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때만큼은 황박사도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러나 곧 그는 정색을 하고는 천재인 기술국장에게 말했다.   

 

“자, 이제 여우탑통합으로 들어간다!

“네.

 

기술국장은 경쾌하게 대답하고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고있는 기술요원들에게 힘차게 지시를 내렸다.

 

“타화자재천국 건국!

 

그의 말이 떨어지기 3000개의 여우탑들이 하나의 여우궁으로 통합되면서 동시에 그들이 시민들의 뇌속에 만들어냈던 각각의 대환희성이 하나의 가상세계 타화자재천국으로 통합되기 시작되었다.

통합된 타화자재천국의 건국 진행상과 입체영상이 식장의 허공 한 가운데에 선명하게 맺혀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민들이 각자의 뇌속에서 느끼고 있는 타화자재천국의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보이는 것이었다.

입체영상은 처음에는 수원시의 실제 모습을 내 보이더니 차츰 그것들이 사라지고  그 대신 기기묘묘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났다. 순식간에 전혀 새로운 모습의 세상이 식장을 꽉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새롭게 탄생한 타화자재천국은 그것을 잠깐이라도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의주를 거부했던 사람들의 뇌속에까지도 빠짐없이 넓혀갔다

 

잠시 공노인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황박사는 사람들의 뇌속에 신천지가 순조롭게 심어지는 것을 목격하자 다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는 이윽고 마치 혼령을 부르는 제사장처럼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외쳤다.

 

“오오, 소유천왕이여 !기뻐하소서! 이제 당신을 반대하던 자들의 뇌에도 임하소서그들마자도 사랑과 자비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시옵소서.

그의 부름에 응하듯이 코브라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소유천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인 것을 직감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빛이 상기되었다. 이윽고 사이렌 소리가 끝나자  어디선가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여인의 낭랑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사부님, 무서워요!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돈수는 겁에 질린 듯 몸을 움츠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웅크리고 있던 고래밥도 볼 수 없는 극한 두려움에 몸을 마구 떨었다.

 

“잠시만 참아! 환상은 곧 지나간다. 겁먹지 마!

 

공노인은 아이들의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감고 버티어도 공노인 스스로도 눈을 뜨고 싶은 유혹이 들어 견딜 수 가 없었다.이윽고  어디선가 세상의 소리가 아닌 듯한 신비로운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 소유천은 그대의 뜻을 받아들이노라.

 

그 소리는 아이들의 가슴밑바닥까지 공포와 전율로 떨게 만들었다. 그 외침에 호응이라도 하는 듯 스크린에 인간의 형상들이 맺혀지기 시작했다. 그 형상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수 천명의 중무장한 군사들로 변해갔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듯 그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식장안으로 쏟아져들어와  일사분란하게 도열했다.

“호호호!

 

뒤이어 식장을 가득 채운 여인의 간드러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도열한 군대의 위로 여신처럼 하얀 드레스를 걸친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유천이 붉은 양산을 활짝 핀 채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녀의 허리춤에  여전히 작은 호리병이 앙증맞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소유천을 발견한 시민들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성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에 숨이 탁 막히는 듯 짧은 탄성을 일제히 내질렀다.

 

“오, 소유천왕이시여!

 

소유천은 시민들의 환호성에 아름다운 손을 들어 우아하게 흔들어보이고는  건국식 상황을 생중계하는 카메라를 향해 사뿐사뿐 걸어간다그리고는 자애로운 시선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의 백성들이여, 타화자재천국에서 영원히 나와  함께 하리라!

“와아!

건국식장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숨죽이며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은 소유천의 선언에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다.

특히 여의주를 극렬하게 거부하던 반대자의 마음에도 그녀와 함께 타화자재천국에서 영원히 살고싶다는 생각들이 저절로 불끈 불끈 솟구쳤다. 소유천은 성스럽고 아름다운 몸짓 하나로도 사람들의 저항심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마력을 가졌다. 다시금 소유천의 밁고 거룩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허공에서 메아리 쳤다.

 

“너희가 나를 자유롭게 했으니 나 또한 그대들을 속박과 무명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주리라.

 

소유천은 열광하는 군중들을 향해 손을 내밀자 허공에서 홀연히 아름다운 꽃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꽃비는 사람들의 머리에 차곡 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따르는 자는 세상살이의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영원히 복되게 살 것이나,

 

말을 마치고 공노인 일행을 바라보는 소유천의 아름다운 눈에  서서히 독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의 존재를 의심하는 자들은 영원한 죽음을 맛보리라.

 

 소유천의 섬뜩한 외침과 함께 눈을 감고 있던 일부 사람들의 머리위에 내려앉았던  꽃잎들의 일부가 갑자기 붉은 화염으로 변하였다. 머리위에서 불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다가 순식간에 한 줌의 검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비명소리에 얼결에 눈을 뜨다가 레이저 빛을 보고만 아이들의 머리에서 푸른 빛들이 무섭게 빠져나갔다. 대신 그들은 화염세례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자신도 모르게 소유천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노인은 그런 아비규환속에서도 눈을 질끈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고통을 참고 있었다. 꽃비가 쌓아지면서 머리위에 화려한 월계관을 쓴 것처럼 된 황박사는 어깨위에서 불꽃이 이글거리는 공노인의 모습을 보고서는 비아냥거렸다.

 

“공박사, 이제 소유천을 받아들이시지.

“……” 

“쯧쯧, 질투에 미쳐 소유천을 거부하더니 끝내 비참하게 타죽는구나.

……”

 

황박사의 온갖 비웃음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공노인을 바라보던 소유천은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당장 눈을 떠라,그러면 살려주마!”

하지만 이미 얼굴 곳곳에 화상을 입은 공노인은 급기야는 화염으로 변하는 꽃비를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너의 사악한 요술이 내 몸을 태울 수는 있어도 내 정신만은 태울 수 없다!

 “저 놈이 끝까지!

 

소유천은 꽃비를 전혀 두려워하지않는 공노인의 저항이 괘씸한 듯 이를 부드득 갈았다.

 

“네 놈은 내가 직접 심판하겠다.

 

소유천은 공노인앞으로 바람처럼 날아가 우뚝 섰다. 어느 사이인가 날카로운 창으로 변한 붉은 양산을 높이 치켜들더니 공노인의 가냘픈 목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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