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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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자꾸 제목이 헷갈렸다. 나는 ‘생각 끄기의 기술’인 줄 알았다. 다른 책 <신경 끄기의 기술>과 어감이 비슷해서 그랬나 보다.

책을 덮고 제목을 곱씹어보니 정작 ‘생각 끊는 기술’은 알려주지 않았다. 뭘까? 그래서 책의 원래 제목(본 책은 원작은 독일어이다) 찾아봤다. 원 제목을 사진찍어 파파고로 번역하니한글 제목과 사뭇 다르다.

<12 가지 어리석음 법칙 : 정치와 우리 모두의 합리적인 결정을 막는 사고 오류> 라고 한다.

엇? 한글 부제-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가 원래 제목과 의미가 가깝고 내용을 더 잘 담고 있는데 제목을 왜 따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흔히 하는 생각은 오류일 수 있으니 그 생각을 끊자는 의미인가? 설마 ‘싱경 끄기의 기술’, 함정이 무엇이고 그 함정으로 가는 생각을 끊자 라는 의미로 지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설마 ‘신경 끄기의 기술’과 비슷하게 지으려고 한 것은 아니겠지?)

앞에서 말했듯이 책에는, 인간이 뛰어난 두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저지르는 12가지 오류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런 오류가 생기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두뇌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함이다. 예전-원시시대에는 이 같은 두뇌 활동, 인간의 판단이 오류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하는 함정이 되고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오류 중 많이 공감이 되는 것은 ‘설명 오류’이다. 설명 오류 중에서 두 번째 ‘의미 찾기’가 매우매우 인상적이었다. 의미를 찾고 부여하는 것, 목적론적 오류라 한다. 목적론적 오류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더라도 현상이나 사물의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은 유난히 그럴듯한 인상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나무는 인간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상생을 산소를 발생시킨다.

태양은 지구가 너무 차가워질 않도록 열흘 방출한다.

지구는 생물이 생존할 수 있도록 물을 가지고 있다.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전형적인 오류이다. 나무, 태양, 지구는 그 어떠한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우리는 마치 모든 현상이 다 이유를 가진 것처럼 말하고 이해한다. 원인이 있는 모든 것은 목적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이 너무나 와 닿는다.

물론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목적 없이 일어날 일은 확실히 있다.

이렇게 목적론적 생각의 문제는 현상의 실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요즘 세상은 부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의견 혹은 관점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거 같다. 근데 이렇게 양극화가 되는 곳은 아 YouTube, SNS 등 온라인 기술 발달이 한 몫 한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은 내 취향과 비슷한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생각은 반대 의견이나 관점은 접하기 어렵고 비슷한 것만 접하게 되고 관점이나 세상을 이해하는 눈도 한 쪽으로 강화된다. 나의 취향을 맞춰주는 기술이 오히려 나를 더 편협하게 만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자주 하는 기본적 사고 오류 중 하나인 확증편향이다.

(100쪽) 반대나 이견 혹은 반론을 적극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는 태도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신의 관점을 공격하는 정보는 적극 감추려고 한다. 실제 이런 현상은 두뇌에서도 측정된다. 우리가 일단 결정을 내리면 두뇌는 곧바로 우리의 감각 지각을 바꾸어 고유이 관점과 반대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누른다. 가장 단순한 층위의 인지 과정에서도 우리는 고도로 선택적이며 자신의 관점을 확인시켜 주는 것에만 관심을 보인다.

책을 읽다 보니 종이신문을 읽어야 되는 이유가 나왔다

(111쪽) 사람들은 종이로 인쇄된 신문을 읽을 때보다 온라인 뉴스를 소비하는 동안 자기 관점과 견해를 확인받는 경향을 더 많이 보인다. 실제로 전자는 정치적 과격화를 줄여준다. 몇 유로를 지불하고 신문을 한 부 구입하면, 온라인에서 유사성 알고리즘에 따라 내게 내주는 것과는 다른 기사를 접한다. 뉴스 소비가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만 일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다면 미국을 보면 된다. 놀랍게도 그곳에선 시민의 거의 절반이 소셜 네트워크를 뉴스 채널로 사용한다. 현재 미국 땅이 이처럼 전례 없이 양극화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세상을 조금 더 잘 이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뉴스를 끊고. 종이에 매체를 가까이 하라는 것이 매우 과학적인 조언이다.

책에서 다룬 것 중 가장 적극적으로 생각해 것은 10장의 내용이다.

‘더 하고 또 더해야 직성방안으로 이 풀려-왜 모든 것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걸까?’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무엇인가 더 해보는 것이 다수인 경우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노력과 헌신이 겉으로 드러내도록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조직생활이나 회사에서도 문제가 있을 때 무엇을 해볼까를 생각하지, 무엇을 하지 말아 볼까를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 매우 공감이 되었다. 이 같은 오류는 비교적 최근 나온 연구 논문으로 ‘추가 오류’ 혹은 ‘무지에의 호소’라고 한다. 실제로 더 하는 것은 쉽지만 빼는 것은 어렵다. 이건 우리의 일상을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내가 지내는 공간은 무언가 점점 더 늘어나지, 점점 더 줄어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253쪽) 우리의 삶은 모아놓은 물건들로 차고 넘친다. 정리를 하려면 버려도 되거나 버려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찾은 해결책은 확실히 정리하는 대신 저장 공간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는 애플 스토어와 아이폰의 단순함에 환호하지만 스마트폰 액정 밑의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40개 앱을 스마트폰 하나에 설치하며 그 가운데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다.

매우 찔리는 내용이다. 나만 해도 폰의 어플을 잘 지우지 않는다. 지우려고 해도 언제가 쓰겠지 하고 놔둔다. 집에는 한번 보고 안 읽거나 아예 안 보는 책들이 계속 늘어나는데도 처분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이 넘어가서 감당할 수 없으면 그 때 버린다. 즉 인간은 더하기에만 익숙하다. 빼는 것은 본능을 거스르는 거 같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과잉의 시대에 빼기가 유용한 방법인 거 같다.

우리가 맞다! 당연하네! 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작 오류와 함정일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오류가 무엇인지 내가 잘 알고 있다면 내 생각과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갈등을 줄이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비록 생각 끊는 기술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이 점이 이 책을 읽을 이유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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