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즈
루이스 진 지음 / 북랩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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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고르는 기준이 매우 좁다. 이웃 블로그의 서평이나 가입되어 있는 서평카페에 올라오는 책에서 볼 책을 고른다. 이웃분들이 남겨준 책들은 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서평카페에 올라오는 책은 신청해서 뽑히면 읽고 그렇지 않으면 잘 보지 않는다. <번즈> 이 책은 후자다. 가입된 서평 카페를 통해 받은 책이다. 이 책을 신청을 신청할 때 책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목과 책에 대한 출판사 홍보글, 그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선택은 한 것은 전적으로 소재 때문이다. SF소설! <노인의 전쟁> 시리즈를 본 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 매우 우호적이 됐다. 본 책을 신청한 것도 그런 우호적 성향의 결과다.

 

책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 것이 없었는가? ‘루이스 진이라는 작가 이름 때문에 외국소설로 착각했다. 루이스 진? 외국사람인가? 번역서인가? 책 날개를 펼치니 내가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 ‘루이스 진은 필명이다. 루산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루산? 그런 곳이 있나? 명칭이 중국스러워 방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중국에 있는 지명이다. 중국에서 태어났나? 지도로 검색해보니 경상북도에 루산 으로 검색되는 곳이 하나 뜨기는 하다.)

 

우주과학, 물리학 이론과 인식론이 버무려진 새로운 느낌의 SF 소설책 뒷면에 붙어 있는 내용이다. 우주과학+물리학+인식론이라니? 어떤 내용일까? 그런데소설 번즈에 대한 내용을 말하라고 한다면 책 소개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다. 지구의 대표자로 갑자기 지정된 번즈는 행성 유지위원회에 소환되고 지구를 위한 변론으로,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사람의 기록을 읽는다. 하지만 그 변론은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 책 내용을 정말 이게 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구는 멸망하지 않는다. 왜냐? 그것은 작가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게 뭔 소리냐고? 책을 읽으신 분은 알 것이다. 번즈의 세계는 우리가 보통 읽어온 독립된 소설의 세계가 아니다. 루이스 진이 만들어 낸 세계라는 것이 대놓고 나온다. 나는 책을 끝나고 읽고 나서 떠오른 책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나에게 번즈의 결말은 신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게 다가온다. 아마 <>을 읽지 않았다면, 그 당시의 신선함을 이번 번즈에서 느꼈을지도 모른다.

기존 작품과 유사하게 느껴졌지만 충분히 다른 점도 있다. 주인공의 설정이다. 번즈가 지구 대표로 선택되었다고 해서, 변론을 한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주인공이 인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진이 번즈의 이름을 지어주고 번즈 위에 올라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고? 번즈는 인간이 아니다. 더 나아가 생물이 아니다. 무생물, 돌이다. 우리가 생명이 없다고 여기는 것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매우 독특했다. 물론 무생물을 의인화 한 것은 아니다. 번즈는 지구에서 돌이다. 하지만 번즈가 사는 우주에서는 무생물도 생명력이 있고 마블의 선택을 통해 행성 대표도 될 수 있다.

다른 설정들도 대담하다. 행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종족이 있고, 지구와 쌍둥이 행성, 그리고 한번 고대문명이 있었다가 다시 진화를 이뤄낸 점.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씨앗. 이런 이야기는 내가 너무가 좋아하는 것이기에 앞부분은 기대를 많이 했다. 특정 단어에 대한 설명과 그것의 역사를 통해 작가가 설정한 우주의 이야기를 읽는 게 재밌었다.

하지만 나에게 그 재미는 번즈가 변론하기 전까지다. 번즈가 변론을 시작하면, 책 뒷면에 나왔던 물리학 이론과 인식론이 버무러져 나온다. 여기서부터 내용의 분위가 변한다. 그러다 최후의 판결에서, 앞서 내가 말한 결말로 된다. 작품에 작가가 직접 나온다. 작가는 놀러가야 가기 때문에 여기까지라고 한다.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에필로그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행정유지위원회의 사트안, 그의 이야기 담긴 에필로그: 나는 본편보다 더 재밌다!

 

 

이제부터 내 맘대로 상상.

작가의 필명이 루이스 진인 것을 보아 이름에 이라는 자가 들어갈 것 같다. 책 내용을 보면 진이 남긴 기록이 있고 번즈가 그 기록을 읽는다. 진은 돌 위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일 것 같다. 널따란 햄버거를 닮은 돌에 번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하늘을 보면서 많은 상상과 공상을 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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