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예술
김점선 지음, 그림 / 마음산책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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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그림 몇 점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바꿔가며 즐긴다. 조카가 그렸냐고 물은 사람도 있었다. 전에 그림 그린다는 사람이 '저는 그림은 잘 모르지만....'  이딴 말하는 사람보면 무식해 보여 상대하기도 싫다던 섬찟한 기억이 있어 느낌의 차이를 평가하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조카의 그림으로 보일 정도로 김점선의 그림이 순수함. 동심. 단순함과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림만 갖다 즐기다가 그를 본 것은 KBS 디지털미술관에서 였다. 아마 처음 본 사람들은 그를 잊지 못하리라. 만화에서 불쑥 튀어 나온 괴짜 같았다.. 아니 너무나 자연스런 사람이었다. 들판의 꽃이나, 바다 속 물고기, 밀림의 동물처럼 자유롭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세상 겁날 것 하나 없다는 사람 같았다. 도사다! 도사.... 내 멋대로 살면서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멋지게 이루어 내는 사람, 더구나 그 결과물이 아름답다면 어찌 도사가 아니겠는가? 큰 체구에 우렁찬 목소리 머리 카락은 말갈퀴 쯤으로 여기는 듯 헝클 뻑뻑해 보이던 머리...  유쾌 상쾌한 중년 여자였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놀랬다. 글도 잘 쓴다! 만화를 즐기듯 킬킬 거리며 글과 그림에 빠졌다가 가슴 한 칸을 뭉클! 하게 채우게 하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새로운 이야기 보따리와 활달한 그림이 있다.  들판의 야생화가 자신의 생명력을 뿜어내려면 우주와 맞장을 뜨야 하는 것 처럼 그의 동화같은  아름다움도 고통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켄버스의 그림을 보고 싶다. 아마 비타민C로 목욕하는 기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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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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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기가 망설여져 수록된 CD를 들으며 잠시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들은 지도 오랜만이다. 요즘은 독서가 여가 시간을 다 차지하고 있어 이런 여유를 잊고 있었다. 아무튼 맑아진 머리로 리뷰를 쓰다 ~

 '여성주의' '구원' 이란 단어들이 요즘 사무친다. 작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로 내 관심사의 물꼬가 옮겨 진 듯하다. 그 전에는 시니컬, 회의적, 비관적인 생각으로 구원이란 말도 우스웠다. 이 이상한 세상이 어서 끝장이 나버리길.....정말 나는 간절히 기원했다. 이것은 내가 하는 일의 영향이 크다. 천민자본주의의 결정판에서 '화폐'가 신이 되고 복음이 되는 논리들만 익히며 거의 책 읽기도 포기하고 있었고 가끔씩 읽는 시집은 나를 두렵게 했다. 가난과 순수와 고독에서 쓰여진 시들은 삶의 방향을 이쪽이 아니라 저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멘트바닥처럼 굳어진 감성을 보드랍게 녹여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게 가당찮은 혼란만 줄 뿐인 듯했다. 내 주위 모든 인간들의 허영과 욕심과 무식....이것이 현실이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흐름에 돌멩이를 놓아 준게 기가 막히게도 전쟁이였다.  인간의 어리석음, 전쟁같은 , 야만같은,짐승같은 삶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유한성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저자가 신학자, 여성주의자,  평화운동가, 영적 수련가 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구구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있다.  

여성주의는  유난히 예민했던 어린 내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던, 받아들이기는 너무너무 서러웠던 불공평, 차별,  그들이 뱉어내는 이상한 논리의 언어들, 슬픈 미래의 자화상...을 체득하며 자연스레 내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압점만 유달리 발달했을 뿐이지 행동력은 제로였다. 번번이 성질 나쁜 개집애, 인정머리 없는 자식으로 낙인 찍히며 나는 분노를 표현하기를 포기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나의 가장 예민한 통점이다. 정말 목울대가 꽉 잠길 정도의 분노를 느낄 때가 너무나 많다. 구원과 영적 문제는 10대 때 신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본 이후로 처음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끝장 낼 수 없다는 생각이 조급하게 들기 시작한다. 나의 내부를 훌렁훌렁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

