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형사는 사방을 경계하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아갔다. 워낙 소나무가 빽빽한데다가  사이 사이에 잡목들이 서로 뒤엉켜 자란 탓에 바로 2미터 전방도 잘 보이지 않았다이제 강형사는 순전히 그의 본능적인 육감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 배운 감각은 이제 아무 짝에도 쓸모없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무조건 총으로 갈겨버릴 작정이었다.

(......?)

5분쯤 왕대의 흔적을 더듬어 갔을까. 불현듯 강형사는 주변이 이상한 정적에 휩싸여 있음을 깨달았다. 사방에서 울려오던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갑자기 끊겨버렸다.

 풀벌레들은 자신의 발자국 소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놀라 일제히 울음을 뚝 그친 것이 라는 직감이 들자 강형사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침내 놈에게 가장 가깝게 접근해온 것이었다. 그때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을 몰고온  본능은 형사에게 즉시 조용히 도망가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또한 뿌리칠 수 없는 호기심이 그의 다리를 묶어두었다.

“그래 한번 붙어 보자구.

그러나 호랑이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목덜미를 노리는 왕대의 따가운 눈길을 바로 지척에서 느끼는데도 왕대의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야야 !

마침내 속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을 참지 못한 강형사는 수상쩍은 곳을 향하여 미친 듯이 총을 쏘아 됐다. 밤하늘에 총성이 곡성(鬼哭聲)처럼 울려퍼지면서 애꿎은 소나무 가지가 우수수 부러져 나갔다. 그러나 한바탕 총질을 했건만 그를 노리는 뜨거운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두려움을 시험하듯 가까이 다가왔다.

죽음......

마침내 다가오는 죽음의 실체를 차마 두 눈으로 마주볼 수 없을 것같아 강형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마음을 어지럽게만 흔드는 불필요한 시각작용을 치워버리자 그의 본능만이 예민하게 움직였다. 그러자  마음이 편해지고 안정됐다.

“아, 저기!

마침내 강형사의 본능이 어느 한 방향에서 그를 주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정확하게 발견했다. 그곳에 태산같은 물체가 버티고 있었다. 분명 왕대였다. 그는 눈을 번쩍 뜨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꾹 참고 그 물체를 향해 총을 천천히 겨누었다. 그 순간,

“어흥”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가 터져 나왔다. 혼비백산이 된 강형사가 눈을 번쩍 뜨자 역시 집채만한 호랑이가 자신을 향해 뛰어들고 있음이 보였다. 그는 뒤로 자빠지면서도 호랑이의 배를 향해 미친 듯이 총을 쏘았다. 위기의 순간에도 총탄은 정확히 호랑이의 아래배에서 작열하였다.

“아악!

그러나 정작 비명을 지른 것은 강형사였다. 왕대가 그의 어깨를 타고넘어가면서 뒷발로 강형사의 왼쪽 어깨죽지를 힘껏 내리쳤기 때문이었다.이 덮쳐 왔다 .살점이 한 웅큼 떨어져 나간 어깨에서는  마치 한쪽 팔이 잘려져 나간 듯한 엄청난 고통과 함께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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