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니 그리 놀랄 필요까지는 없네. 난 단지 자네에게 왕대의 운명을 맡기려는 것일세.

“무슨 뜻이지 ?

.......

강형사의 물음에 잠시 침묵을 들이던 세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총을 강형사에게 던져주었다. 강형사는 얼떨결에 총을 받아들었다.베테랑 형사도 처음 만져보는 총이었다.

“사실 나는 왕대를 없애버리고 싶지는 않네. 왜 그런지 알겠나. 녀석를 우리시대의 숭어로 만들었으니까. 숭어들을 청어속에 풀어놓으면 질겁한 청어들이 살기위해서 이리 저리 도망치다보면 오히려 더 길게 산다는 이야기를 자네도 들었지?"

"수산업자들이 그런 수를 쓴다는 것을 듣긴했지."

"아주 좋은 수야.하지만 ......

세호는 매우 괴로운 듯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더구나 자네가 이미 냄새를 맡아 버렸으니......

“그래서 나보고 왕대를 처치하라고?

“맞네 ,왕대를 영원히 없애버리게나.

나지막한 세호의 목소리가 매우 슬프게 들렸다.

“이런,

강형사가  뜨악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세호는 강형사가 넘겨받은 총을 가리켰다.

“그 총을 잘 보게나. 좀 색다르지. 그게 레이저 총이라는 거야. 그거 한 방이면 특수강철로 만들어진 왕대도 한 순간에 엿가락처럼 녹여버릴 수 있어그 구식총은 이제 버리게.

“자네가 직접 처리하지?

“자네 끝까지 그렇게 모질게 나올 건가 ?

세호는 강형사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뒤돌아 선다. 그리고 천천히 연구소쪽으로 몇 발자국을 떼다가 문득 멈추더니 다시 돌아섰다.

“참녀석은 지금 형제봉밑에 있는 동굴에 있을 걸세. 그 레이총의 파괴력은 엄청나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지체해서는 안되네. 보는 즉시 쏴아 버리게나. 아마 자네에게 인생에 다시 없는 좋은 기회가 될 걸세 .

“무슨 기회 ?

강형사는 기회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되물었으나 세호는 곧 어둠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잠시 강형사는 그 자리에 서서 레이저총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결심을 한 듯 레이총을 꼬나들고는 형제봉으로 향해 담담하게 걸어갔다.

“어흥,

그때 형제봉에서 마치 강형사에게 더 이상 접근하지말라는 경고처럼 왕대의 포효소리가 사납게 퍼져왔다. 그러나 강형사는 조금도 주저없이 정상으로 달음질쳤다. 그리고 30분 정도 지난 후 형제봉에서는 귀에 낮설지만 날카로운 바람이 길게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메아리쳤다. 구슬픈 왕대의 울부짖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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