이런 내 생각들을 현경 선생은 이미 자신의 삶, 그 자체의 문제로 받아들여 답을 얻었다. 그래서 이 책에 10가지의 자아찾기 방법을 제시했다. 충분히 공감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삶의 공식은 왜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지는지... 부분부분 선생의 체험들은 가슴을 뜨겁게 하기도 하지만 좋은 말씀 나열식의 글은 '삶'으로서는 가볍다. 선생의 삶이 아무리 깊이있다 할지라도. 그러나 이런 책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을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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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레크 - 밤의 빛을 사랑한 화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0
클레르 프레셰 지음 / 시공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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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덥지 않은 밤이라 기분좋게 책을 읽었다.  2시간 쯤에 다 읽고 그림을 몇 번 더 넘겨 보았다.  튀는 색과 무희들의 포즈, 화려한 의상,,불안과 자유, 세련됨이 섞여 있다.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내면적 존재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36살에 알콜로 죽음에 이를 때까지 그는 자신의 불구를 어쩌면 제대로 직시하지 못 한 것이 아닐까? 자화상의 모습은 익살스럽고 불구를 숨기지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지는 못 한 듯 하다. 그림 속 많은 인물들이 뒷골목 인생들임에도  상처는 드러나지 않고 화려한 색과 서커스, 춤으로 유쾌하다. 그도 불구의 몸을 잊고 알콜과  그림 속에서 살고 싶었던게 아닐까? 그림 속 인믈들의 옷을 벗겨 보고 싶다. 춤을 멈추고 말에서 내려 오라 하고 싶다. 그러나 이것도 나의 선입견이 아닐까? 주류가 되지 못하는 삶은 항상 슬프고 지친 흑백의 포스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로트렉이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인물화를 누구보다 잘 그렸을 것것 같다.

시공 디스커버리를 처음 구입했다. 그림이 옆 페이지로 이어지면서 그림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거나 그림에 따른 주석이 떨어져 있는 등 많은 자료를 주려고 한 열의에도 불구하고 편집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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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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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이 필요할 때, 인내가 시험 받을 때면 이 책을 펼치고 싶다.

아주 짧은 글 속에 작가의 예술적 세공이 단단히 녹아 있다. 단순하고, 정직한, 아름다운 글이다.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는 듯한 글이지만 작가가 초고를 쓴 후 20년 동안 다듬었다 한다. 20년 동안 간간이 이 글을 만지며 작가가 구현하고자 한 것이 단순한 "소설한편"은 아닐 것이다. 감동적 픽션이 목적이었다면 더 기교적 장치를 넣었으리라. 그가 열망하는 삶과 예술을 군더더기 없는 아취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성찰'하며 쓴 자기 확인의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 글을 처음 본 것은 파도 타다 들린 개인 홈피에서 였다. 전문을 쥔장이 올려 놓았었는데 그 정성이 인상적이었다. 도토리 100개를 세세하게 고르는 부피에의 모습을 보며 홈피 쥔장이 겹쳐졌다. 대가 없이 무슨 일인가를 자신과 타인의 기쁨을 위해 묵묵히 하는 모습은 이 시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드러나지 않는 자선과 희생,화폐화 되지 못하는 열정은 가치의 무게도 덜어진 듯하다. 

황무지를 숲으로 변화시키는 인간의 잃어버린 신화, 사랑을 들려주는 잠언 시같은 문학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몇 장 되지 않는 분량이다. 표지와 닥종이 느낌의 지면도 좋다.그러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편집자의 말 '을 통해 본문보다 더 길어 보이는 글을 덧부치며 '지구온난화''이산화탄소' 운운한 것은  유감스럽다. 책의 총체적 아름다움을 망쳐버리는 무례함이다. 글의 분량 만큼 책을  만들어 그에 맞는 값을 매기면 된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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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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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이유  책을 읽어야만하는 이유를 주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은  현실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콘크리트 숲속에 살면서, 국가 공인의 KS교육 속에 성장하고,  매체의 가공할 힘에 노출되고, 세계화의  뻘에 발 담그고 있는 회사에 생존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은?  미래는?   희망의 가능성을 저자는 보여주지만 책을 막 다 읽은 지금 먹먹하고 무력하다. 몸에 기운이 쫘악 빠져나간 상태에서 리뷰를 쓴다.

가난한 나라에 민주니 발전이니 인권이니하며 친한 척 다가 와 식민지화 해버리는 열강들과 그 열강의 대열에 합류하고자 발부둥치는 나라들에게 이런 책이 얼마 만큼의 울림이 될 수 있을까? 칼보다 강한 펜의 역할을 이 책이 할 수 있길 바라며 아류든 모방이든 이러한 책들이 더 많이 쏟아져 나와 읽혀야 한다. 오늘 날 불고 있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담론이나 행동이 웰빙 쯤으로  아직 여겨지고 있다. 생계에 직접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거의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진보와 발전은 항상 우선 순위의 가치로 여겨진다.

라다크의 과거를 보며 나의 묵은 생각들이 찔렸다.  냉철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서구 유럽을 이상으로 하는 '진보'의 개념을 의심하지 않은 듯하다. '행복은 물질이나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조차 물질/외부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독재나 분쟁  빈곤 속에 있는  국가들은 비민주 상태이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며 민주가 해결책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잘못된 개발과 서구를 모델로 자신들의 공동체를 혐오하고 비하 하는데 따른 소외와 저항이  내재된 문제를 증폭시키며 폭력까지 이르게한다고 한다

 참으로 소중한 책이다. 읽고 나서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봐야할 책임을 떠안겨 주는 불친절한 책이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질문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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