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그런데 절대위기의 순간에 지수가 뜻밖으로 다급하게 소리쳤다.그의 절규을 기다렸다는 듯 카운트다운도  즉시 멈췄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한순간 죽음을 각오했던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독한 것, 내가 졌다.”

 

고통스럽게 내뱉는 지수의 얼굴에 진땀이 흘러내렸다.반면 황박사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가득 피어올라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는지 매우 핼쑥해진 소유천이 지수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너도 죽기는 싫었나보군.”

 

소유천의 핀잔에 지수는 이를 악물며 소유천을 노려본다.

 

나 혼자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무고한 시민들을 죽일 수는 없었다. 수 백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치킨 게임을 하다니……사악한 놈!”

결국 숭리하는 자가 정의라는 것을 몰랐느냐! 잔소리 말고 어서 나를 풀어줘!”

 

소유천은 한 시라도 빨리 그물에서 벗어나고 싶은 듯 했다.지수는 한숨을 내쉬며 공노인을 돌아다보았다.곤혹스런 스런 표정을 짓던 공노인도 결국은 고개를 끄떡였다.공노인의 최종적인 결정에 소유천을 풀어줘야 할 채연은 내키지 않는 듯 울먹였다.

 

그래도……이 것을 풀어주면……더 큰 일이……생길……”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공노인은 채연의 어깨를 다둑이며 달랬다.

 

사부님,”

 

채연이 끝내 울음을 터뜨리자 지수가 다가가서 그물을 대신 쥐었다.그리고는 소유천을 단단히 묶어놓았던 봉인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그때 중앙통제실 벽에 있던 엘리베이터 1호기가 열리면서 한 떼의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그를 막아섰다.맞은 편에 있는 2호기의 문도 열리면서 거기에서도 한 떼의 사람들이 밀물처럼 달려나왔다. 오랫동안 햇볕을 못보았는지 얼굴색이 매우 파리하고 노랗게 뜬 그들은 각각 총 혹은 칼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그들의 걸음걸이는 모두 환자처럼 비척거렸다. 그들은 지수에게 곧장 달려와 에워싸더니 총을 겨누었다. 무리들의 앞에서 서있던 한 중년남자가 사납게  소리쳤다.

 

소유천을 풀어주지 마라!”

 

뜻밖의 요구에 지수는 눈을 크게 떴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타화자재천국(他化自在天國)에서 온 사람들이요.”

타화자재천국?”

 

타화자재천국이라는 것이 황박사가 만든 가상의 감옥이라는 것을 뒤늦게 떠올린 지수는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중년남자를 유심히 바라보던 정화 역시 크게 놀란다.

 

“아빠!

 

전혀 예상치않은 상황에서 아버지를 만난 것에 대해서 매우 놀란 듯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유동인도 곧바로 정화를 발견하고는 어색한 반응을 보인다.

 

“아빠, 무사하셨군요.그런데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우리는 타화자재천국을 지키러왔다.

 

유동인은 딸을 만난 반가움은 금방 삼켜버린듯 결연하게 대꾸했다.

 

“타화자재천국을 지킨다고요?

 

정화는 유동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그러자 유동인은 매우 초조한 듯이 다시 지수를 향해 무섭게 고함을 쳤다.

 

혹시라도 소유천을 풀어주면 네 머리통은 날아갈 줄 알아!”

 

그의 총은 여차하면 발포할 기세였다.기겁을 한 지수가 그물을 내려놓고 두 손을 번쩍 든 채 뒤로 물러섰다.

 

너희들은 왜 거기서 소란이야?”

 

황박사는 난데없이 나타나 이상한 요구를 하는 무리들을 향해 대뜸 목소리를 높혔다. 한동인은 스크린의 황박사를 향해 가법게 목례를 했다.그러나 표정만큼은 그리 순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들의 제국을 지키러 왔소.”

그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

 

황박사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진하게 스쳐갔다.

 

타화자재천국을 세운 우리 1%위원회는 타화자재천국을 온 세상에 세우려는 황박사의 계획에 결사반대하오.”

결사반대?”

 

어이없다는 듯 되묻는 황박사의 얼굴이 곧 심하게 이그러졌다.

 

그렇소.”

나의 계획은 온 세상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려는 것이다.”

그것은 허울좋은 핑계일 뿐 진짜 목적은 소유천의 지배욕망을 채워주려는 것이 아닙니까?”

 

유동인의 느닷없는 폭로에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으로 술렁거렸다.그리고 그것은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자기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으로 변해갔다.그러나 황박사는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것처럼 지껄이구는구나.하지만 너희들도 네 놈의 욕심을 지키기위해서 그러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황박사의 호통에 한동인을 비롯한 무리들이 한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유동인은 반격에 나섰다.

