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두 번째 읽는 박노자씨의 책, 역시 따갑다. 국정교과서와 친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다. 충실한 학생이었다면 선생들이 밑줄 그으며 민족적 자부심을 고취하던 역사들이 허접한 사실이었다는 것에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는가.

화와 독립을 주도했던 지식인들의 이념성을 박노자씨는 끈질기게 물고 비판하며 일제침략기를 통한 가장 큰 손실을‘제국주의 논리를 내면화’한 것이라 본다.

문명이 야만을 정벌할 권리가 있다고 봤던 [독립신문] 필진들의 세계관은 이토 히로부미의 세계관 그대로다. ‘백 권의 국제법이 몇 개의 대포보다도 못하다’는 말을 즐겨 했다는 <탈아론>의 후쿠자와는 초기 개화파의 스승이었고 서재필과 그 동료들은 제국주의 침략이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세계 교화 사업으로 받아들였다.

 

지식인들이 양육강식의 사회진화론을 내면화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외 열강들의 약소국 수탈과 인종주의에 따른 힘의 논리가 세계를 주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을 중심으로 한 탈아론을 받아 들이며 자강론을 부르짖은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오늘날 미국을 보면 3,4년을 주기로 약소국을 침략하고 있다. 지배층들을 포섭하여 개방화, 인권, 정의의 이름으로 냅다 들어가 금융 시장을 장악하고 식민지화 해버린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지배층’의 적극적 협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안위가 한미동맹에 달려 있다고 떠들어 대는 부시와 네오콘의 나팔수들을 보라. NSC에 종사하는 분이 TV에서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섬찝하며 기괴하기조차 했다.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미국 공무원이었다.

 

저자로서의 일관된 생각은‘시민사회’인 것 같다. 그 사회는 ‘국경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노자 개인은 무정부주의에 가까운 듯하다. 풍성한 문화 문명의 시대에 야만의 논리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구원은 ‘무정부주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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