서 본 모양인데 양파가 눌리지 않고 통풍이 잘 되게 보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거 이름이 뭐지?

<그거 사전>은 이처럼 우리가 자주 보고 쓰는 것이지만 막상 이름은 딱히 모르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그거들에 대한 모음집이다. 이 책에 대한 서평단 모집 글을 봤을 때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신청을 한 것은 당연한 거다. ‘아는데 모르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 이런 내용은 딱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이지만 이름은 모른다. 그래서 ‘그거’나 ‘이거’로 부르며 답답해한다. 대부분의 경우 ‘그거’는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딱히 내세울 곳 없는, 보잘것없는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물에는 이름과 의미와 쓸모가 있다. 흔하고 대단찮더라도 이름을 알면 달리 보인다.

저자는 어느 날 샴푸 용기의 펌프가 눌리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플라스틱 부품을 빼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이것, 그것 말고 공식적으로 쓰는 명칭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우리 주변의 그것 또는 이것에 대한 이름 찾기.   

책에서 ‘그것’의 일번타자는 앞에서 이야기 한 피자 삼발이이다. 정식 명칭은 ‘피자 세이버’ 삼발이탁자 같은 생김새 때문에 ‘피자 테이블’로도 불린다고 한다. 
피자를 구한다고? 내가 그동안 삼발이, 피자 세이버를 잘못 알고 있었다. 이것의 역할은 피자를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자를 포장지로보터 구하는 것이다. 피자만 포장박스 있다면, 배달 동안에 피자의 열기와 습기로 인해 포장 상자가 우그러지면서 피자에 닿을 것이라 한다. 피자 세이버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가 피자와 상자를 같이 먹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이름이 제대로 맞네. 피자를 구한다! 
뜨거운 습기를 이야기 하니 치킨 포장도 떠오른다. 어느 가게 치킨 포장 상자는 두 군데 정도 열려 있도록 되어 있다. 열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그래서 치킨이 눅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자세이버는 1983년 미국 뉴욕 카멜라 비탈레가 발명하고 ‘포장 세이버packge saver'로 특허 출원하였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피자 사장의 규모는 약 256조원에 달하며 미국 내에서만 해매다 30억 판의 피자가 판매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카멜라는 부자가 되었을까? 안타깝게 그녀는 특허권 연장 비용을 내지 않아 1993년 특허권이 만료되었다고 한다. 

 <그거 사전>에는 여러 가지 그것에 관한 것이 담겨 있다. 76개의 그거 중에 유일하게 신체에 관한 것도 있다. 손톱 뿌리에 있는 반달 모양의 하얀 그거는 속손톱, 손톱반달, 조반월이라고 한다. 이 부분이 손톱과 달리 연한 분홍색 또는 하얀색이 이유는 두껍기 때문이다. 손톱 두께는 0.5~0.6 밀리미터인데 속손톱은 세 배정도 두꺼워 모세혈관이 비치지 않는다. 속손톱이 없거나 짧으면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과학전으로 증명된 적은 없다고 한다. 저자는 다른 손톱 건강 방법을 알려준다.
 ‘샴로트의 창문 테스트’ 양손의 검지 손톱을 맞대었을 때 손톱 사이로 다이아몬드의 틈이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빈틈없이 닿았다면. 곤봉지를 의심하라고 한다. 곤봉지는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하게 붓는 증상인데 폐렴, 폐섬유화증, 폐암 등 폐질환의 대표적 증상이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다이아몬드의 틈이 보인다. 그런데 양 검지 손톱의 길이가 같지(?) 않다. 셋째, 넷째 손가락 손톱도 그러하다. 나만 그런가? 혹시 자주 쓰는 손이라서 손톱이 짧나? 라는 생각도 한다. 

 연어와 같이 먹는 완두콩 같은 그거 ‘케이퍼’는 콩이 아니라 꽃봉오리 절임이란 것에 놀랐다. 책갈피가 없을 때 책 귀퉁이를 접는 거(내가 그런다)는 영어권에서는 강아지 귀dog's ear라고 하는 게 귀엽다. 뚫어뻥은 사실 액체형 배수구 세정제의 제품명이고, 등재된 표준어가 없다는 게 의외다. 전봇대에 회오리감자 같이 생긴 것의 이름이 뚱딴지라는 것도 뚱딴지스럽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거의 이름과 내용을 다 담는다면 스몰토크에도 써먹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거 사전>은 궁금증을 해소해주면서 추억에도 잠기게 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알려주는 ‘그거’에 얽힌 일화는 누구나 하나씩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그것에 대해 하나하나 읽다보면 알지만 몰랐던 그거에 대해 알게 되는 기쁨도, 물건과 관련된 옛 기억도 챙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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