 

맞소.우리1%위원회는 우리들의 제국을 다른 사람들하고 나누어가질 수 없다고 수없이 주장해왔건만 당신은 그것을 무시했소. 그래서 마침내 우리가 일어난 것이요!”

 

어리석은 자들, 겨우 그딴 이유로 나에게 반기를 들어?”

우리를 탓하지 마시요! 우리를 욕망중독자로 만든 것은 바로 당신이니까.”

 

한동인의 항변에 황박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멍청한 것들! 그렇다고 소유천을 적의 손에 죽게 놔두자는 말이냐?”

이제는 소유천이 없어도 우리 1%위원회만으로도 타화자재천국을 움직일 수 있소.”

,”

 

다시금 황박사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그들의 말이 완전히 허언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소유천이 1%위원회가 제공한 뇌에 바탕을 두고 타화자재천국을 세웠지만, 이제는 1%위원회의 위원들이 서로 연대하면서 자체적인 능력과 힘을 키워온 것이 분명했다.그것은 이제 소유천이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비열한 놈들!소유천이 어려움에 빠지자 반기를 들다니!망할 놈들!”

 

황박사는 믿고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을 뒤늦게 깨달은 듯 욕설을 마구 내뱉었다.그리고는 유동인 일행을 하릴없이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썩소를 짓는다.

 

그런다고 지수 저놈이 너희들의 제국을 용납해줄 것 같으냐!”

 

황박사가 비아냥거리자 한동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지수에게 돌아섰다.

 

네가 지금 소유천을 풀어주면 온 세상은 소유천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비록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이루며 살게 되겠지만 그대신 자신들의 인생은 몽땅 소유천에게 헌납해야되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런 환상의 세계를 원하지 않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수는 단호하게 되받아쳤다.

 

하지만 지금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잖은가?”

“……”

 

갑갑하고 고통스런 침묵이 이어졌다.유동인은 지수의 침묵을 깨트렸다.

 

그렇다면 그런 인생은 우리들에게만 한정하는 것이 어떤가?”

당신들의 독점을 인정해달라는 말이요?”

그렇지.”

정말 대책없는 욕망의 덩어리이시군.”

우리를 욕해도 할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이냐?모두 소유천의 노예가 되어 살것이냐 아니면 우리의 독점을 인정해주고 그나마 자유롭게 살텐가?”

 

말을 마친 한동인은 지수와 주변 사람들의 표정변화를 매섭게 흝어본다. 지수와 공노인이 고심하는 표정을 짓자  황박사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끼어들었다.

 

한동인, 내가 세상에 타화자재천국을 세우더라도 너희들의 독점적 지위는 인정해주마!”

우리는 개나 소나 모두 즐기는 욕망은 싫소이다.

진정한행복은 소수만이 즐길 때 생기는 법이요!”

정말 지독한 병에 걸렸어!미친 놈들!”

 

자신의 제안이 한동인에 의해 단칼에 거부당하자 황박사는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지수도 한동인의 무서운 탐욕에 몸서리를 쳤으나 어찌됐든 결단을 내려야 했기에 공노인과 채연을  향해 돌아섰다.공노인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수가 없구나.”

그렇죠?”

 

지수가 자신의 속내도 그렇다는 듯 되묻자 채연은 그물을 움켜쥐며 대꾸했다.

 

난 소유천만 잡으면 돼.”

 

채연의 말을 듣은 지수는 결심을 한 듯 한동인을 향해 돌아섰다.

 

좋소. 서로 윈윈(Win-Win)합시다. 당신들의 독점을 인정해겠소.”

좋아.”

단 타화자재천국을 더 이상 확장할 생각을 마시요.”

걱정하지마. 그건 우리가 더 원하는 바이니까.”

그럼 당장 핵원자로를 정상으로 돌려놓아요.”

알았다.”

 

한동인은 협상 타결이 매우 마음에 든 듯 자신들의 무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 보시다싶이 우리들의 제국을 인정받았소. 자 빨리 핵원자로를 정상으로 돌려놓습시다!”

알았소!”

 

무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들이 곧바로 코브라의 핵원자로를 조정하기 위해서 정신집중을 하자 소유천은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안돼!”

 

하지만 한동인의 무리들은 아랑곳없이 핵원자로의 카운트다운을 해제시키기 시작했다.스크린에서 카운트다운 숫자가 전히 사라지자 통제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연은 이마에 흐르는 진땀을 닦아내며 그물속에서 발버둥치는 소유천을 바라보며 지수에게 물었다.

 

, 이제 소유천을 어떻게 처리하지?”

글쎄,”

 

지수도 어떻게 해야할 지 결정을 못 내린 듯 했다. 잠시 이리 저리 궁리를 하다기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할 수 없어. 소유천을 내 아라마식에 가두어 두는 수 밖에……”

뭐라고? 그건 위험해!”

 

채연은 화들짝 놀라며 만류했다.

 

그래도 지금은 그 수 밖에 없어.나좀 도와줘.”

