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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평점 :
어릴 적에 예능을 보면 PD라는 존재는 화면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프로그램 중에 PD가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프로그램은 PD나 스텝이 자연스레 등장한다. 이제 유명 PD는 사람들이 얼굴을 알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유명 PD 중 한 명인 김주형PD가 쓴 에서이 모음집이다. 책에는 저자가 PD생활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왜 예능을 하고 싶어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방송 분야의 일이나 PD에 꿈이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것이다.
<재미지옥>이라는 단어가 눈에 띤다. 재미지옥이 뭐지? 방송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예능PD를 ‘재미있는 지옥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골치 아프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재미가 있어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예능PD라고 한다. 어느 일이나 그렇지만 특히나 방송국 일은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못할 거 같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파리는 거의 다 사유지라고 한다. 엥? 사파리가 사유지라니. 개인이 그렇게 큰 땅을 가질 수도 있다니 신기하다. 아마 침략의 흔적이 아닐까하고 혼자 상상해 본다.
(101쪽)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파리는 거의 사유지라고 한다. / 보통 하나의 사파리가 서울의 웬만한 구를 몇 개 한비친 면적에 달한다. 그 광활한 땅에 정말 큰 경계-전기가 흐르는 철조망-를 치고 운영되고 있었다. / 사파리들은 각 동물의 개체 수를 각별히 유지한다. 그래서 이따금 이웃한 사파리끼리 서로가 필요한 동물의 개체 수를 교환해서 그 광할한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한다.
방송은 생방송과 녹화방송이 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느 것이 더 좋을까? 녹화방송은 촬영이 끝났다고 끝나지 않는다. 편집도 하고 송출도 있기 때문이다. 생방송은 돌이킬 수 없다는 긴장감이 크지만 촬영이 끝나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다.
(155쪽) 생방송의 가장 큰 매력은 ‘후반작업이 없다’는 점이다. 방송이 끝나면, 말 그대로 끝이다. 생방송을 하고 있는 순간은 극도의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마지막 타이들이 방송되는 순간은 이보다 더 후련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방송이 잘 되었든, 잘 안 되었든 확실한 끝이 있기에 매력적이다.
책을 읽고 나니 방송국에 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가장 최근은 올해 <개.승.자> 공개 방청을 아내와 다녀왔고, 지금은 사라진 <1대100>도 몇 번씩 녹화에 참여했다. 학생 때는 <TV, 책을 말하다>를 거의 매주 갔던 기억이 난다. 나 은근 예능과 교양 방송을 좋아했구나?
방송이 좋고,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PD라는 직업이 궁금하다며 재밌게 읽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