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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평점 :
스물아홉, 그 무엇도 되지 못한 곽용호,
그가 새롭게 써 내려간 창창한 총천연색 인생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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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한 덕에 '곽용호'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밝지도 않고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부는 그냥저냥이고 그 어느 것에도 뾰족한 재능이 없는, 아무런 색채가 없는 아이. 쟤 엄마는 그렇게 대단한데 쟤는 애가 영 야무지지도 못하고 능력도.... 어떻게 저렇게 평범하지?, 하고 수군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하다. 평생을 드라마계의 스타 작가인 엄마와 비교당하며 살아야 했던 용호.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고 엄마의 매니저에 가까운 피디 오혜진은 용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혹시 작가님 따라서 글 안 써보셨어요?
관심 없으세요?"
용호는 고등학교 문학동아리에서 만나 2년을 사귀었던 함장현과 엄마의 대본을 대신 쓰기 시작한다.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내 돈 벌고, 제때 밥 먹고 산책하면서 내일 할 일 생각하고. 이제야 일 인분 하는 인간이 된 느낌.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마가 없는데 이런 기분을 느껴도 되는 걸까.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년은 사람이 아니라도 욕을 하겠지.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 여기, 기획안 보시겠어요?
-....어느 날 엄마가 사라졌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재능을 인정받고 통장엔 돈이 쌓인다. 어쩌면 여자는 정말로 재능이 있던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마라는 뿌리 깊은 노목이 키 작은 나무의 광합성을 막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여자는 과연 엄마를 열심히 찾을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실종 상태로 내버려두고 자신의 성공을 즐길 것인가.
(195~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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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같은 삶을 살아온 스물아홉 청년 용호가 무기력한 자기 모습을 지워내고 스스로 선택한 색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물들여가는 이야기. 용과 호랑이 같던 소설은 어느 순간 한없이 다정해진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는데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가끔 툭 튀어나오는 유머도 매력 포인트.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갔다. 연달아 두 번 읽어도 재밌는 책이다. <별빛 창창>에는 '하루를 머물면 서른 명의 친구가 생기고 또 다음 날이 되면 서른 명의 친구가 더 생기는' 신비로운 곳이 있다. 다양하고 귀여운 사람들. 현실에도 있을 법한 곳. 아픔과 다정함이 가득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가슴 찡하면서도 참 따뜻하다.
■ 엄마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 꼬질꼬질한 삶과 창창한 꿈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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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돌아보았다. 엄마의 마른 어깨와 쑥 들어간 볼. 걸친 옷에서는 페브리즈 냄새가 진동했다.
(23쪽)
너는 우리가 온전히 뭉개지지 않고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속으로 물었다. 장현아, 나는 잘 모르겠어. 나는 엄마에게 항상 잘못됐단 이야기만 들었거든. 멍청하단 평가만 이어졌거든. 내가 만약 '너만큼' 지원받았다면 지금쯤 뭐가 되어도 됐을 거라는 얘기만 엄마에게서 골백번 들으면서 자랐어.
(86~87쪽)
사람이란 그토록 잘 변하는 존재라 발생하는 해로운 순간들이나 오해들도 분명 있지만, 그래서 탄생하는 소중한 감정들도 너무 많아서 사람은 사람이 가장 사랑할 수 밖에 없다.....
(171쪽)
왜 당신은 내가 알던 이와 다른 사람인 척하는 건데.
왜 나보다 다른 이들을 더 사랑했던 건데.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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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