하지만 소유천이 혹시 예전처럼 너의 뇌를 다시 장악이라도 하면 어떡해?”

아마라식에서는 소유천도 꼼짝 못해. 어차피 나는 소유천과 어려서부터 살아왔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지.”

 

말을 마친 지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꼭 그래야겠어?”

그 방법밖에 없어. 걱정마, 이번에는 내가 소유천을 완전히 지배할 수 있으니까.”

 

지수는 자신있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채연을 향해 두 손을 벌렸다.내키지않는지 잠시 주저하던 채연은 이윽고 황금그물을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지수의 양 손을 잡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채연의 머리위에서 푸른 빛이 한 줄기 뿜어나오더니 지수의 머리위로 날아갔다.그 푸른 빛이 지수의 머리위에서 잠시 머무르자 그것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지수의 머리위에서도 푸른 빛이 슬슬 뿜어나오기 시작했다.그것은 지수의 모양을 닮은 아마라였다.

땅으로 내려선 푸른 빛의 형상은 곧장 소유천이 갇혀있는 황금그물로 날 듯이 걸어갔다.그리고는 기겁을 하는 소유천을 한 손으로 움켜 잡고는 공중으로 비상을 했다.그리고는 지수의 머리위로 다시 날아가 빠르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안돼!”

 

푸른 빛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소유천은 단발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침내 소유천이 푸른 빛의 소용돌이속으로 빨려들었는가 싶은 순간에 푸른 빛은 지수의 머리속으로 번개처럼 사라져버렸다.동시에 소유천이 허리에 차고있던 호리병들만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괜찮아?”

 

채연은 소유천을 뇌속으로 받아들인 지수가 매우 걱정된다는 듯이 묻자 지수는 고개를 약간 좌우로 흔들며 씨익 웃었다.

 

.공허했던 머리속이 꽉 찬 느낌이야.”

다행이야.”

이제 소유천은 내 의지로 조정할 수 있어.”

그래도 조심해. 언제 말썽을 부릴지 모르니까.”

걱정마,이제는 옛날의 내가 아니니까.”

?”

 

지수의 장담에도 자못 걱정된다는 빛으로 쳐다보던 채연의 얼굴빛이 갑자기 환해졌다.땅바닥에 떨어졌던 소유천의 호리병에서 빠져나온 지월이 장용사 그리고 종주 등을  이끌고 그녀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지월은 제일먼저 지수에게 다가와 덥썩 그의 손을 쥐었다.

 

“결국 네가 모두를 구해냈구나.”

아닙니다.저의 생각을 믿어주고 따라준 용감한 아마라들이 해낸 일입니다.”

 

지월의 칭찬에 지수는 오히려 깊이 고개숙여 아마라의 왕인 지월에게 감사를 표했다.그 사이 채연도 눈물을 글썽이며 종주에게 달려가 그를 와락 껴안았다.

 

“오빠, 무사해서 다행이야.

“너도 무사했구나.”

 

종주는 채연을 다둑거려주고는 감회에 찬 시선으로 지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동안 너의 진심을 몰라서 미안했다.

그럴 만 했죠.”

 

종주가 내민 손을 겸연쩍게 웃으며 잡아주던 지수는 영산수호회 멤버들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반색을 하며 날듯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때까지도 레이저 총을 들고 서성이고 있는 정화에게 다가가서는짓궂게 농담을 던졌다.

 

“다들 마법이 풀렸는데 너만 아직도 나를 적으로 여기는 거야?

“적이라고? 내가 언제 너에게 무슨 나쁜 짓이라도 했어?

 

오히려 되물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정화는 아직도 자기가 왜 레이저 총을 들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냥 해본 농담이야.

 

지수가 별 일 아니라며 정화를 안심시키며 웃자 공노인은 가슴 벅찬 표정으로 지수을 덥썩 안으면서 말했다

 

“내가 평생 하지못했던 일을 네가 해냈구나.

 

지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공노인에게 대답했다.

 

“사부님은 저를 아마라궁으로 보내주셨어요. 정말 큰일을 하신 거예요.

“그렇게라도 생각해주니 고맙다. 사람들이 또다시 소유천에게 뇌를 도둑맞는 일이 없어야할텐데.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 없겠지요., 이제 황박사를 잡아야겠습니다.

 

지수가 스크린속의 황박사를 바라보며 말하자 종주가 지수의 어깨를 툭 쳤다.

 

“걱정마. 군사들을 풀어 반드시 잡아낼테니까.

황박사는 소유천을 만든 위험한 사람입니다.또 같은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꼭 잡아야 합니다.

 

지수는 여전히 걱정스런 빛으로 종주에게 다시 주의를 환기시켰다.

 

“걱정마라 꼭 잡아낼테니.

