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열쇠 내놔!”

정호야, 왜 그래? ”

빨리!”

정호가  다시 한번 고함을 치자 황박사는 마지못해 바지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든다. 혜영이 서둘러 다가가 재빨리 키를 나꿔챘다.정호는 권총으로 황박사의 등을 꾹 찌른다.

당신 차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

너는 여기서 절대 도망치지 못해 !”

황박사가 버티며 응수하자 정호는 무섭게 인상을 썼다.

그러면 당신하고 같이 죽을 수 밖에 없군.”

정호는 권총의 시커먼 총구를 황박사의 이마 한 가운데에 갖다댔다. 황박사의 이마에 진땀이 배여나왔다.

, 알았네.”

황박사가 포기한 듯 이미 꽤 어두워진 주차장으로 걸어가자 그들을 둘러싼 보안요원들도 주춤 주춤 따라왔다.

황박사, 개죽음당하고 싶지않으면 저놈들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해!”

모두 물러서!”

황박사가 요원들에게 소리치자 뒤따라오던 그들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엉거주춤 멈춰섰다.

잠시 후  황박사가 자신의 차앞에 서자 정호는 황박사를 차에 밀어넣고는 신속하게 같이 올라탔다.운전대를 잡은 혜영은 그대로 공사의 정문을 돌파해나갔다. 그제서야 보안요원들도 요란법석을 떨며  자기들 차로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기 시작했다. 혜영은 여자답지않게 그들의 추적을 절묘하게 따돌리고는 종로의 여민각을 향하여 쏜살같이 질주해갔다.

“……”

승용차가 역전으로 향하는 굴다리를 진입하는 동안 황박사는 자신이 억류되어서 잡혀가는 현실이 믿기지않는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차안의 침묵이 불편한지 정호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사님은, 왜 그런 것을 만들었죠?”

증강현실말인가?”

황박사는 인상을 조금 펴고 정호를 돌아보며 반문했다.

.”

난 자네와 같이 미치도록 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을 위해서 그것을 만들었지.”

한순간이지만 자신이 납치되어가는 현실을  잠깐 잊은 듯 조용히 대답하는 황박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 피어났다.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요!”

정호가 소리를 지르며 반박을 하자 황박사는 미간을 약간 찌

푸렸다.

현실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자네들은 일반 샐러리맨처럼 하루 8시간씩 일을 했어. 그리고 충실감을 느꼈어. 단지 다른 것은 자네들은 증강현실에서 일했다는 것 뿐이야. 꼭 회사에 출근해 펜대를 놀려야 일하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정호는 적절한 대답을 못찾았는지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자 혜영이 발끈한 표정으로 룸미터를 쳐다보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호를 가상현실에 불법감금한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어요!”

미안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었네.”

어쩔 수 없었다고요?”

자네가 가상현실에서만 활동하도록 만들어진 캐릭터인 승희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기 때문이야.

사람의 감정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정호는 운전을 하고있는 승희의 눈치를 흘끔 살피며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그렇지. 하지만 자네가 승희에 대한 기억을 머리에 담고 그대로 현실세계로 나가면 사람들은  자네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했을 것이네. 심지어는 자네 부모도 말이야. 그래서 나는 정호를 가상세계에 붙잡아둘 수 밖에 없었어. 대신 자네 부모를 불러다가 자네가 결혼하는 가상의 모습을 인위적으로 심어주었지.”

황박사가 자신이 저지른 죄를 대수롭지 않게 되뇌이자 정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당신 정말 몹쓸 사람이군요.”

그러자 황박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혜영은 룸미러속의 황박사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

그것을 빼고는 도대체 증강현실이 뭐가 문제인가?그냥  절망에 빠져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일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아?"

말을 마친 황박사는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혜영과 정호가 정말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는다.그러자 룸미러속의 황박사를 노려보던 혜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조만간 그 궤변도 이제 종칠 때가 됐네요.우리는 곧 당신의 음모를 언론에 폭로할테니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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