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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뷰 쓰기가 망설여져 수록된 CD를 들으며 잠시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아무 생각없이 음악을 들은 지도 오랜만이다. 요즘은 독서가 여가 시간을 다 차지하고 있어 이런 여유를 잊고 있었다. 아무튼 맑아진 머리로 리뷰를 쓰다 ~
'여성주의' '구원' 이란 단어들이 요즘 사무친다. 작년 3월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로 내 관심사의 물꼬가 옮겨 진 듯하다. 그 전에는 시니컬, 회의적, 비관적인 생각으로 구원이란 말도 우스웠다. 이 이상한 세상이 어서 끝장이 나버리길.....정말 나는 간절히 기원했다. 이것은 내가 하는 일의 영향이 크다. 천민자본주의의 결정판에서 '화폐'가 신이 되고 복음이 되는 논리들만 익히며 거의 책 읽기도 포기하고 있었고 가끔씩 읽는 시집은 나를 두렵게 했다. 가난과 순수와 고독에서 쓰여진 시들은 삶의 방향을 이쪽이 아니라 저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멘트바닥처럼 굳어진 감성을 보드랍게 녹여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내게 가당찮은 혼란만 줄 뿐인 듯했다. 내 주위 모든 인간들의 허영과 욕심과 무식....이것이 현실이었고 나도 그렇게 살고 있었다.
흐름에 돌멩이를 놓아 준게 기가 막히게도 전쟁이였다. 인간의 어리석음, 전쟁같은 , 야만같은,짐승같은 삶을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유한성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저자가 신학자, 여성주의자, 평화운동가, 영적 수련가 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구구한 이야기를 늘어 놓고 있다.
여성주의는 유난히 예민했던 어린 내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던, 받아들이기는 너무너무 서러웠던 불공평, 차별, 그들이 뱉어내는 이상한 논리의 언어들, 슬픈 미래의 자화상...을 체득하며 자연스레 내 것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압점만 유달리 발달했을 뿐이지 행동력은 제로였다. 번번이 성질 나쁜 개집애, 인정머리 없는 자식으로 낙인 찍히며 나는 분노를 표현하기를 포기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나의 가장 예민한 통점이다. 정말 목울대가 꽉 잠길 정도의 분노를 느낄 때가 너무나 많다. 구원과 영적 문제는 10대 때 신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 본 이후로 처음 생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끝장 낼 수 없다는 생각이 조급하게 들기 시작한다. 나의 내부를 훌렁훌렁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
이런 내 생각들을 현경 선생은 이미 자신의 삶, 그 자체의 문제로 받아들여 답을 얻었다. 그래서 이 책에 10가지의 자아찾기 방법을 제시했다. 충분히 공감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삶의 공식은 왜 이렇게 공허하게 느껴지는지... 부분부분 선생의 체험들은 가슴을 뜨겁게 하기도 하지만 좋은 말씀 나열식의 글은 '삶'으로서는 가볍다. 선생의 삶이 아무리 깊이있다 할지라도. 그러나 이런 책을 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을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