 

종주는 고개를 숙여 대답하고는 군사들을 이끌고 황박사가 숨어있을 곳을 찾아 달려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유천은 한참동안 사로잡힌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다가 나중에는 제풀에 지쳐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지수는 범처럼 뛰어들어 레이저총을 소유천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감히 인간의 뇌를 도둑질하다니!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네  머리통을 완전히 날려버리겠어!”

, 살려줘!”

 

위기에 빠진 소유천은 목숨을 구걸하면서도 지수의 마음을 최대한 흔들려고 하는 듯 자기 육체를 더 뇌쇄적이고 가련한 여인의 몸둥아리로 변신시켰다.

 

어림없는 소리마!”

 

하지만 지수는 아랑곳하지않고 금방이라도 소유천을 처지할 듯이 눈을 부릅떴다.

그때였다.스크린에 당혹스러워보이는 황박사의 얼굴이 나타났다.황박사의 날카로운 시선이 곧바로 지수에게 날아갔다.

 

소유천을 당장 풀어줘라!”

어림없는 소리! 당신도 곧 잡아내겠소!”

그전에 네가 먼저 죽을 텐데!”

뭐라고!”

너는 소유천이 인간의 뇌뿐만 아니라 이 정보탑과 코브라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으냐?

“……!”

혹시라도 소유천이 죽으면 코브라도 같이 파괴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텐데……호호,”

 

차갑게 내뱉던 소유천은 통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그제서야 지수는 아차!하는 듯 했고 초창기에 정보탑과 코브라를 설계했던 공노인의 얼굴색도 창백해졌다.

 

,코브라가 파괴되면 정보탑을 움직이는 핵원자로도 정지되어 끔찍한 핵폭발이 일어난다.”

 

공노인은 창백한 얼굴로 파르르 떨며 말했다.그것을 본 소유천은 갑자기 기가 살아난 듯 얼굴을 지수의 레이저 총구앞에 더욱 바짝 내밀었다.소유천의 얼굴에는 이미 황금그물줄이 깊게 파고들어 핏자국이 붉은 바둑판처럼 사방으로 그어져 있었다.

 

,나를 쏠 테면 서슴없이 쏴! 그리고 이 세상에 핵폭발이 콰쾅! 일어나는 것을 실컷 구경이나 하자고!”

비열한 놈!”

지수, 나를 욕하지마라! 그런 위험한 시스템을 만들고 감당이 안되니까 나 같은 것을 만들어내서 맡긴 너희 인간들을 욕해야지!”

“……!”

왜 갑자기 내 머리통을 날려버릴 용기가 사라졌느냐!”

 

지수를 노려보며 다그치는 소유천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라왔다.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지수는 도움을 구하는 듯 공노인을 돌아다 보았다.하지만 공노인도 안타깝게 식은 땀만 줄줄 흘릴 뿐 딱부러진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그러자 소유천은한층 더 냉혹한 표정으로 지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빨리 나를 풀어줘! 이 세상을 완전히 날려버리기 전에!”

“……!”

 

그럼에도 지수는 선뜻 소유천을 풀어주지 못하고 침묵만을 지켰다.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지수는 황박사를 똑바로 노려보며 단호하게 소리쳤다.

 

황박사! 당신 마음대로 하시요!”

뭐라고?”

 

지수가 뜻밖의 대답을 하자 황박사는 크게 놀랐다. 자기가 분명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지수에게 다시 고함을 쳤다.

 

핵원자로를 파괴해도 좋단 말이냐?”

그렇소!”

 

지수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고심하던 태도를 완전히 벗어나 매우 단호하게 나왔다.

 

너 미쳤어? 원자로가 폭발하면 수백 만명의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을텐데?”

난 미치지 않았소. 하지만 살아남아서 너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 차라리 한 순간에 핵폭발과 함께 죽는 것이 더 좋소!”

 

지수의 눈빛에서 황박사마저섬뜩하게 만드는 불꽃이 강렬하게 타올라왔다.

 

이런, 미친 놈!”

 

황박사는 지수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이를 부드득 갈았다.그리고는 갈때까지 가 보자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리석은 놈, 그럼 어쩔 수 없이 모두 정확하게 5분 후에 지옥에서 보자!”

 

황박사가 차갑게 내뱉자 기다렸다는 듯이 통제실전체에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초침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그리고 코브라의 스크린에서는 핵원자로가 폭발하는 시간을 알리는 ‘300’의 붉은 숫자가 나타나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공포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었다.

 

,”

 

줄곳 사태를 지켜보던 실내에 있던 대부분의 시민들은 초침소리에 몸서리를 치며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갑자기 죽음을 맞는다고 하니까 모두 극심한 두려움에 빠진 것이었다.하지만 또한일부 시민들은 지수와 뜻을 같이 한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죽음을 기다렸다. 그 사이 카운트다운은 이미 250까지 치달았다.

 

당장 소유천을 풀어줘!우리는 개죽음당하기 싫다고!”

