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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무엇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꽤나 큰 데미지를 준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속상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출도 생기고, 사람을 잃어버리면 누군가와 함께 보낸 나의 시간과 그 시기의 내가 사라지는 경험에 꽤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은 갓 고등학생이 된 혁이 13년 터울의 형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5살이었던 혁은 18살의 형을 잃었다. 혁이 기억하는 형은 아마도 부모님이나 형 주변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로 만들어진 형일 것이다. 5살 꼬맹이가 무엇을 얼마나 기억하겠는가. 그리고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으니... 나와 형이 만든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니 혁이가 가진 형에 대한 그리움은 다른 누군가의 그리움에 공명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들어간 혁은 형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리고, 형의 비밀의 공간에 접속한 순간 더욱 적극적으로 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혁이의 형 찾기 시간은 혁이 상실을 표현하게 되는 과정일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형의 이야기. 상실을 표현하면서 혁은 형을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 시간과 과정이 혁이 형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된다. 이제 혁은 형과 나만의 기억을 갖게 되고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혁은 곰솔에게 자신의 티켓을 넘겨준다.
표지와 제목에서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다가... 상실과 우리가 만들어지는 시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풋풋한 첫사랑의 결도 살짝 나오니 기대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