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호란의 팬은 아니다. 음악을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호란에 대해 내가 알던 사실이라고는 '클래지콰이'의 멤버라는 것, 그리고 간혹 케이블TV를 돌리다 보면 가끔씩 화면에 잡히던 연예인이라는 점 정도일까. 그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란의 다카포>라는 책의 표지를 봤을 때, 그 표지에 실린 호란의 흑백사진을 봤을 때 이 책이 갖고 싶어졌다. 무슨 얘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처음에는 잠깐 오해도 했다. 이 사람도 결국 쿨한 척하고, 많이 들은 척하고, 멋있는 척하는 부류의 사람 아닐까. 그녀가 본문 중에 쓴 표현인 소위 '간지남녀'의 '간지녀'가 아닐까.. 그런데 다 읽고난 지금 그녀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멋부린 글이 아니라, 멋이 나는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막대한 독서량과 적절한 어휘 선택, 진짜 '앎'에서 나온 그녀의 생각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가 갸우뚱하게 했다가 하며 책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야말로 '뇌가 마사지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 책을 읽고 호란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여전히 가수인 그녀의 팬은 아니다. 단지, '책에 밑줄 긋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작가로서의 '호란'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 덕분에 읽고 싶어진 몇 권의 책도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