 

그런데 극심한 두려움에 떨던 일부 시민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중 한 중년 남자가 채연에게 쏜살같이 달려와 그녀가 쥐고있는 그물을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채연은 황금그물을 뺏기지않으려고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그것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지수의 이마에 진땀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운명의 핵폭발 카운트다운은 어느새 ‘2’까지 치달았다.

 

채연의 그물속에서 소유천을 탈출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중년남자와 청년도 카운트다운을 보고는 하얗게 질린 채 뒤로 물러섰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영산수호회 멤버들도 최후의 순간이 되자 눈을 질끔 감고 말았다.모두 어차피  죽을 거라면 고통없이 한 순간에 죽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표정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 양산이 회오리치면서 날린 수 천개의 날카로운 암기(暗器) 들은 금강군의 몸둥아리들을 발기 발기 찢어내 버리고 말았다.그때마다 플라스틱 조각들이 어지럽게 허공에 날리면서 그속에 있던 푸른 빛의 아마라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왔다.

그러나 아마라들은 이미 갈 곳을 알고 있다는 듯이 거침없이 지상으로 하강했다. 그리고는 각자 예전에 자신이 머물었던 인간의 뇌를  찾아  떼지어 날아갔다.

 

아아!”

 

그런데 잠시후 갑자기 수많은 시민들이여기 저기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정화와 태풍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와 했다. 아마라가 시민들의 머리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더 소유천은 그제서야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바보같은 놈들, 네놈들이 돌아가면 비소 때문에 인간들이 죽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소유천의 호언이 아니더라도 이미 아마라가 돌아간 일부 시민들이 비소방출때문인지 예외없이 고통스러워하자 나머지 아마라들은 새삼 겁을 먹고 주춤했다. 그리고는 갈 곳을 몰라 허둥대다가는 이윽고 화이트홀로 돌아가려는 듯 위로 솟구쳤다. 그 모습을 본 지수는 그들에게 온 세상이 떠나가도록 호통을 쳤다.

 

 "아마라들이 돌아가야할 곳은 그곳이 아니야. 두려워하지말고 인간의 뇌로 빨리 돌아가!"

 

 지수의 강력한 질타에 하늘높이 솟구치던 푸른 빛의 아마라들은 멈칫하더니 다시 용기를 얻은 듯 각자의 뇌로 다시 돌아갔다.동시에 지상은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땅바닥을 구르며 내지르는 단발마의 비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너무나도 끔찍한 아비규환을 목격한 채연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지수야, 어떻게 좀 해봐!"

 

비록 지수의 계획을 믿고 감행한 일이었지만 막상 수 십명의 시민들이 붉은 피를 토하며 쓰러져가는 끔찍한 상황을 목격하고보니, 채연도  극심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

 

지수 역시 자칫 잘못하면 수 백만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상당히 긴장한 한 것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 독하게 마음을 다져먹은 듯 지수는 주머니속에 손을 넣어 감춰두었던 뭔가를 조심스럽게 꺼내어들었다. 지난 번 소유천에게서 빼앗아왔던 투명한 호리병이었다지수는 호리병을 눈앞에 들고 잠시 유심히 쳐다본다호리병속에는 맹독천의 푸른 물이 작은 파도을 일으키며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이 호리병에 모든 사람들의 목숨이 달렸군.)

 

 호리병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는지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결심을 한 듯 호리병을 코브라의 중앙을 향해 힘껏 던졌다.

 

 “저놈이!

 

 그때 지수의 의중을 눈치챈 듯 소유천은 황급히 공중으로 높게 솟구쳤다.그리고는 호리병을 향해 붉은 우산을 힘껏 내던졌다.

 

 “꽝!

  

순식간에 날아간 붉은 우산의 날카로운 창에 정확하게 찍힌 호리병은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지는 듯 코브라에 닿기 전에  허공에서 푸른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했다.식장에서 그 광경을 넋놓고 구경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와, 저게 뭐지?

  

잠시 후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조심스럽게 눈을 뜬 시민들은  코브라의에서 거대한 안개가 형성되어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술렁대기 시작했다. 깨진 호리병에서 뭔가 농축되었던 것이 밑으로 쏟아지면서 형성된 것 같았다. 어쨌든 거대한 안개구름은 빠른 속도로 실내에 퍼지더니 이윽고 창밖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중앙통제실을 가득 채운 안개는 실내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위로도 빠르게 흘러왔다그러자 그때까지 피를 토하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던 시민들은 신기하게도 비명을 뚝 그치더니 곧 모두 편안한 얼굴빛으로 돌아갔다.

 

또한 창밖으로 나간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정보탑 주변의  원형 스탠드에 앉아서 고통으로 몸부림치고있던 있는 시민들의 머리로 날아가더니 그들의 머리를 완전히 감싸버렸다.그리고 빠르게 사람들의 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들 또한 모두 고통에서 벗어났다.

