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사는 황급히 스마트폰으로 세호에게 전화를 했건만 왠일인지 그는 전화를 받지않았다. 혹시나 그 사이에 세호마저 왕대에게 당했나싶어 그는 정말 미친 놈처럼 교통신호까지 위반하면서 연구실로 달려갔건만 막상 세호는 아주 태평하게 일히고 있었다.
“하하, 이 친구 겨우 그 일 때문에 이 난리야 ! 난 또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 ”
세호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총알처럼 쏟아낸 강형사의 자초지종을 듣더나더니만 정말 맥빠지게 반응했다. 그래도 자신의 안전을 끔찍이도 걱정해주는 친구의 마음만은 높이 샀는지 유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런 세호의 태도가 강형사는 은근히 미웠다.
“이 친구야 . 내 말을 흘려듣지마 !그놈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아.”
“왜 불사신에서 미물로 떨어질까봐?”
“미물? 뭔가 나왔나?”
강형사는 세호가 들여다보고 있었던 컴퓨터 모니터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세호는 고개를 끄떡이더니 모니앞으로 다가갔다.
“이게 녀석의 털을 분석한 것인데 일반 호랑이의 DNA랑 똑같아.”
“정말 똑같아?”
세호를 바라보는 강형사의 얼굴에 매우 실망스런 빛이 스쳐갔다.
“그래. 틀림없어. 이 전자현미경이 녀석을 불사신에서 미물로 사정없이 끌어내렸지.”
세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전자현미경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그래도 강형사의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않은 듯 했다.
“하지만 이명훈를 해치고 나를 찾아온 것은 뭔가 감추려고 했던 것 같은데......그게 다 우연이었을까?"
"아니, 왕대는 자신이 미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 이명훈을 공격했을 수도 있잖아?”
“불사신으로 영원히 추앙받기위해서?"
“그게 더 합리적이지. "
세호가 고개를 크게끄떡이자 강형사의 얼굴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렇다면 너도 더 조심해. 왕대가 미물이라는 사실을 네가 알아낸 것을 알면 왕대가 가만히 있겠어?”
“녀석이 미물인데 뭘 겁먹나? 총 한 방이면 끝날 것 같은데.”
도대체 세호는 강형사의 경고를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눈치가 아니었다.세호의 그런 태도가 강형사의 기분을 조금 상하게 만들었다.
“나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
“고맙네, 친구,”
“……”
“자!자!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일랑 접어두고 차나 한 잔 하고가 ”
“아니야. 난 가네. ”
밖에 나오니 제법 어두워졌다. 어둠속에 잠긴 광교산이 왕대를 품고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괜시리 강형사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연구소 정문밖으로 나온 강형사는 곧바로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연구소 담장을 돌며 이곳 저곳을 탐색했다. 강형사는 호적한 산속에 있는 세호가 못내 걱정이 되어 한번이라도 더 주위를 살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연구소에서 조금 벗어난 산기슭에서 강형사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이런!”
결국 호랑이의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한 것이다. 손전등의 동그란 불빛에 얼핏 드러난 것만으로도 왕대의 거대한 발자국은 섬찟하고 스산했다. 제각기 다른 방향의 발자국이 여기 저기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왕대는 연구소 근처에 처음 온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또한 발자국은 찍힌 지가 얼마 안된 듯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왕대는 틀림없이 세호를 습격할 기회를 노리며 연구소 부근을 서성거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