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결혼이야기 2 또하나의 문화 12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 또하나의문화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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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가족’  이데올로기가 장악해 온 가족주의를 거부하고  꿋꿋하게 자신이 선택한

결혼 , 비혼, 레즈비언 등의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쓴 처절한? 기록들이다.


10대에서부터 5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여성들이 어떻게 기존의 가족주의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과정에서부터 현재의 생각까지를 수기형태로 보여 준다.


글쓴이들은 여성주의 시각을 가진, 지식인 여성들이 대부분 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은 ‘모순과 불평등’을 문제시 할 수 있는

‘정의감과 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결혼 문화에 대한 강압적 획일화와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권위주의 가부장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 또한 여성이 자신의 고통을 정확하게 바라 볼 용기와 인식에서부터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귀중하다. 여성주의 시각을 가진 지식인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다양하게 내어 주어야 한다. ‘페미니즘’만의 담론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우리 사회의 폭력이 어디서부터 나오고 있는지를 짚어 갈수 있게 꾸준히 친근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 책은 다양한 오늘의 결혼 모습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겠지만 좀 아쉽기도

하다. 당연하겠지만 글쓰기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과,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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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아줌마
이숙경 지음 / 동녘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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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를 찾아서 읽는 걸 보니 내 나이도 통상적인 나이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듯 하다.

요즘 한창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0년 쯤 전에 여성학 수업을 한 학기 들었지만 전혀 나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 교수님의  부르조아틱한 마나님 옷차림과 번드러한 집안 얘기가 좀 역겨웠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문제로 너무나 절실히 다가오고 있다.

‘남성들의 남성들을 위한 남성들에 의한 사회'라는 것을 직장 생활과 결혼을 한 형제들과

친구들을 보며 소름끼치게 실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현상들의 단면이 바로 가부장제의 권위주위, 남성우월주의를 ‘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부장 문화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줌마가 쓴  아줌마를 위한 통쾌한 이야기이다.

아줌마들의 가치를 일깨우고, 자존감을 갖고, 당당한 권리 찾기에 힘을 주는 저자의 응원가이다.

자신의 이야기들을 통해 어떻게 일상의 불평등에 저항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글도 재미있고 잔잔하게  잘 쓰신다.

 

내가 피해의식에 젖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들이 결단코 어긋났음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터무니 없는 기득권에 편승하여 여성을 억압하는 생활 속의 자잘한 폭력을 지켜 본다는 것만해도 나는 힘들고 지친다. 이 책은 나를 비롯한 나보다 훨 힘든 상황의 아줌마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따뜻함에 담아 주고 있다.

특히 “니가 허락하는 걸 허락 할 수 없어” 와~ 유쾌, 통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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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과 함께 하는 유쾌한 현대미술 이야기
신현림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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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맘껏 맛보았다. 역시 신현림의 글은 강렬하다. 오래전 시집 '세기말 블루스'를 읽고 감짝 놀랬었다. 불에 덴것 같았다. 겨울날, 찬 바람을 따라 바짝 말라 있는 나목에 자학적인 열정으로 타고 있는 불을 보는 듯했다. 20대의 방황과 절망. 30대가 되어서도 제 길을 찾지 못한 마음이 용암처럼 흐르는 시집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아이 엄마가 되고 사진을 공부하며 시집이 아닌 에세이를 선보인다. 항상 외롭고 반항적일 것 같던 그녀도 나이먹고 있다. 한편으로 허전하다. 온순한 제임스 딘이 상상이 되는가??

예술적 안목과 취향은 여전히 '뜨거움'이지만 혼자만의 우울의 골짜기를 벗어나 세상의 다른 예술가들과 악수하고 그들의 정열을 온 몸으로 빨아 들이고 있다. 발산'에서 '포옹'으로의 변화.

현대미술들을 대하며 일어나는 감상들을 음악과 시와 삶의 단상들로 이으며 자신만의 서정과 감성을 매혹적으로 발산한다.

작가의 풍부한 지적 향유와 자유로움이 부럽다. 내면에 너무나 풍성한 식탁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며 '누드' 사진이 좋아졌다. 메모한 사진집들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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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유고시집 창비시선 104
고정희 지음 / 창비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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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시인이 지리산에서 실족사 했다는 TV뉴스가 아직 생생하다.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었다.기자 뒤로 맹수떼같이 밀려오던 계곡물 소리가 섬짓했던 기억도 뚜렷하다. 시인의 시집을 만나지 못하던 때였다.

물론 시들은 가끔 봤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다. 시가 아니라 구호였다. 시를 가장한 그런 구호들에 내심 분개하고 있었다. 참여시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김수영, 신경림, 하종오,박노해, 도종환,,, 이런 분들의 시는 시를 거의 읽지 않던 내게도 감동이었고 칼날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문학적 깊이나 고민, 향기 없이 구호의 나열을 시라고 내 놓은 것을 보면 왠지 낯이 뜨거워 졌다. 문학에 대한 모독처럼 생각되었다. 문학이 별거라고...지금 생각하니 부끄럽다.

이틀 동안 들고 다니며 처음으로 고정희 시인의 시들을 진지하게 읽었다. 그러면서 후회했다. 진작에 그녀의 시들을 읽어 볼걸....구호같은 시들이 유연한 리듬으로 노래처럼 읽히는게 신기했다. 지어서 외치는 언어가 아니라 그냥 쏟아내는 탄식같은 노래가 마력적이었다. 

여성의 아픔을 이렇게도 솔직하게, 연민으로, 같이 울어주는, 대신 울어 주는 시들을 썼구나...우리 나라의 아픔과 모순을 너머서 아시아를 끌어안고 있는 그녀가 어색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아픔들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적한 말과 방법으로 시대를 정직하고 열정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살았다.시인의 다른 시들도 읽어 보고 싶다. 

그 어디에서 편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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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52
이진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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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책을 읽다가 작가의 나이를 자주 확인해 보곤 한다. 몇 살에 이런 아픔이 있었나? 몇 살에 이런 표현과 깨닫음이 가능 했나... 나 자신에 대한 초조함이 이런 유치한 접근을 만든 것이다. 시간이 몇 년 전부터 너무나 빨리 가기 시작했다. 아무런 힘도, 푯말도 없이 젊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초조함이 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당황해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시간이 정말 두렵다.

집 앞에 당도해 대문을 열며 크게 인사할 것이다 / 학교 다녀왔습니다

시인은 집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 죽음의 집으로 천연덕스럽게 가고 싶어 한다. 이제 서른 아홉에. 시에선 절망도 없고 욕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일상을 엿보면 내가 원하는 물질적 안락의 욕구와 욕심이 턱까지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녀 또한 자본주의 터널을 걸어가면서 어찌 힘들고 욕망하지 않았겠는가? 눈을 둥글게 둥글게 돌리며, 저 멀리 있는 집을 바라보며, 그곳으로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며, 현실을 가볍게 견디는 듯 일상은 고요하고 깊다. 그녀는 시인이다.

나도 그렇게 편해지고 싶다. 그녀처럼 즐겁게 집으로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며 아름다운 것들과 눈 맞추며 소박하고 고요하게 따뜻하게 살고 싶다. (이상한 리뷰가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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