 

 “이,이럴 수가……”

 

 그제서야 비로소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챈 소유천의 얼굴색이 새하애졌다. 소유천은 안개속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안개를 걷어내려고 했으나 이미 넓게 퍼져버린 탓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소유천은 사람들의 뇌속에서 비소를 조금이라도 더빨리 방출시켜 한 사람이라도 더 죽이려는 듯 발악을 했다. 그러나 더이상 아무도 고통스러워 하지 않았다.

 그때 수원시의 하늘에 갑자기 수십 만 개의 번갯불이  번쩍거리며 나타났다. 그 장엄한 광경에 채연은 너무나도 기쁜 듯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화이트홀로 갔던 아마라들이 돌아오고 있어!"

 ", 정말 대단해!"

 

 수십만 개의 푸른 번개들이 하늘에서 요동치는 것은 정말 대장관이었다. 마치 수원시의  하늘 전체를 산산조각 낼 듯이 요란하게 작렬하던 푸른 번개들은 어느 순간 홀연히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그들이 원래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던 채연은 글썽이는 눈빛으로 지수를 돌아봤다.

 

 “방금 전에 우리가 보았던 거대한 안개가 혹시 맹독천의 물 아니야?

 “맞아. 호리병에 농축해두었던 물이 호리병이 깨지면서 압력차이로 기화(氣化)된 거야. 그 덕분에 모두 살았어.”

그럼 이제 소유천을 죽여도 된다는 소리겠지?

 “,”

 “이제 모든 시민들은 안전해. 저 소유천을 마음놓고 처단하자!

 “오케이!

 

 채연이 신명나게 대답을 하고는 소유천을 향해 돌아서자 소유천은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이제껏 자신를 불사신으로 만들어주었던 비소가 맹물이나 다름없이 변하게 된 것을 알게된 소유천은 순식간에 소심한 겁장이가 되어 버렸다소유천은 쨉싸게 도망을 쳤지만 채연이 한 발 먼저 몸을 날려 소유천의 앞길을 막아버렸다.

 

 “비켜!”

 

소유천이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듯이 붉은 양산을 앞세우며 달려들자 채연은 준비해온황금색 그물을 민첩하게 소유천에게 던졌다.

 

 “이빨 빠진 호랑이 주제에! 받아라!

  

넓게 퍼진 그물은 소유천을 단숨에 덮어버렸다. 졸지에 그물속에 갇혀버린 소유천은 혼비백산하여 미친 듯이 붉은 양산을 돌려 날카로운 비수로 그물을 찢으려고  했다. 하지만 금줄은 쇠동아줄이라도 된 듯 조금도 찢어지지않고 더욱 더 강력하게 소유천의 뼈와 살을 더욱 더 깊게 파고들어갔다. 

 

 “넌 이제 독안에 든 쥐다!

  

마침내 지수까지 합세하여 그물을 힘차게 잡아당기자 그물은 소유천의 몸둥아리를 완전히 묶어버렸다. 마침내 채연은 노련한 어부와 같이 쥐고있던 그물의 입구를 단단히 봉인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멈춰라!

 

꼼짝없이 공노인의 목이 날아가는가 싶던 순간에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소유천의 붉은 양산의 끝이 맥없이 허공에서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깜짝 놀란 소유천이 돌아보다가 지수가 레이저 총으로 자신을 겨눈 채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겁을 한다. 공노인도 낯익은 지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 그만 눈을 뜨고 말았다.

  

“아니, 너는 지수? 네놈이 어떻게?

 

소유천은 아마라궁에서 죽었으리라고 생각했던 지수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수를 발견한 정화도 잽싸게 권총을 뽑아들고는 숨죽이고 한 발 한발 다가갔다.

 

“소유천, 오늘이 너의 제삿날이다!

 

지수는 쓰고있던 보안군 모자를 벗어 땅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소유천을 향해 레이저 총을 정조준했다.그러자 깜짝 놀란 소유천의 병사들이 일제히 지수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다.

 

“흥, 네가 나를 죽인다고?

 

소유천은이미 지수를 거의 죽음직전까지 몰아갔던 터라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지수는 묘한 웃음을 짓더니 건국식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소유천을 질책했다.

 

“더 이상 나를 우습게 보지마라!

“그깟 장난감 총을 들고 나를 죽이겠다고 깝죽대다니……미쳤군!

한낱 컴퓨터인 주제에 감히 인간의 뇌를 탐하다니 미친 것은 바로 너다!”

 

다시 한번 지수가 비웃듯이 되받아치자 소유천의 얼굴빛이 핼쓱해졌다. 

 

“그 입 닥치지못해!

, 내가 네 입을 영원히 닫게 만들어주마!

“여봐라, 저놈을 죽여버려!

