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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생물과 산다 -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
김응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평점 :
예전에 장내 유익유산균에 대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장 건강이 몸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평소 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책을 읽고 얼마간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복용한 적이 있다. 3개월 이상 복용했던 것 같은데 큰 변화가 없어 계속 먹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는 TV를 보니 프리바오틱스에 관한 것을 봤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영양이 되는 것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잘 활동하기 위해서는 프리바이오틱스의 섭취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던 것은 내가 프리바이오틱스가 같이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내 유익 유산균은 미생물이다. 위와 같은 경험 때문인지 ‘미생물’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하니 무심코 신청하기에 손이 갔다. 일전에 <바이러스 행성>도 재밌게 읽은 기억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인류 기원부터 시작된 인간과 미생물의 아슬아슬 기막힌 동거’가 부제다. 부제 잘 뽑았다. 내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본 책은 미생물과 미생물학에 대한 딱딱한 서술이 아니다. 인간에게 미생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둘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많은 내용을 알려준다. 인간의 진화부터 의학의 발달, 내가 좋아하는 치즈까지! 인류의 시작과 번성에 어떤 미생물이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재밌고 쉽게 들려준다.
저자는 수 많은 미생물 중에서 일부 소수의 병원균, 감염사례 때문에 ‘미생물’하면 부정적 인식이 있는 현실에 대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미생물 자체가 나쁜 것이 n 아니라 사람이 대응하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나쁜 미생물에 대해서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많은 부분을 예방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미생물은 사람하기 나름이라고.
가장 눈에 띄는 예시가 보톡스다. 공식 명칭은 ‘보툴리눔 독소 시술법’이라 하는데. 이 독소는 세균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세균이 분비하는 신경 독소이다. 1930년대에 일본은 이것을 생물학 무기로 쓰려고 마루타 시험을 한 적도 있으나, 현재는 눈꺼풀, 얼굴 떨림 치료제 나아가서는 주름 제거의 미용으로도 쓰이고 있으니, 정말 사람하기 나름인 것이다.
미생물은 생태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미생물이 없다면 아마 동물과 식물은 지금까지 생존하고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미생물이다.
(239쪽)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은 먹고 먹히는 관계라는 얘기다. 생물학 용어로 ‘먹이 그물’이라고 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생물은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로 구분할 수 있다. (중략) 생산자에서 출발한 물질은 어디를 통과하든 최종적으로 분해자에게 모였다가 다시 생산자로 돌아온다. 이유인즉슨, 궁극적으로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사체는 분해되어 생산자가 새로운 영양분을 만드는 원료로 다시 쓰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물과 죽은 생물을 연결해 주는 분해자 역할은 세균과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만이 해낼 수 있다. 미생물은 지구 생태계의 화학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모든 생명체가 자립하여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사람하기 나름인 생활의 꿀팁도 알려준다. 미생물이 서로 교류하거나 영향을 주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미생물인 화자가 인간들에게 알려주는 내용이다.
(35쪽) 거듭제곱으로 성장하는 우리의 위력을 알고 있는 만물의 영장이라면, 실온에 음식물을 방치하는 어리석은 일은 말아야겠다. 게다가 오늘 우리가 냉장고에서도 자라는 미생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으니, 앞으로 냉장고를 너무 맹신하지 말기 바란다.
장을 볼 때는 생활 잡화부터 집고, 그 다음에 냉장이 필요 없는 식품과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담아라. 그리고 냉장이 필요한 햄, 우유, 어묵 등 가공식품을 선택하고 마지막에 육류와 어패류 등을 순서대로 장바구니에 담는 게 좋다. 집에 와서는 장 본 순서와 반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우리가 맨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 사람의 몸과 삶에서 절대 분리할 수 없는 작은 것들에 대해 바로 알게 해주는 기회. 미생물에 대해 어렵지 않게, 조금이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이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