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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치학 -상 - 현대사상총서 11
케이트 밀레트 지음, 정의숙.조정호 옮김 / 현대사상사 / 1990년 2월
평점 :
절판
부채를 벗은 듯하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서 미뤄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깨알같은 글씨에 인쇄마저 농도의 변화가 있어 소녀시절 언니방의 손바닥 문고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빽빽한 각주가 버티고 있어 (종종 못 본 척했지만) 모처럼 진지모드로 독서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좋았다.
우선 충격적 이었던 것은 문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 사고에 찌들어 있는지 통탄스러웠다는 것이다.
작가란 가장 비천한 인간에 대해서도 애정을 유지하며 현상의 뒷면을 살피는 휴머니즘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표현과 사상은 달라도 유한한 인간들의 악마같은 모습에도 동정이나 단죄가 아닌 ‘연민’을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오렌스, 헨리밀러, 메일러, 장 쥬네의 작품은 가부장제 남성들의 기득권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문학‘을 악랄하게 이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공존해 살고 있으며 그 당시로서는 너무나 힘없는 비하된 인간으로 살고 있는 여성에 대해 이렇게 악의적일 수가 있는지 분노가 인다.
공유된 사회적 가치에서 한 치의 벗어남 없이 막 깨어나려는 극소수 여자들의 존재를 짓밟으며 생물적 특성으로 규정하면서까지 ‘남성적’인 것에 가치를 부여한 이 작가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 추악한 전쟁의 상황을! (오늘 우리나라국민이 참수되었다)
남성 문화가 이룩한 절정이 ‘전쟁’과 ‘무기’가 아닌가?
이 책은 3부 2권으로 나눠 있으며 2부의 역사적 배경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유럽의 혁명 과정 속에서 왜 성 혁명은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회주의 운동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가족’이데올로기와 싼 여성노동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비하되었다. 프로이드의 지대한 이론에 힘도 얻고.
작가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구조라 정의했다.
너무나 공고한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들 스스로가 비하된 의식을 내면화 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의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어제 우연히 TV의 연예프로를 보면서 식구들과 출연자들은 웃는데 나는 도저히 웃을 수도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어 일어나 버렸다. 정말 여성은 ‘최후의 식민지’로 남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오늘날 성은 정치적으로는 힘을 조금씩 얻어가고 있지만 상업화 앞에서는 무기력해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