 

마침내 분을 참지못한 소유천이 이를 부드득 갈며 명을 내리자 그의 군사들은 지수를 향하여 일제히 사격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지수도 여차하면 소유천을 쏘아버리겠다는 무서운 기세로 권총을 겨누고 있자 , 간담이 서늘해진 그의 부하들은 섣불리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그러자 소유천이 부하들에게 버럭 화를 냈다.

 

"뭘꾸물대!"

 

소유천의 질책에 부하들이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갑자기 건국식장 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휘둥래진 눈빛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것 봐! 저게 뭐지

 

사람들이 가리킨 화성행궁의 지붕위에서 홀연히 거대한 구름이 형성되어 자신들쪽으로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보탑 상층부를 감싸던 거대한 구름속에서 갑자기 요란한 함성과 말발굽 소리가 터져나오더니 수 천명의 군마가  폭포수처럼 건국식장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그들은 장용영과 비슷한 갑옷으로 무장한 수 천명의 군사들이었다. 하나같이 범같이 날래고 늠름한 군사들의 선두에 붉은 갑옷차림에 말을 탄 채연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늠름한 모습으로 지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지수앞에 내려선 채연은 지수의 손을 덥석 잡았다.  

 

“하마트면 벌집될 뻔 했네.

"맞아. 조금만 늦었어도......"

 

지수는 채연의 등장때문에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는 듯이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지난 번 것 신세갚은 거야.

 

채연이 예쁘게 눈을 흘기자 지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소유천의 군사들을 모두 짓이겨버릴 듯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사들을 바라보았다.

 

“저것이 아마라의 진짜 모습이군.

 

지수는 금방이라도 소유천의 군사들을 모두 짓이겨버릴 듯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사들을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다.채연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3천명의 군사야. 팔달산에 잡혀간 네 친구들의 아마라를 설득해서 규합했어. 저들 중에 네 애인 정화의 아마라도 있을 거야.”

정화의 아마라도?”

 

지수는 매우 놀란 듯 군사들을 다시 바라봤지만 갑옷을 입은터라 누가 누군인지 통 알 수 없었다.그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자 채연은 나지막이 말했다.

 

전투가 끝나면 만날 수 있을 거야. 하여간 급한 김에 화성행궁에 버려져있던 장용영 마네킹을 주워입고 왔지만 어떠한 것에도 무너지지않는 삼천금강군(金剛軍)이 되었어.”

정말 늠름한 군대야. 수고했어.”

이제 소유천과 죽기 살기로 싸워보는 거지. 준비는 된 거지?”

“좋아, 일단 소유천과 한번 붙어보자!”

 

지수의 강한 자신감에 고무된 채연은 고개를 힘차게 끄떡이며 대답했다.그리고는 검을 위풍당당히 뽑아들고는 삼천금강군을  향해 돌아섰다.

 

 

“자, 소유천으로부터 폐하를 구해내고 소유천과 그의 졸개들을 모조리 척살하라!

“와아!

 

그녀의 명령에  금강군은 함성을 지르며 즉시 소유천의 군사들을 향해 창검을 겨누고 성난 범처럼 돌진해들어갔다.

 

소유천의 군대는 모두 총으로 무장했건만 창과 칼로 무장한 금강군의  압도적인 공격에 맥도 못쓰고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갔다. 원래 무예가 뛰어났던 장용영의 몸을 취했던 탓에 그들이 칼날을 휘두르는 싶으면 소유천의 군사들의 목이 대여섯 개씩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침내 소유천의 군사들이 거의 궤멸해버릴 위기에 몰리자 소유천이 직접 나섰다. 소유천은 서둘러 붉은 양산을 펼쳐서 금강군에게 가공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소유천이 펼친 치명적인 공격에 금강군은 순식간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박사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때만큼은 황박사도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정색을 하고는 천재인 기술국장에게 말했다.   

 

“자, 이제 여우탑통합으로 들어간다!

“네.

 

기술국장은 경쾌하게 대답하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고있는 기술요원들에게 힘차게 지시를 내렸다.

 

“타화자재천국 건국!

 

그의 말이 떨어지기 3000개의 여우탑들이 하나의 여우궁으로 통합되면서 동시에 그들이 시민들의 뇌속에 만들어냈던 각각의 대환희성이 하나의 가상세계 타화자재천국으로 통합되기 시작되었다.

통합된 타화자재천국의 건국 진행상과 입체영상이 식장의 허공 한 가운데에 선명하게 맺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각자의 뇌속에서 느끼고 있는 타화자재천국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보이는 것이었다.

입체영상은 처음에는 수원시의 실제 모습을 내 보이더니 차츰 그것들이 사라지고  그 대신 기기묘묘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났다. 순식간에 전혀 새로운 모습의 세상이 식장을 꽉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새롭게 탄생한 타화자재천국은 그것을 잠깐이라도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의주를 거부했던 사람들의 뇌속에까지도 빠짐없이 넓혀갔다

 

잠시 공노인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황박사는 사람들의 뇌속에 신천지가 순조롭게 심어지는 것을 목격하자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이윽고 마치 혼령을 부르는 제사장처럼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외쳤다.

