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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 기술 빅뱅이 뒤바꿀 일의 표준과 기회
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제목이 강렬하다. 누구나 일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그리고 일은 안 사라질 것만 같은데 노동의 시대가 끝났다니? 그러면서 한편 기대도 된다. 정말 노동의 시대가 끝날까?
원제를 먼저 살펴본다. 제목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원제는 <A World Without Work>다. 번역 제목이 어감이 좀 쎌 뿐이지 원제의 의미는 잘 나타냈다고 본다.
노동 이란 단어 때문에 책이 매우 쉽거나 재미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책은 아주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다행이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파트1 부분, 기술의 발달을 알려주는 부분은 재밌게 봤다.
책을 읽고 나니 책의 구성이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PART 1.기술과 일의 역사-PART 2.위협-PART 3.대응.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술과 일의 역사’에서는 기계 혹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살펴보고, ‘위협’에서는 앞으로의 기술발달이 왜 과거와는 다른지. 어떻게 우리의 일이 위협받는지 알아본다. 일이 줄어두는 현실과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저자의 생각이 마지막장 ‘대응’이 들어 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배운 점은 기계에 대한 우리의 태도,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오해이다. 기계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기술 변화, 기계의 발달이 무조건 인간을 일에서 밀어내는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기계가 인간을 ‘대처’하는 경우만 쉽게 떠올리는 반면만 인간을 ‘보완’했던 경우는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35쪽) 지낸 몇 백 년 동아 실제로 일어난 닐을 되돌아 볼 때, 기술 변화가 일어기리에 미친 악영향, 즉 우리 선조들을 불안해 사로잡히게 했던 폐해는 전체 이야기의 절반일 뿐이다. 물론 어떤 업무에서는 기계가 인간을 밀어냈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자동화되지 않은 다른 업무에서는 인간을 보완했으므로, 그런 일을 맡을 인력의 수요를 늘렸다. 기술과 일의 역사를 통틀어 보면 언제나 서로 다른 두 힘이 작용했다. 노동자를 대체하는 해로운 힘과 정반대로 노동자를 보완하는 유익한 힘. 우리가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이 유익한 힘은 세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생산성 효과, 파이 확대 효과, 파이 탈바꿈 효과
(41쪽) 기계가 특정 업무에서 인간을 밀어낼 때는 인간을 ‘대체’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는 꽤 쉽게 눈에 띈다. 이와 달리 기계가 다른 업무에서 인간 노동의 수요를 늘를 때는 인간을 ‘보완’한다. 앞에서 봤듯이 이 현상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인간을 밀어내 버리는 기계에 비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은 과장하고, 자동화화 인간 노동의 강력한 상화 보완성은 무시”하고 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설명도 또한 흥미롭다. 나는 약한 인공지능 과 강한 인공지능 이라는 구분까지는 들어봤다. 본 책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구분은 없지만, 인공지능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 이라는 단어 때문에 우리는 마치 기계가 사람과 같은 지능, 생각할 것이라 기대(?)한다. 인공지능 초기 연구에는 그 관점이 맞다. 사람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람처럼 학습하고 사고해야 된다고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지금 딥러닝이나 AI의 발전은 그 결이 다르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르게 작동되고 있다.
(102쪽) ‘인공지능 착오’ 란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줄 아는 기계를 개발할 유일한 길은 인간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법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이런 착오가 오늘날까지도 널리 펴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기술과 일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기계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기는 것에 대한 저자의 대응 방법 중 내 기억에 남는 것은 교육과 큰 정부이다. 교육을 통해 다시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전혀 방법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큰 정부는 경제 발전의 주체가 아니라 분배에 치중하고 잇는 정부이다. 기술의 발전과 엮어서 사회의 불평등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미래 정부의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 중에 회계사에 윤리규범을 설정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은 회계사나 세무사는 고객의 세금을 최대한 덜어주는 쪽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계사의 기본 태도를 규정하자고 한다. 변호사의 사례처럼. 회계사의 행실에 ‘세금에 대한 성실한 납부’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나는 좋은 생각이라 생각한다.
기술 기업이 점차 커지면서 우려하는 바도 공감된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의 경제적 이득 등 경제적인 문제를 우려했다면 지금과 앞으로는 정치적인 힘에 대해서 우려한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기업이 얻는 정보는 우리의 행동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294쪽) 20세기에는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가 대기업의 경제적 힘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이들의 정치적 힘도 갈수록 더 많이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 이들의 힘이 정치적 동물로서 우리가 공유하는 삶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그런 결정을 기술 대기업에서 보이지 않게 제 할 일을 하는 엔지니어들이 갈수록 더 많이 좌지우지할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정치 생활이 ‘사유화’ 할 위험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에 들은 한 분의 발표가 떠올랐다. 그 분은 하는 일이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로봇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기계를 관리하는 기술. 이 기술은 미래에도 일이 없어질 거 같지 않다. 그 분에게 이 책을 권하면 더 재밌어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