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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평점 :
책의 중반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읽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다.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무슨 이야기를 하고는 있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여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딴산의 그이들은 누구인지. 수미와 나리는 왜.
여안에 내려가서 만조 아주머니를 만나는 순간부터 뿌연 이야기 속을 더듬거리지 않고 이야기들이 힘을 갖게 되었다.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순간이 너무 뒷부분이어서 아쉬웠다는)
어느 시기에는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요하게 강조하던 때가 있었고, 어느 시기에는 개인의 중요성이 더 중요하게 이야기되던 때도 있었다. 어찌할 수 없는 전세계적인 바이러스의 등장이라는 외부적 환경에 의해 고립이 생존에 중요하게 되는 시기를 지나왔다. 그런 순간 조차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격리자를 서포트하던 개인들. 듬성 듬성 빠져버린 빈 자리를 채우던 이들. 고립감에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려는 듯 각종 네트워킹이 조직되는 것들도 보았다. 철저하게 홀로 서게 되는 순간 내 옆의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쓰이고 또 쓰이던 마음.
핏줄도 아닌 누군가의 눈에 들어 온 그 순간.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외면하지 않고.
구원은 스스로가 할 것이다.
나는 내가 마주한 그 눈빛에 내가 할 수 있는 응답을 하면 된다.
나의 그이들이 나에게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