 

“오오, 소유천왕이여 !기뻐하소서! 이제 당신을 반대하던 자들의 뇌에도 임하소서그들마자도 사랑과 자비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시옵소서.

그의 부름에 응하듯이 코브라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소유천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인 것을 직감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빛이 상기되었다. 이윽고 사이렌 소리가 끝나자  어디선가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여인의 낭랑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사부님, 무서워요!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돈수는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웅크리고 있던 고래밥도 볼 수 없는 극한 두려움에 몸을 마구 떨었다.

 

“잠시만 참아! 환상은 곧 지나간다. 겁먹지 마!

 

공노인은 아이들의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버티어도 공노인 스스로도 눈을 뜨고 싶은 유혹이 들어 견딜 수 가 없었다.이윽고  어디선가 세상의 소리가 아닌 듯한 신비로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 소유천은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노라.

 

그 소리는 아이들의 가슴밑바닥까지 공포와 전율로 떨게 만들었다. 그 외침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스크린에 인간의 형상들이 맺혀지기 시작했다. 그 형상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수 천명의 중무장한 군사들로 변해갔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듯 그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식장안으로 쏟아져들어와  일사분란하게 도열했다.

“호호호!

 

뒤이어 식장을 가득 채운 여인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도열한 군대의 위로 여신처럼 하얀 드레스를 걸친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유천이 붉은 양산을 활짝 핀 채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녀의 허리춤에  여전히 작은 호리병이 앙증맞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소유천을 발견한 시민들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성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에 숨이 탁 막히는 듯 짧은 탄성을 일제히 내질렀다.

 

“오, 소유천왕이시여!

 

소유천은 시민들의 환호성에 아름다운 손을 들어 우아하게 흔들어보이고는  건국식 상황을 생중계하는 카메라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간다그리고는 자애로운 시선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의 백성들이여, 타화자재천국에서 영원히 나와  함께 하리라!

“와아!

건국식장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숨죽이며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소유천의 선언에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여의주를 극렬하게 거부하던 반대자의 마음에도 그녀와 함께 타화자재천국에서 영원히 살고싶다는 생각들이 저절로 불끈 불끈 솟구쳤다. 소유천은 성스럽고 아름다운 몸짓 하나로도 사람들의 저항심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마력을 가졌다. 다시금 소유천의 밁고 거룩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허공에서 메아리 쳤다.

 

“너희가 나를 자유롭게 했으니 나 또한 그대들을 속박과 무명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리라.

 

소유천은 열광하는 군중들을 향해 손을 내밀자 허공에서 홀연히 아름다운 꽃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꽃비는 사람들의 머리에 차곡 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따르는 자는 세상살이의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영원히 복되게 살 것이나,

 

말을 마치고 공노인 일행을 바라보는 소유천의 아름다운 눈에  서서히 독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들은 영원한 죽음을 맛보리라.

 

 소유천의 섬뜩한 외침과 함께 눈을 감고 있던 일부 사람들의 머리위에 내려앉았던  꽃잎들의 일부가 갑자기 붉은 화염으로 변하였다. 머리위에서 불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다가 순식간에 한 줌의 검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비명소리에 얼결에 눈을 뜨다가 레이저 빛을 보고만 아이들의 머리에서 푸른 빛들이 무섭게 빠져나갔다. 대신 그들은 화염세례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자신도 모르게 소유천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노인은 그런 아비규환속에서도 눈을 질끈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꽃비가 쌓아지면서 머리위에 화려한 월계관을 쓴 것처럼 된 황박사는 어깨위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공노인의 모습을 보고서는 비아냥거렸다.

 

“공박사, 이제 소유천을 받아들이시지.

“……” 

“쯧쯧, 질투에 미쳐 소유천을 거부하더니 끝내 비참하게 타죽는구나.

……”

 

황박사의 온갖 비웃음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공노인을 바라보던 소유천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당장 눈을 떠라,그러면 살려주마!”

하지만 이미 얼굴 곳곳에 화상을 입은 공노인은 급기야는 화염으로 변하는 꽃비를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너의 사악한 요술이 내 몸을 태울 수는 있어도 내 정신만은 태울 수 없다!

 “저 놈이 끝까지!

 

소유천은 꽃비를 전혀 두려워하지않는 공노인의 저항이 괘씸한 듯 이를 부드득 갈았다.

 

“네 놈은 내가 직접 심판하겠다.

 

소유천은 공노인앞으로 바람처럼 날아가 우뚝 섰다. 어느 사이인가 날카로운 창으로 변한 붉은 양산을 높이 치켜들더니 공노인의 가냘픈 목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