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했던 것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2
미야모토 테루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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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라앉아 있던 과거를 두 번 다시 잡을 수는 없다.' - 파일럿 피쉬(오사키 요시오)

우연히 잇따라 읽게 된 책 <파일럿 피쉬>의 도입 부분에 있던 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아릿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이 문장이 달리 다가왔다.

아릿하고 따스했던, 지난 한때를 추억하는 건 어딘가 슬프다.

이젠 가질 수 없는 것, 돌이킬 수도 없는 것.... 우리가 '좋아했던 것'.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하게 되기까지의 그 휑한 마음을 채웠을 네 사람을 생각하니 '마음이 잘게 썰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에 휑한 구멍 하나가 생기는 그런 누군가의 지난 사랑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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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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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리뷰 제목이 언젠가 어디선가 튀어나와줄 것만 같은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읽었다.
나에게는 언젠가 배우들을 매개로 한 것이 아닌,
글을, 종이를 매개로 한 '노희경'을 읽고 싶다는 제법 강한 소망이 있었다.
그 큰 기대 때문이었을까.. 사실 내가 기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던지라, 실은 별 하나만큼의 실망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드라마, 책은 책일 뿐이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에 비례할 속도로, 알라딘 컵과 함께 당일배송되어 온 책을 읽어내려갔다.
읽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지만 음미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퍽퍽하고 건조하면서도 따뜻하고 아릿한..
그녀의 어머니가, 아버지가, 사랑이, 그녀의 삶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중간중간 <그들이 사는 세상>의 내레이션이 섞인 것도, <그사세>를 즐겨보는 편인 나로서는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페이지에 드라마가 아닌 그녀의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조금 더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다.
허나 말랑말랑한 삽화가 있던 그 자리에도 그녀의 이야기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건... 과한 욕심이겠지.(더 많은 그녀의 글로 조금 더 두터운 한 권의 책이 채워질 때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려도 난 기꺼이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구..)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난 계속 따뜻한 드라마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게 나의 감상.
그녀의 다음 드라마가, 그녀의 다음 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 p.24 

- 그런데 나는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70퍼센트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 자기합리화라 해도 뭐 어쩌겠는가. 자기학대보단 낫지 않은가. - p.38

- 사랑이 믿음보다 눈물보다 먼저 요구하는 것, 그것은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예민함이다. 그 예민함과 관찰은 실제의 시간보다 그 시간의 시간을 훨씬 느리고 길게 한다. -p.74

- 도대체 누가 야휘와 보영을 만나게 했는가? 만나서 사랑하게 했는가? 사랑해서 매달리게 했는가? 매달리는 걸 뿌리치게 했는가? 사랑이 사람의 힘으로 좌지우지되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만남이 애초에 그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서로가 만나서 고통받는 그 대가는 모두 신이 대신 져야 할 짐이다. - p.82    

- 남의 상처는 별 거 아니라 냉정히 말하며 내 상처는 늘 별 거라고 하는, 우리들의 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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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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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널 언제 봤더라..
:::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의 서평에서 본 게 먼저였던가, 광고에서 그 문안을 봤던가.. 여하튼 손민호 기자의 호평에 끌려 관심을 갖게 되었음.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 했던가.. 아님 말고.
::: 그 후로 종종 들려오는 입소문.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음. 

2. 읽는 데 걸린 시간
::: 반나절이 안 걸렸던 듯. 도입 부분이 수려함. 그리고 어느새 책을 덮고 있었음. 

3. 만족도
::: 기대가 어마어마하게 컸던지, '최고'까지는 아니었지만 간만에 만난 좋은 책이었음. 

4. 인상 깊은 구절
:::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한 거 하나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 웃는데 그 웃는 모습이 싫었고 웃으면서도 울까 봐 괜한 걱정을 했었다.
::: 능력치 잘못 올리고 키운 캐릭터 같은 인간들
:::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
 
5. 감상
::: 교훈적이지 않아 좋았고, 신파가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소설스러운 희망이 나쁘지 않았다.
젊고 싱싱한 문체, 설명하려 들지 않는 무심함, 긴장감이 지속되는 글의 흐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삼촌를 둔 완득이, 라는 사실에 집중하면 읽다 보니, 웬걸 완득이 또한 그런 나라에서 차별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었다. 상처 받기 싫어서 세상사에 무심한 그 녀석의 마음을 소설은 굳이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밤낮없이 "완득이"를 외치던 무정한? 똥주 선생처럼.
"배려가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똥주 선생은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듯.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매개로 자기 나름대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한 완득이의 변화가 흐뭇했다.

 6. 기타
::: 사촌동생들에게 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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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다카포
호란 지음, 밥장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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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호란의 팬은 아니다.
음악을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호란에 대해 내가 알던 사실이라고는 '클래지콰이'의 멤버라는 것, 그리고 간혹 케이블TV를 돌리다 보면 가끔씩 화면에 잡히던 연예인이라는 점 정도일까.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란의 다카포>라는 책의 표지를 봤을 때, 그 표지에 실린 호란의 흑백사진을 봤을 때 이 책이 갖고 싶어졌다.
무슨 얘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잠깐 오해도 했다.
이 사람도 결국 쿨한 척하고, 많이 들은 척하고, 멋있는 척하는 부류의 사람 아닐까.
그녀가 본문 중에 쓴 표현인 소위 '간지남녀'의 '간지녀'가 아닐까..
그런데 다 읽고난 지금 그녀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멋부린 글이 아니라, 멋이 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막대한 독서량과 적절한 어휘 선택, 진짜 '앎'에서 나온 그녀의 생각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가 갸우뚱하게 했다가 하며 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야말로 '뇌가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 책을 읽고 호란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여전히 가수인 그녀의 팬은 아니다.
단지, '책에 밑줄 긋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작가로서의 '호란'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 덕분에 읽고 싶어진 몇 권의 책도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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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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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수들은 2집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나 1집에서 대박이 난 가수들의 경우, 2집 히트에 대한 부담감도 부담이지만, 2집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가수로서의 생명이 결정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 가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사 점점 더 크고 많은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관계에서든 사물에게든. 소설가에게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 전작보다 더 큰 재미, 더 큰 감동, 더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고 이내 실망하곤 하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를 무조건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좋은 그의 소설 중 하나'였다. 물론 객관적인 재미를 따지자면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를 능가하는 작품은 아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1. (내용은 생략한다) 내가 속했던, 혹은 속하고 있는 현재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판타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우울하지 않다. 그저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극히 평범한 한 청년의 모습이, 어딘가 초조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는 젊음이, 읽은 뒤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2. 블랙유머. 이 책은 찬찬히 음미하는 사람에게 큰웃음을 주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공중그네>보다 <남쪽으로 튀어!>의 웃음에 가깝다고 할까. 나는 한번 다시 생각하면 마구 웃음이 나는 오쿠다의 이런 유머가 좋다. 문맥과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뜻하지 않은 반전을 만나 실소가 터지는.. 그런 느낌. 이것도 좋았다.

3. 개인적으로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어서 그런지, 희미하게나마 그의 젊은 시절을 훔쳐본 기분이 들어 유쾌했다. 지금의 오쿠다를 떠올리면서 글을 읽다보면, 띠지 문구대로 "너무나 유쾌해서 참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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