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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가수들은 2집이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나 1집에서 대박이 난 가수들의 경우, 2집 히트에 대한 부담감도 부담이지만, 2집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가수로서의 생명이 결정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 가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사 점점 더 크고 많은 걸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관계에서든 사물에게든. 소설가에게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 전작보다 더 큰 재미, 더 큰 감동, 더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고 이내 실망하곤 하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오쿠다 히데오를 무조건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좋은 그의 소설 중 하나'였다. 물론 객관적인 재미를 따지자면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를 능가하는 작품은 아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를 주는 작품이었다.
1. (내용은 생략한다) 내가 속했던, 혹은 속하고 있는 현재를 리얼하게 그려냈다. 판타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절대 우울하지 않다. 그저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극히 평범한 한 청년의 모습이, 어딘가 초조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품는 젊음이, 읽은 뒤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2. 블랙유머. 이 책은 찬찬히 음미하는 사람에게 큰웃음을 주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공중그네>보다 <남쪽으로 튀어!>의 웃음에 가깝다고 할까. 나는 한번 다시 생각하면 마구 웃음이 나는 오쿠다의 이런 유머가 좋다. 문맥과 상황을 따라가다보면 뜻하지 않은 반전을 만나 실소가 터지는.. 그런 느낌. 이것도 좋았다.
3. 개인적으로 오쿠다 히데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어서 그런지, 희미하게나마 그의 젊은 시절을 훔쳐본 기분이 들어 유쾌했다. 지금의 오쿠다를 떠올리면서 글을 읽다보면, 띠지 문구대로 "너무나 유쾌해서 참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랑스러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