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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응원이 필요할 때, 인내가 시험 받을 때면 이 책을 펼치고 싶다.
아주 짧은 글 속에 작가의 예술적 세공이 단단히 녹아 있다. 단순하고, 정직한, 아름다운 글이다.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을 보는 듯한 글이지만 작가가 초고를 쓴 후 20년 동안 다듬었다 한다. 20년 동안 간간이 이 글을 만지며 작가가 구현하고자 한 것이 단순한 "소설한편"은 아닐 것이다. 감동적 픽션이 목적이었다면 더 기교적 장치를 넣었으리라. 그가 열망하는 삶과 예술을 군더더기 없는 아취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성찰'하며 쓴 자기 확인의 글쓰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 글을 처음 본 것은 파도 타다 들린 개인 홈피에서 였다. 전문을 쥔장이 올려 놓았었는데 그 정성이 인상적이었다. 도토리 100개를 세세하게 고르는 부피에의 모습을 보며 홈피 쥔장이 겹쳐졌다. 대가 없이 무슨 일인가를 자신과 타인의 기쁨을 위해 묵묵히 하는 모습은 이 시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드러나지 않는 자선과 희생,화폐화 되지 못하는 열정은 가치의 무게도 덜어진 듯하다.
황무지를 숲으로 변화시키는 인간의 잃어버린 신화, 사랑을 들려주는 잠언 시같은 문학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몇 장 되지 않는 분량이다. 표지와 닥종이 느낌의 지면도 좋다.그러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편집자의 말 '을 통해 본문보다 더 길어 보이는 글을 덧부치며 '지구온난화''이산화탄소' 운운한 것은 유감스럽다. 책의 총체적 아름다움을 망쳐버리는 무례함이다. 글의 분량 만큼 책을 만들어 그에 맞는 값을 매기면 된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 독자에게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